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獣)타트 : 군 위탁교육은 처음이라]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는 수의장교로

서울대 수의대 군 위탁교육생 윤대기 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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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하면서부터 수의사들은 여러 번에 걸쳐 새로운 문을 두드립니다. 인턴으로 불리는 1년차 임상수의사뿐만 아니라 직장에 취직해도, 결혼을 해도, 이직을 해도 심지어 은퇴를 해도 1년차가 됩니다.

데일리벳 학생기자단 10기는 다양한 진로 앞에서 고민하는 수의대생, 새로운 생활에 직면하는 수의사들을 위해 [수()타트 : OO은 처음이라] 프로젝트를 준비했습니다.

수타트 프로젝트는 임상, 기업, 공직, 학계 등 여러 분야에서 1년차에 도전하고 있는 수의사들을 만날 예정입니다. 유학, 결혼, 입사, 개원, 창업, 은퇴 1년차인 수의사들의 이야기도 궁금한데요,

수타트 프로젝트 11번째 주인공, 서울대 수의대에서 군 위탁교육 과정을 밟고 있는 윤대기 대위를 데일리벳 학생기자단이 만났습니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충성! 서울대 수의대 본과 2학년에 재학 중인 육군 대위 윤대기입니다. 군위탁 교육을 받기 시작한 지 1년이 좀 넘었네요.

 

Q. <군 위탁교육>이 생소한 독자들이 많을 것 같은데, 간단히 설명해주신다면?

군은 대규모 인력조직이기 때문에 업무가 굉장히 세분화되어 있습니다. 특히 현대화된 군일수록 전문적인 지식을 요구하는 직무나 분야도 매우 많습니다.

이러한 경우 군에서 일정기간 동안 민간 혹은 군 교육기관에서 학위를 이수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제도가 ‘군 위탁교육’입니다.

그 중 수의과는 ‘국내 의학 학사’ 위탁교육 선발에 해당됩니다. 군에서는 매년 의학 7-9명, 치의학 1명, 수의학 1명을 선발하고 있습니다.

 

Q. 군 위탁교육 대상자는 어떻게 선발되나요? 일반적인 편입학과 다른 지도 궁금합니다.

먼저 군에서 선발이 되어야 하고, 그 다음 추가적으로 대학 편입시험을 통과해야 합니다. 이 편입 전형은 각 학교의 일반적인 선발 방식과 동일하게 이루어집니다.

군에서는 1차로 지원서와 각종 서류평가를 진행합니다. 어학 성적과 출신대학 학부 성적, 군복무 시 받았던 평정, 주변인 평가 등을 중요하게 봅니다.

주변인 평가는 같은 부대 소속 근무자에게 랜덤으로 평가지를 보내 지원자의 평소 인성이나 직무 능력 등을 평가하는 방식입니다. 개인 능력 외에도 사회성과 인간관계도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죠.

이러한 다면평가를 통과하면 2차로 대면 면접이 이어집니다. 최종 선발되면 군을 대표해 지원하고자 하는 학과가 있는 대학의 편입시험에 응시해야 합니다.

서울대 수의대의 경우 1차는 자기소개서와 같은 서류평가, 2차는 필기시험(생명과학) 및 대면 면접이 이루어졌고 이는 다른 편입 지원자들과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편입 준비는 부대에서 근무하며 퇴근 후나 주말 등 여가 시간을 활용해서 해야 합니다. 때문에 개인의 상황에 맞게 입시전략을 잘 세우는 것도 중요합니다.

 

Q. 군 위탁교육으로 수의사가 되기로 결심한 계기가 있나요?

저는 코로나가 한창 유행하던 2020년, 인천공항에 검역반 통역장교로 파견된 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 역학조사관들과 교류하면서 인수공통전염병이 국민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피부로 느꼈고, 검역반 활동을 하며 국민들을 직접 마주하는 일도 정말 보람찼습니다.

위탁교육을 오기 전까지는 전투 병과 소속 장교로 근무를 했습니다. 하지만 더 희소성 있고 전문성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인력이 되어 군에 기여하고 싶다는 마음을 가졌고, 자연스럽게 군에서 수의학과 관련한 일을 하는 수의병과에 관심이 생겨 지원하였습니다.

 

Q. 편입 전까지 대통령 경호부대인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에 근무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 군인으로서 경력을 쌓다가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게 두렵지는 않으셨나요?

처음부터 두려움보단 기대감이 훨씬 컸습니다.

적성에 더 맞는 일을 찾아가는 것이기도 했고, 육사 때부터 흥미 있는 분야를 깊게 탐구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 학업에 대한 기대가 많았습니다. 새롭게 도전한다는 것도 긍정적인 목표와 원동력으로 작용한 것 같습니다.

다만 생활에 있어서는 같이 공부하는 학우들과 나이나 배경에 차이가 있다 보니 저에게 거리감을 느낄까 걱정했는데, 감사하게도 동기들이 너무나 따뜻하게 품어주어 잘 지내고 있습니다.

 

Q. 수의대 생활은 어때요?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나이 차이가 나는데도 같은 학년 친구들뿐만 아니라 모든 수의대 구성원들이 친근하게 대해주어 적응하는데 전혀 무리가 없었습니다.

수의대 농구 동아리에서도 재밌게 활동했고요, 현재는 여러 중앙 동아리에도 참여하면서 즐겁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다만 낯선 학문영역을 새로 공부한다는 어려움과 많은 학업량에 대한 부담은 있습니다. 고등학교 때도 문과였고, 육군사관학교에서도 전공이 법학이었거든요.

그래도 훌륭한 동기들 덕분에 잘 소화하고 있고, 스스로 성장하는 걸 보며 나름의 성취감과 자신감도 얻어가는 중입니다.

 

Q. 군 위탁교육 편입학을 위해서 준비해야 할 것이 있다면?

일단 원서나 영어 자료가 많기 때문에 어학(영어)능력은 필수입니다. 평소 부대에서 근무하며 지휘관 및 주변 동료 근무자들에게 좋은 평정과 인정을 받아야 군에서 선발될 수 있습니다.

요즘 ‘중꺾마’라고들 하는데, 수의대에 오고 나서는 말 그대로 방대한 학업량을 소화할 수 있을 만큼의 꺾이지 않는 열정과 각오, 그리고 체력이 필요합니다.

저도 당직 서고 운동할 때도 지치지 않을 만큼 체력은 자신 있었는데, 시험 기간마다 어쩔 수 없이 지치고 힘이 드는 걸 보면 운동하는 체력이랑은 또 다른 것 같습니다.

 

Q. 수의대에서 군위탁교육을 마치면 어떤 진로를 갖게 되나요?

수의장교 또는 수의관으로서 군 장병에 대한 공중보건을 담당하면서 특히 수질이나 식품에 대한 위생검사, 인수공통전염병 예방 및 관리 등의 예방의학 업무를 맡게 됩니다.

아울러 군견과 군마 진료와 같은 임상 영역도 담당할 수 있습니다.

 

Q. 스스로 그리는 미래의 모습은?

아직 본과생이니 학업을 정상적으로 잘 마치고 국가시험까지 잘 통과하여 주어진 임무를 온전하게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게 가장 우선적인 목표입니다.

이후에는 해외파병을 통해 더 다양한 경험을 쌓고 싶습니다. 한미연합합동근무요원으로 근무하며 다른 나라의 수의병과 일원들과 교류하고, 국군 수의병과 발전에 이바지하고 싶습니다.

 

Q. 군 위탁교육 0년차, 혹은 군 위탁교육 편입학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말씀이 있다면?

정체성 확립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학교를 다니다 보면 군인과 학생이라는 두 가지 정체성이 공존하게 되는데, 자유로운 학교생활과 교우관계 등으로 인해 직접적인 군대 업무와 잠시 멀어져도 본질은 군인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군을 대표해서 수학하기 때문에 항상 책임감을 갖고 위탁교육에 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수의학사 군 위탁교육에 관심 있는 후배 장교들이 있다면, 단순히 대학생활에 대한 궁금증이나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으로 ‘나도 한번 해볼까?’라는 식의 안일한 도전보다는 확고한 목표 의식을 바탕으로 위탁교육에 지원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김신우 기자 yegurshin01@snu.ac.kr

[수(獣)타트 : 군 위탁교육은 처음이라]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는 수의장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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