[연재] 인류 역사를 바꾼 수의학② ― 임동주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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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인류 역사를 바꾼 수의학 – 임동주 수의사

2장. 육식의 종말이 해결책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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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의 종말』 『엔트로피』 등을 통해 현대 과학기술과 인간의 생활 방식에 대해 날카롭게 비판해온 세계적인 환경철학자 미국의 제러미 리프킨은 『육식의 종말』이란 책을 통해 인류가 육식을 지나치게 탐하는 문제에 대해 다방면으로 경고를 날린 바 있다.

그는 현대 문명의 위기를 초래한 원인 가운데 하나로 인간의 식생활을 지적했다. 그는 인간이 육식을 과다 소비하면서, 다방면에 걸쳐 심각한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12억8천만 마리의 소들이 전 세계 토지의 24%를 차지하며, 미국 곡물의 70%를 소를 비롯한 가축이 먹어치우고 있는 현실을 지적한다. 고기는 곡물에 비해 매우 생산성이 낮은 비싼 먹을거리이므로, 고기 소비를 줄여 고기 생산에 들어가는 곡물을 활용한다면 궁핍에 허덕이는 가난한 수억 명의 인류를 먹여 살릴 수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의 말은 물론 공감되는 바가 없지 않다.

세계의 허파라 불리는 아마존 열대우림지대는 최근 들어 급격히 숲이 파괴되고 있다. 숲이 소를 키우는 목장이 되거나, 사료용 곡물인 옥수수를 생산하는 농장으로 변모되고 있다. 이곳에서 사료와 소고기가 생산되는 것은, 인간들의 과다한 육류소비 때문이다. 수요가 있으니, 물건을 팔아 이익을 얻으려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제러미 리프킨은 수요를 줄이면 공급도 줄 것이고, 그러면 아마존 숲이 목장이나 농장으로 바뀌는 일이 줄어들 것이라고 한 것이다. 아마존의 숲이 파괴되어 가는 현실은 인류의 미래를 볼 때 분명 불편한 진실이다. 과다한 육류 소비를 줄이는 것은 인류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방법이라고 할 수도 있다.

제2장 ‘동물과 함께 만든 문명’에서 이미 말한 바와 같이, 닭고기나 돼지고기 1kg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1.7~4.4kg 정도의 사료가 들어간다. 그러므로 ‘곡물을 가축에게 먹일 것이 아니라, 사람이 직접 먹으면 더 많은 인류가 굶주리지 않을 수 있다’는 논리가 성립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어리석은 얘기다. 사료에 들어가는 주원료는 쌀겨, 밀기울, 육골분, 축모, 연골, 지방, 발톱 등과 같은 농축산물의 부산물이다, 다시 말해서 인간이 먹지 않고 버리는 것들을 모아서 가축에게 먹이는 것이다. 물론 사료 원료 전부다가 찌꺼기인 것은 아니다.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옥수수 정도는 그대로 사료로 사용된다.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옥수수를 가축이 먹는다고 닭이나 돼지를 사육하지 말고 내쳐야만 할까.

자동차를 생각해보자. 자동차는 석유를 대량으로 소비할 뿐만 아니라, 유독 가스를 배출하는 등 환경오염의 주범이다. 또한 교통사고를 일으켜 많은 이들의 목숨을 앗아가기도 한다. 자동차가 없다면 우리는 보다 깨끗한 환경에서 교통사고 없이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동차가 없다면 오늘날과 같은 인류의 거대한 문명이 존재할 수 있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문명 이기(利器)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은 좋지만, 그렇다고 문명 이기들을 버릴 수는 없다.

육식도 마찬가지다. 인간은 육식과 채식을 함께 하는 잡식성 동물이다. 누구나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어 하는 것은 본능에 가깝다. 소득이 늘어나면, 보다 비싼 값을 치르고 맛있는 육류를 먹게 된다. 인류가 지구상에 처음 등장한 수백만 년 전 이래로 줄곧 고기를 먹고 살아왔는데, 어떻게 고기 소비를 그만둘 수 있을까. 육식도 습관인 만큼, 전 지구의 생태계를 위해 육식을 포기하는 것이 과연 정답일까?

물론 제러미 리프킨은 고기 소비를 하지 않는 완전한 채식주의자가 되자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당장의 목표로 육류 소비를 절반 가까이 줄이자는 데 있다. 인류가 채식으로 전환하면 먹는 사람의 건강에도 좋고, 불필요하게 동물을 죽이지 않아도 되며, 가축을 기르는 공간에 농사를 지어 기아를 해결할 수 있고, 가축 분뇨로 인한 수질오염 및 CO₂의 방출로 인한 온실효과도 방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육류를 과도하게 소비함에 따라 인류 건강이 훼손되었으며, 소 등을 키우기 위해 지나치게 자연을 파괴했다고 비판한다. 또 비위생적인 육류 생산 문제 등도 지적한다. 당연히 그의 비판은 경청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육식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선진국 사람들이다. 개도국의 경우 경제적으로 부를 축적한 사람들만이 육류를 즐길 수 있다. 저소득층들은 곡물만이 아니라, 육류 또한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있다. 가난하다고 해서 고기는 먹지 말고, 거친 곡물이나 먹으며 살아가라는 것은 가진 자의 횡포일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도 맛난 고기를 먹을 수 있도록 저렴하게 고기를 공급해주는 것이 맞을 것이다. 보다 나은 미래에는 누구나 더 맛있는 고기를 원한다. 또한 육류는 최고의 동물성 단백질원으로서 인간의 건강에 매우 필요하다. 적당히 섭취하는 육류는 콩이나 두부와 같은 식물성 단백질보다 인류의 건강에 훨씬 도움이 된다. 무조건 가축 사육 두수를 줄이고, 육류 소비를 줄이라고 하는 것은 인류의 건강이나 식량 문제의 진정한 해법이 될 수 없다.

인류의 식량 문제는 인간이 먹을 수 있는 옥수수 등의 곡물이 사료로 이용되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다. 현재 지구상의 인구가 날이 갈수록 증가해 무려 75억에 달하지만, 세계적으로 볼 때 식량 생산이 부족한 것은 결코 아니다. 곡물 소비량에 비해 생산량이 부족하다면, 아직도 숱하게 버려져 있는 황무지를 개간해 보다 생산성이 높은 작물을 재배하면 해결할 수가 있다.

2016년 초 세계 30개국의 대표들이 모인 다보스 세계 경제포럼에서 세계적인 식량 손실과 낭비를 줄이기 위한 ‘챔피언 12.3 계획’이 발표되었다. 주된 슬로건은 ‘No more food to waste’이다. 더 이상 음식을 낭비하지 말자라는 캠페인이다. 아킴 슈타이너 유엔환경계획(UNEP) 사무총장은 “매년 생산되는 식량의 1/3은 낭비되어 손실된다.…… 식량 손실과 낭비에 대한 의식을 제고시키고, 이를 위한 실천과 정책을 장려하자.”고 했다. 현재 우리나라도 식량 자급률이 45% 수준에 불과하지만, 현재의 낭비 수준을 반으로만 줄여도, 식량자급률은 60%로 올라갈 수 있다. 농업 생산으로 식량 자급률을 1% 올리려면 1조원의 비용이 드니, 15%라면 엄청난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 된다. 이외에도 각종 식료품과 의약품의 유통기한도 문제가 된다. 멀쩡한 식품이나 사료를 개봉도 안한 채, 단지 유통기한이 넘었다는 이유로 무작정 폐기시키고 있어 지구 환경을 병들게 하고 있다. 일본 식품업계에서는 ‘상미기한(賞味期限ㆍ품질유지기한)’ 표시를 변경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소개했다. 상미기한은 우리로 치면 유통기한이다. 일본에서는 아직 먹을 수 있지만 단지 상미기한이 지났다는 이유로 개봉도 안 하고 버려지는 식품이 매년 늘어나며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일본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2014년에만 식품 621만 톤이 이렇게 버려졌다 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개봉전과 후를 분간하며 유통기한을 조정해 폐기되는 식품을 줄이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본에서의 이러한 움직임이 남의 일이 아닌 만큼 우리도 식품의 낭비를 줄여야 한다.
   

2014년 한국인 1인당 연간 육류 소비량은 51.3㎏으로 조사되었는데, 미국의 89.7㎏, OECD 24개국 평균인 63.5㎏에 비해 여전히 적은 수준이다. 따라서 이를 조사한 농림축산식품부는 우리나라도 소득이 증가하면 닭고기를 중심으로 더욱 육류 소비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세계에서 가장 고기를 적게 먹는 방글라데시 사람들은 연간 평균 2.1㎏정도다. 만약 방글라데시와 같은 저소득 국가의 소득수준이 크게 오른다면, 과거 우리나라가 그러했던 것처럼 육류 소비가 가파르게 증가할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아직은 열량이 높은 고기가 더 많이 필요하다.

굶주림의 문제는 저소득과 분배의 문제이지, 육류냐 곡물이냐의 문제가 아니다. 고기와 우유, 달걀 등 육류 소비가 크게 줄어들면, 많은 농민들이 파산하게 되고 말 것이다. 현재 한국 농업 생산의 절반 정도가 축산에서 비롯된 것임을 고려할 때, 축산은 곡물 생산만큼이나 중요한 식량생산 방식임을 잊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따라서 숲을 비롯한 자연을 더 이상 파괴하지 않으면서 곡물과 육류의 생산을 늘리고 동시에 낭비도 줄여야 하겠다. 또 식량을 저개발국가에도 효율적으로 분배해서, 모든 인류가 보다 맛있는 식사를 즐길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는 것이 정답이다.

수의학은 인류의 안전한 먹을거리를 위해 지금까지 많은 기여를 해왔지만, 앞으로도 수의학의 역할은 더 커질 것이다. 인류가 더욱 잘살게 될수록, 더 안전한 육류에 대한 수요는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보다 우수한 품질의 안전한 고기에 대한 선호도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이럴수록 수의학의 역할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다면, 안전한 먹을거리 확보가 어려울 것이고, 우리의 건강도 크게 위협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임동주 수의사의 ‘인류 역사를 바꾼 수의학’ 연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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