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벳 학생기자단 프로젝트③] 어서 와, 동물병원은 처음이지?

등록 : 2018.06.12 15:09:31   수정 : 2018.06.12 15:09:31 하진욱 기자 cjsgkwlsdnr@dailyvet.co.kr

졸업하면 무슨 일을 하고 싶은 지 진로를 정하셨나요? 수의대 졸업 후 다양한 직업을 가질 수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각 분야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신가요? 졸업 직후 당신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나요?

진로선택에 어려움을 겪는 수의대생들을 위해 데일리벳 5기 학생기자단이 특별한 인터뷰 기사를 준비했습니다.

졸업 후 여러분이 겪을 현장을 생생하게 전하는 <어서 와, OOO은 처음이지?>시리즈! 학생신분을 벗어나 사회에 발을 내딛은 사회초년생 수의사들이 후배들에게 들려주는 내 직장의 장단점과 그들의 희로애락을 만나보세요!

세 번째로 만나볼 분은 소동물 수의사로 일하고 계신 정현준 수의사(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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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2013년에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수의장교로 군복무를 한 후 2016년 5월부터 소동물 수의사로 일하고 있는 정현준입니다.

- 소동물 임상을 선택하신 계기가 있나요?

전공 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직업을 선택하고 싶었습니다. 또한 반려동물 관련 산업 시장 규모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돼 소동물 임상가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 소동물 수의사로 일할 때의 장점은 무엇이 있나요?

대학에서 배운 것들을 실제 업무에 바로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습니다. 자기 전공과 관계없는 일을 하는 경우도 많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학교에서 쌓은 지식을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아주 매력적입니다.

그리고 이런 지식을 바탕으로 반려동물을 진료했을 때 치료 반응이 좋아 점차 나아가는 모습을 보면 보람도 상당히 큽니다.

또 한 가지, 소동물 수의사는 전문직이라는 점입니다. 자신만의 전문 분야가 있으니 고용의 불안정성과 같은 위험 요소를 피하여 은퇴 시기를 자기 뜻대로 결정할 수 있고, 그렇게 일할 수 있는 기간 동안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을 지속적으로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그렇다면 소동물 수의사의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반려동물은 말을 알아듣지 못 하죠. 사람에서는 비교적 간단한 처치를 하려고 해도 전신마취를 해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스케일링이 좋은 예가 되겠습니다. 이외에도 많은 부분에서 사람의 의도를 모르는 동물 때문에 고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동물을 진료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수의사는 보호자까지 만족시켜야 합니다. 치료를 받는 주체와 진료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는 주체가 다르다는 점이 수의사를 힘들게 합니다.

치료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비용에 대해 보호자가 올바르게 이해하지 못 하고 불만족스러워 하게 되면, 환자에게 필요한 검사나 처치들이 불충분하게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이는 환자에게도 악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 학창시절 했던 일 중에 가장 잘했다고 생각되는 일은 무엇인가요?

제가 활동했던 동아리 중에 ‘Pallas’라는 임상 봉사 동아리가 있었습니다. 이 동아리에서의 활동을 통해 임상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고, 아픈 동물들을 가엾게 여기고 도와주고자 하는 강한 의지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학창 시절은 아니지만, 수의장교 복무 중에도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일들을 많이 할 수 있었습니다. ‘전역 후에는 임상 수의사로 평생 일하면서 수의학과 관련된 일에만 집중하게 될 테니, 지금은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을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운동에 매진한 적이 있어요. 몸을 열심히 만들어서 프로필 사진도 찍어보고, 대회에 참가해서 1차 예선을 통과하기도 했습니다.

소동물 임상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일은 아니지만, 그 때의 경험은 잊지 못할 추억입니다. 덕분에 운동의 재미를 느껴 지금까지도 꾸준히 운동을 해왔고, 건강한 몸도 가지게 되었습니다.

- 수의대에서 많은 것을 가르쳐주고는 있지만 더 잘 가르쳐준다면 실제 임상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으신가요?

아직 수의대에서는 실무적인 교육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수의학과 6년 과정을 착실히 밟았다 해도, 실제 로컬 동물병원에 나가게 되면 진료에서 보호자 상대까지 혼자서 온전히 해낼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예를 들면, 환자 진료 기록(차트)의 중요성과 올바른 기록법에 대한 교육과 실습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차트 작성은 진료 과정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진료 후에는 그 내용에 대해 기록을 남겨야 하는데, 일관된 형식과 상세함을 갖춰야 할 것입니다.

대개 환자의 진료 계획 수립은 현재까지의 내용에 기반하여 이루어지는데 만약 차트가 제대로 작성되어 있지 않다면 그만큼 환자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게 되고, 이는 진료 자체에서도 문제를 야기할 뿐만 아니라 보호자로 하여금 ‘이 병원은 내 반려동물에 대해 관심이 없나?’라는 생각을 가지게 만들 수 있습니다.

올바른 차트 작성은 이런 문제를 예방할 수 있지요.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해서도 학교에서 충분한 실습의 기회가 제공되어야할 것입니다.

이외에도 임상 분야에서 필요한 다양한 실무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학교를 다니면서 이미 임상 일을 하고 계시는 선배들로부터 “요즘 동물병원은 포화 상태다. 수의사가 너무 많다.” 라는 얘기를 많이 듣습니다. 이런 얘기가 진짜인지, 아니면 다소 과장된 말인지 궁금합니다.

동물병원 수는 실제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건 크게 두 가지를 의미한다고 봐요.

첫 번째는 그만큼 반려동물 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동물에 대한 인식이 점차 바뀌면서 시장 규모가 커졌고, 이에 따라 동물병원도 많이 생겨나는 것이죠.

두 번째는 봉직수의사(페이닥터)에 대한 대우가 아직 좋지 않다는 겁니다. 수의사 면허를 얻고 난 후에는 우선 봉직수의사로 일을 하게 됩니다. 개인차가 있겠으나, 현재 한국에서 봉직수의사가 받는 급여는 노동 강도에 비해 낮은 편이라고 봅니다.

연차가 낮고 경험이 부족한 수의사를 낮은 급여 조건으로 채용한 경우, 금전의 형태로 합당한 보상을 해주기 어렵다면 수의사가 제공하는 노동력에 맞춰 교육과 경험의 기회를 제공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조건을 갖춘 병원은 많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자기가 받는 대우가 합당하지 못하다고 느끼는 많은 봉직수의사들이 개원을 계획하게 되고, 동물병원 수가 증가하는 현상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결국 병원에서 일해 줄 수의사를 구하기는 힘들어지는데, 동물병원만 많아지고 있는 것이죠.

제가 고려하지 못한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으나, 현재까지 겪고 느낀 것들을 토대로 진단해보면 앞서 말씀드린 두 가지가 동물병원 증가 현상의 가장 대표적인 요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아직 임상을 시작한지 오래되지는 않았는데, 소동물 수의사에 가지고 있던 이상과 현실에서 차이를 느낀 적이 있나요?

제가 소동물 수의사가 되기 전에도 이미 선배들로부터 많은 얘기를 들었기 때문에 그렇게 큰 이상 같은 걸 가진 적은 없습니다.

그래도 한 번 생각해보면, 정석적인 진료 과정을 진행하기 어려운 환자가 많다는 점이 있겠네요.

어떤 질병이 의심되어 몇 가지 검사와 처치를 진행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도, 몇몇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보호자의 동의가 우선되어야 하기 때문에 학교에서 배웠던 대로 실행에 옮기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죠.

보호자와의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거나, 보호자가 경제적인 문제를 호소하며 진료 과정을 잘 따라오지 않게 되면 진료다운 진료를 할 수가 없게 됩니다. 이 점이 소동물 임상을 어렵게 만드는 듯 합니다.

- 임상을 생각하는 학생들 중에 대학원 진학에 대해 고민하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일단 저는 대학원에 진학하지 않았습니다. 만약 임상과목 대학원에 가려고 하는 친구들은 한 번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본인이 진심으로 그 과목을 좋아해서 대학원에 가는 것인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그냥 단순히 ‘특정 전문 분야가 있으면 병원에 봉직수의사로 채용될 때 월급을 더 많이 받겠지, 학위가 있으면 뭔가 더 드러나겠지, 아직 수의사로 일 할 자신이 없으니까 일단 대학원으로 가야지’ 하는 마음이 있지는 않나요?

이런 마음으로 대학원에 간다면 만만치 않은 생활이 될 것입니다. 단순히 졸업 이후의 급여나 명예만을 보고 대학원에 진학한다면 굉장히 견디기 힘든 시간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특정 과목에 대한 공부나 경험이 너무 좋아서, 힘든 대학원 생활조차 견딜 수 있을 정도가 될 때 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숙고의 시간을 거친 후 신중하게 선택해야할 문제입니다.

- 마지막 질문입니다. 이번 인터뷰는 직업을 가진 지 오래되지 않으신 분의 현장감 있는 얘기를 들어보는 것이라 진로를 고민하고 있는 수의대 학생들이 이 기사를 많이 읽을 것 같습니다. 특히 소동물 임상을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을 텐데 이러한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아직 인생 경험이 짧아 감히 조언을 하기에는 부족함이 많지만, 친한 선배님께 들었던 이야기를 그대로 전해보려 합니다.

“가치 판단을 자제하고 최대한 차갑게 봐라.”

소동물 임상의 세계에 뛰어들면 생각했던 바와는 다른 것들이 너무나도 많을 것입니다. 그런 괴리감이 느껴질 때마다 감정을 소모한다면 적응해 나가기가 몇 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니 다소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는 상황 속에서도 나 자신이 배워야하는 것은 무엇인지,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은 무엇인지를 냉철하게 판단할 수 있게 된다면 고된 임상 수의사 생활도 잘 이겨 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진욱 기자 cjsgkwlsdnr@dailyv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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