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수의사 직무능력표준을 국민농업포럼에서 만들어요?

국가직무능력표준 NCS, 농림어업 분야에 수의서비스 분류

등록 : 2019.08.08 07:30:13   수정 : 2019.08.07 19:12:43 이학범 기자 dvmlee@dailyvet.co.kr

국가직무능력표준(NCS)에는 수의서비스 분야가 있다. 수의사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서 어떤 지식, 기술, 소양, 능력이 필요한지 국가 차원에서 표준화한 것이다.

그러나 의사, 약사, 간호사, 변호사 등 기타 전문직은 NCS 자체가 개발되어 있지 않을뿐더러, 수의서비스를 농림어업 분야로 분류하고, 대한수의사회가 아닌 축산 관련 단체에서 개발·보완하고 있어서 문제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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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약사, 변호사는 없는데 왜 수의사만?

농림어업-축산-축산자원개발에 속한 ‘수의서비스’

국가직무능력표준(NCS, National Competency Standards)은 산업현장에서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요구되는 능력을 국가가 체계화한 것이다. 2002년 국가직무능력표준 제도 도입을 시작으로 2013년부터 본격적인 사업이 시작됐다.

2013년 고용노동부와 산업인력공단에서 관련 전문가와 협의한 뒤 NCS 학습모듈을 만들었다. NCS 학습모듈은 NCS의 능력단위를 교육훈련에서 학습할 수 있도록 구성한 ‘교수·학습 자료’다. 즉, 해당 직업을 교육하기 위해서는 이런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이러한 이론·실습 교육을 하라는 지침서다.

NCS에 수의서비스가 포함되어 있고, 수의서비스에 대한 학습모듈도 개발되어 있다.

그런데, 국가시험을 통해 면허를 받는 수의사 직업에 과연 NCS가 필요하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정한 임무를 수행하도록 국가가 면허를 준 전문직업인데, 타 단체에서 직무 수준을 평가하고 학습 모듈을 만드는 게 말이 되냐는 것이다.

실제로 NCS 홈페이지에 따르면, 의사(임상의학), 약사(약무), 간호사(간호), 변호사(법무)의 NCS는 개발되어 있지 않다.

한 업계 관계자는 “NCS 기반 교육은 주로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전문대학에서 활용하고 있다”며 “6년제 수의과대학이 NCS 학습모듈을 바탕으로 교육하는 것은 불필요하고, 그럴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수의서비스 NCS학습모듈. 총 10개의 학습모듈이 개발되어 있다

수의서비스 NCS학습모듈. 총 10개의 학습모듈이 개발되어 있다

심지어 수의서비스 NCS로 농림어업 분야에 축산자원개발 밑에 속해있다. 처음 수의서비스 NCS를 개발한 전문가들도 주로 축산분야 관계자들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습모듈 내용도 부실하다. 당장 ‘질병진단’ 학습모듈만 봐도, 환축, 축주 등의 단어를 사용할 정도로 대동물 위주로 쓰인 것은 물론, 수의대 교육에 활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단순한 내용만 기술되어 있다.

이유는 ‘수의서비스’가 포함된 ‘축산자원개발’ 분야 NCS 개발을 ‘친환경축산협회’가 담당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현재 친환경축산협회는 NCS 관련 사업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수의서비스 NCS 개선 사업’은 현재 국민농업포럼에서 시행 중이다. 국민농업포럼은 지난달 수의서비스 NCS 개선 사업수행을 위한 1차 워크숍을 개최했다.

친환경축산협회가 수의사 직업표준을 만들고, 국민농업포럼이 보완하는 것이다.

수도권 수의과대학의 한 임상 교수는 “수의사 관련 NCS가 있다는 얘기도 못 들어봤고, 참여 여부에 대해 요청받아 본 적도 없다”라고 말했다. 어차피 수의대에서 활용하지도 않는 NCS를 왜 만들었으며, 보완은 또 왜 하는 것일까.

실제로 수의서비스 NCS 참여전문가 명단을 보면 주로 축산 관련 관계자들이 대거 포함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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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의학교육인증·미국 AVMA 인증받는 수의대…NCS와는 성격 맞지 않아”

국내 수의계는 이미 ‘한국수의학교육인증원’을 설립하고, 수의학교육 인증을 시행 중이다. 2018년 말까지 10개 수의과대학 중 6개 수의과대학이 인증을 받았다.

50개 항목이던 인증 기준도 2주기 인증이 시작되면서 ‘5영역 20부분 57개 항목’으로 늘어났다. 특히 입학정책, 학생활동지원 등을 다룬 ‘학생’ 영역은 4부문 10개 항목에서 5부문 16개 항목으로 세분화됐다.

아울러 한국수의과대학협회가 진행 중인 졸업역량 중심의 교육 개선 방향도 인증기준에 포함됐다.

서울대 수의대는 지난 4월 아시아 수의과대학 중 최초로 미국수의사회(AVMA) 인증을 획득하기도 했다.

이처럼 국내 수의과대학이 인증을 바탕으로 수의학교육을 개선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수의서비스에 대한 NCS를 개발·보완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 이어진다. 또한, 개발·보완을 하더라도 대한수의사회, 한국수의과대학협회 등이 주도해야지, 친환경축산협회나 국민농업포럼에서 만드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민농업포럼 ‘수의서비스 NCS 개선 사업’에 개선위원으로 초청받은 한 동물병원 원장은 “수의사의 고유한 직무를 직접 관련성도 없고 전문성이 부족한 제3단체에서 감히 다루는 것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위원을 사직했다.

한 수의계 관계자는 “이미 한국수의과대학협회 교육위원회의 ‘교육현장 중심의 수의학교육 졸업역량 및 학습평가 개발’이 이뤄지고 있고, 장기적으로 해당 내용을 반영할 수 있도록 수의사 국가시험도 개편될 것”이라며 수의서비스 NCS 개발·보완의 필요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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