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습인력, 임상교수 비율, 대학병원 설비..수의학교육 인증, 숫자로 한다

수의학교육인증원, 인증평가 개선 공청회 개최..2026년 3주기 인증에 정량지표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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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의학교육인증원(수인원, 원장 박인철)이 인증기준에 정량지표를 강화할 방침이다.

가령 기존에는 실습지도자 인프라에 대한 평가 기준이 ‘교수 1인당 임상실습 수강반의 규모가 적당하다’는 식의 정성적 형태였다면, 이를 ‘임상수의학 실습은 실습지도자 대 학생 비율이 1:10 이하로 유지된다’는 식으로 구체화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교육수요자인 학생들의 의견이 인증평가 과정에 반영될 수 있는 장치도 마련한다.

수인원은 15일 대구 EXCO에서 ‘수의학교육 역량 강화와 인증평가 개선을 위한 공청회’를 열고 3주기 인증기준 개선 방향과 수인원 발전 전략을 모색했다.

실습인력·학생 비율, 로테이션 시간, 임상교수 비율 등 정량지표 제시

수인원은 지난 3월 교육부 평가인증 인정기관으로 지정됐다. 그에 따라 교부된 국고보조금을 활용해 인증기준 개선과 수인원 발전 전략을 수립할 연구용역을 진행했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미국·유럽 등 해외 선진 수의학교육인증 평가지표(서강문) ▲정량적 평정기준 도입방안(남상섭) ▲수인원 중장기 발전계획(원청길) 연구의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이중 정량적 평정기준 도입방안이 눈길을 끈다. 앞서 교육부는 현행 수의학교육 인증기준이 대부분 정성적 평가에 치우쳐 있다는 점을 지목하며, 정량적 평가지표 도입을 권고했다.

가령 ‘기초·예방·임상 수의학 전공별 교수 분포가 적정하다’는 현행 기준은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어떤 비율이면 적정한다고 볼지 구체적인 수치가 없기 때문이다.

건국대 남상섭 교수팀은 현행 인증기준에 더할 수 있는 정량지표를 개발해 제시했다. 대학 동물병원의 진료설비 등 일부 정량적 항목을 신설하기도 했다.

일례로 실습교육에서 실습지도자(교수·대학원생·조교 등)와 학생의 비율을 정량적으로 제시했다. 기본수의학(기초수의학) 실습은 1:20 이하, 임상수의학 실습은 1:10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상실습 대상도 반려동물(개, 고양이 등)과 농장동물(소, 돼지, 닭 등)로 규정하고, 임상로테이션도 주당 30시간 이상으로 30주 이상 운영하도록 구체화했다.

기초·예방·임상 수의학 전공별 교수 분포에 대해서는 ‘임상수의학(내과·외과·산과·영상의학·임상병리) 담당 전임교수가 전체 교수의 35% 이상이어야 한다’는 수치를 제시했다.

수의학교육을 위한 기본 시설 및 설비를 적합하게 갖춰야 한다는 기준도 수치로 변환했다. 강의실은 학생 1인당 1㎡이상 확보하고, 전체 학생수의 50%를 한 번에 수용할 수 있는 수의대 전용 강당을 확보해야 한다는 식이다.

대학 동물병원이 지역 내 최상급 진료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는 점도 반영했다. 중환자 입원실, 전염병 입원실 등을 독립적으로 갖추고, CT·MRI를 포함한 첨단의료장비를 운영하도록 열거했다.

이 밖에도 교육과정 설계, 수의학교육실 운영, 학생복지제도 및 자치 지원 등에 대한 인증기준도 정비한다.

이들 정량평가 기준은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수의과대학 의견수렴, 인증원 기준위원회 등의 심의를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박인철 원장은 2026년경부터 시작될 3주기 인증평가에 반영될 것으로 전망했다.

(자료 : 남상섭, 수의학교육 평가인증에 필요한 정량적 평정기준 도입 방안 연구)

인증 법제화, 예산 확대 과제

의사 양성 지원하는 복지부처럼 농식품부도 나서야

인증에 학생의견 반영 확대

원청길 경상국립대 교수는 수인원의 중장기 발전계획을 발표했다.

원 교수는 “수인원은 10년 넘게 운영하며 유능한 인증평가인력을 확보하고 교육부 인정기관으로서 대표성을 확립했다”면서도 “운영 예산이 여전히 부족하고, 의대와 달리 수의학교육에 대한 전문가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수인원의 발전 전략을 기반구축기(2024~2026), 성장도약기(2027~2029), 지속성장기(2030~2033)로 나누어 제시했다.

기반 구축을 위한 당면 과제로는 수의학교육 인증 법제화와 3주기 인증기준 개발, 예산확보 강화 등을 강조했다.

임상수의학회장 오태호 경북대 교수는 역량을 갖춘 수의사를 양성하기 위해 농식품부의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의사, 전문의 양성을 보건복지부가 주로 관리·지원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수의사 양성, 면허 획득 후 전문성 강화에 농식품부의 재원이 투입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공청회에 참여한 대한수의과대학학생협회(수대협) 안태준 회장은 “지난해 수대협이 실시한 수의대생 총조사에서 졸업 후 임상수의사를 희망한 응답자의 84%가 반려동물 임상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대학원 진학을 위한 성적관리가 중요하다는 응답도 높다. 현재 학생들은 임상전문성에 관심이 크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의학교육 인증평가에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내 의학교육인증이나 해외 수의학교육 인증에는 이미 학생의견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인철 원장도 “최근 개최한 평가위원 전문인력 양성 워크숍에서도 갓 졸업한 수의사 분들을 초빙한 바 있다”면서 “향후 학부생 시각에서 니즈를 파악해 인증평가 자료로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실습인력, 임상교수 비율, 대학병원 설비..수의학교육 인증, 숫자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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