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중심 미래 수의학교육 개선, 이렇게 나아가야`

박주현 울산의대 교수, 의학교육 개선작업 경험 바탕으로 조언 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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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수의학교육은 학습성과(역량, Competency) 중심 교과과정으로의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한국수의과대학협회는 16일 정기총회를 맞아 의학교육에서 이 같은 변화를 이끌어 온 박주현 울산의대 의학교육학 교수의 특강을 요청했다.

박주현 교수는 이 날 전국 수의과대학 학장들을 포함한 한수협 임원진을 대상으로 성과중심 교육과정 개선방향을 소개했다.

 

학생들이 성과를 거두게 만들어야 한다

성과중심 교육과정은 ‘OO을 할 수 있다’라는 목표를 세우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신장내과를 예로 들면, 기존의 수의학교육은 신장요로계에서 발생하는 질병 각각의 원인, 증상, 치료, 예후를 백과사전식으로 강의하여 잘 수강했다면 ‘신장내과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수의사가 됐겠거니’라며 기대하는 방식이다.

반면 성과중심 수의학교육은 ‘신장요료계 주요 질환의 증례를 접했을 때 진단, 치료, 보호자 상담의 포인트를 설명할 수 있다’는 목표에 맞춰 교육하고, 정말 관련 증례를 제시했을 때의 대응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실전적 형태다.

이와 같은 성과중심 교육과정으로의 전환은 수의대 교육을 통해 어떠한 성과들을 달성해야 하는지 규정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졸업시점에 갖춰야 할 성과(졸업역량, Day 1 Competency)를 기준으로 학년별, 학기별, 과목별, 수업시간별 달성해야 할 성과를 구체적으로 설정해야 한다. 현재 한수협은 올해 안으로 졸업역량을 확정하고 구체화 작업을 가시화할 계획이다.

박주현 교수는 이날 특강에서 성과목표를 규정한 후 이를 어떻게 평가과정과 수업전략에 반영할 수 있는지 강연했다.

 

시험을 안 보면 공부를 안 해요? 성과 달성을 돕는 평가 방식 돼야!

박주현 교수는 ‘성과 목표 없이 수업하면서 수업내용을 잘 이해하고 외웠는지 시험하는데, 분량이 많으니 중간/기말고사로 나눠서 보는’ 기존의 평가방식에서 벗어나, 분명한 성과 기준에 따른 절대평가로 전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정 과목이 해당 학기에 달성해야 하는 성과들이 규정하고, 학기교육이 종료된 후 학생들이 해당 성과들을 달성했는지 여부를 한꺼번에 체크하는 방식이다. 이를 총합평가(Evaluation of Learning)라 한다.

이에 앞서 학기과정 중간중간 학생들의 성과 달성도를 체크하는 평가과정을 반복적으로 실시한다. 이를 형성평가(Evaluation for Learning)라 한다. 형성평가는 학생의 성적을 규정한다기 보단 습득과정을 피드백하여 성과 달성을 유도하기 위해 치러진다.

기존의 수의학교육에서 집중하던 세부적인 지식습득은 형성평가로 그때그때 진행하고, 총합평가에서는 핵심적인 역량으로 규정된 학습성과만 평가하는 것이다.

박주현 교수는 “예를 들어 학년 마지막 날 같은 문제를 가지고 1~6학년을 모두 평가하는 방식도 가능하다”며 “이 경우 6학년은 총합평가 형식의 졸업시험이 되지만, 1~5학년은 형성평가 개념으로 향후 학업진행을 조언할 자료로서 활용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꾸 헷갈리게 만들어야 제대로 배운다..거꾸로 교실과 TBL

성과중심 교육과정에서 학생들의 성과 달성을 이끌어내기 위한 수업전략 방향도 소개했다.

박주현 교수는 담당교수가 하나부터 열까지 차근차근 가르쳤던 기존의 방식에서 탈피해 학생들의 능동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수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거꾸로 교실(Flipped Learning)과 TBL(Team-based Learning)을 예로 들었다.

거꾸로 교실과 TBL은 학생들로 하여금 수업내용을 예습하도록 한 후, 수업시간에는 예습내용을 바탕으로 해결해야 할 응용과제를 제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교수는 수업을 진행하는 조언자 역할을 담당한다. 학생 스스로 불완전한 예습지식을 가지고 소규모 팀별로 토론하며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 속에 역량이 길러진다는 것이다.

박주현 교수는 “과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아는 줄 알았던 사항도 사실 헷갈린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며 “구성, 재구성을 반복해나가면서 학습성과를 달성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성과중심 패러다임 변혁` 집행부 의지, 지속적 설득, 인프라 재원 3박자 필요

박 교수는 학습성과 중심으로 수의학 교육과정을 전환하는 것은 단순한 변화가 아닌 패러다임 변혁이라고 강조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히 다룬 수업을 잘 들으면 훌륭한 능력을 갖춘 졸업생이 될 것’이라는 고전적 믿음을 뿌리 채 들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변화에 대한 반발도 심할 것이라고 내다 봤다. 교육개선에 관심 없는 교수진, 학업량 증가를 꺼리는 학생들의 반대, 부족한 재원 등이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수진 및 학생 설득과 교육인프라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학장단과 집행부의 확신이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사실 의과대학도 성과중심 교육과정을 10여년 이상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부족함이 있다”며 “교과과정 개선과정에서 부딪힐 수많은 질문과 오해와 불만을 뚫고 나가기 위해서는 학장단이 선봉에서 확신을 보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과중심 미래 수의학교육 개선, 이렇게 나아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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