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대·치대 `이거 못하면 졸업 못해요`,수의사라며 이것도 못해?

간호대 ‘핵심기본간호술’ 20종 기술 평가..치대 2018 국가시험에 실기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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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는 물론이고 의사, 치과의사, 간호사 등 의료전문직의 임상역량은 4~6년의 대학(원) 교육만으로는 달성될 수 없다. 하지만 ‘핵심 중의 핵심’이라 볼 수 있는 일정 수준의 임상역량은 갖추고 졸업해야 한다.

3일 대전 인터시티호텔에서 열린 수의사 역량 심포지엄에 초청된 간호대와 치의과대 인증평가 관계자들은 ‘졸업 전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핵심 임상역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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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간호교육평가원이 권고하는 핵심기본간호술 20종.
반려동물 임상에도 비슷하게 적용될 수 있다.

한국간호교육평가원은 간호대가 반드시 교육해야 하는 항목으로 ‘핵심기본간호술’ 20종을 권고하고 있다. 활력징후 측정, 경구투약, 근육·피하·피내주사, 도뇨, 정맥수액주입 등 간호업무 중에서도 가장 많이 수행하는 업무 20개를 선정해 간호대생들이 졸업 전 반드시 섭렵하도록 교육하라는 것이다.

대학 인증평가에서도 졸업학년 간호대생 일부를 무작위로 선발해 핵심기본간호술 중 무작위로 선정한 3종을 실제로 할 수 있는지 보고 평가에 반영한다.

박은희 처장은 “역량중심 교육 등 교과과정 혁신을 아무리 유도해도 교수가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옛 방식을 벗어나기 어려웠다”며 “하지만 핵심기본간호술 제도를 도입하자 교육과정에 엄청난 변화가 생겼다”고 강조했다.

당초에는 학생들을 모두 모아 놓고 이론강의와 몇몇 시범을 보여주며 어떻게 하는지 가르쳐주기만 했다. 하지만 실제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려다 보니 학생 자율실습 시간을 늘리고 상-하급생 간 멘토링 시스템, 자체평가시스템 등 다양한 변화가 이어졌다는 것이다.

박은희 처장은 “상시 실습실을 개방하고 조교를 상주시키고 실습 소모품을 늘려야 하다 보니 교수진들은 힘들어졌지만, 그만큼 교육예산도 늘어난다”며 “신입 간호사가 현장에 갖는 막연한 공포감을 줄이고 현장적응률을 높이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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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희 한국간호교육평가원 사무처장

이와 같이 임상역량 중에서도 핵심적인 일부를 반드시 가르치는 컨셉은 치의과대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재일 서울대 치의학대학원장은 “(임상)역량이란 특정한 업무를 적절히 수행할 수 있는 지식(Knowledge)과 술기(Skill)와 태도(Behavior)의 조합”이라며 “각자가 외부 도움 없이 독립적·통합적으로 수행할 수 있느냐가 역량 교육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개정 작업 중인 서울대 치전원의 교육역량은 졸업 전까지 혼자 해낼 수 있도록 반드시 달성해야 할 최소역량수준(Minimum competency requirement) 개념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2018년 치과의사 국가시험부터는 모의환자에 대한 문진 등을 평가하는 CPX(임상진료수행시험)와 여러 임상술기를 평가하는 OSCE(객관구조화 진료시험) 등 실기시험이 도입될 예정이라 학생 스스로의 역량을 끌어내는 임상교육의 중요성이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학생 스스로가 핵심기본간호술이나 최소역량수준 등 필요한 역량을 갖추었는지 스스로 점검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간호대 및 치의과대의 경우 학생들에게 필요한 학습성과가 무엇인지 분명히 게시하고, 성취카드나 역량 포트폴리오 시스템 등을 통해 자체적으로 점검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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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치의학교육평가원 실행위원으로 활동 중인 이재일 서울대 치의학대학원장

수의사라면 반드시 할 수 있어야 하는 역량은 무엇?..제정작업에 각계 참여해야

반면 수의대의 임상교육은 아직까지 교수중심이다. 일방적인 교육에 집중할 뿐, 일부 실습기회를 제외하면 실제로 학생들이 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관심은 부족하다.

학교에서 역량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졸업생들은 임상·방역·위생 현장 적응에 애를 먹는다. 다시 배워야 한다. 초임수의사에게 바로 복합골절 수술이나 구제역 방역대책 수립을 요구하지야 않겠지만, 어느 정도 기대하는 역량에 미치지 못하면 “수의사라면서 이것도 못해?”라는 핀잔이 돌아온다.

하지만 현재는 위에 언급한 ‘핵심기본간호술’처럼 어디까지 할 수 있어야 하는지조차 불분명하다. 교수들도, 학생들도, 초임수의사를 고용한 동물병원이나 정부기관이나 업체도 막연히 기대만 할 뿐 명확히 규정되어 있지 않다. 개인의 노력만 탓하기엔 환경의 부족함이 크다.

아직 수의학교육에서는 핵심역량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조차 없고, 현재 설문조사를 비롯한 제정작업이 막 시작된 실정이다. 한국수의과대학협회는 내년 1월까지 초안을 마련하고 5월 공청회를 거쳐 내년 하반기까지 핵심역량을 기를 시기별 학습성과, 표준 교육과정을 도출한다는 계획이다.

물론 활동분야가 다양한 수의사의 교육을 임상에만 집중된 의료계 교육과 바로 비교하기는 어렵다. 자칫 반려동물 임상에만 논의가 집중될 우려가 있다.

“학교에서 반드시 갖춰야 할 핵심성과에는 일부만 포함될 수 밖에 없다”는 박은희 처장의 조언을 적용하려 해도 ‘각 축종별 임상과 축산물 위생 등 수의사 본연의 여러 업무를 어떻게 담아내야 하는가’의 문제가 선결되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수의사 핵심역량과 그에 맞는 교육과정을 선정하는 과정에 수의계 각계의 의견이 전달되어야 한다. 현재 진행 중인 핵심역량 설문조사(참여하기)에도 가급적 많은 관계자가 참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객관식 문항 외에도 기타의견을 통해 다양한 견해를 전달해야 한다.

이재일 서울대 치의학대학원장은 “가급적 많은 관계자가 역량교육기반 마련 프로세스에 참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간호대·치대 `이거 못하면 졸업 못해요`,수의사라며 이것도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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