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는 어떻게 성과바탕 교육하나` 수의교육학회 워크숍

실기 국가시험이 임상술기 교육 핵심 원동력..’과학적 근거 완비해야 현장서 받아들여’

등록 : 2020.05.18 09:34:08   수정 : 2020.05.18 09:34:08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한국수의교육학회가 12일 서울대 수의대에서 2020년도 워크숍을 개최했다. 이날 워크숍에서는 의학 교육계에서 성과중심 교육개선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노혜린 인제대 의대 교수가 초청강연을 펼쳤다.

노혜린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성과(learning outcome) 바탕 교육의 두 축인 역량과 EPA 개념과 실무 적용 경험을 소개했다. 국가시험에서 실기시험을 치르는 의학교육계에서 그에 필요한 임상술기지침을 개발한 노하우를 함께 전했다.

12일 수의교육학회 워크숍에서 초청강연에 나선 노혜린 인제대 의대 교수

12일 수의교육학회 워크숍에서 초청강연에 나선 노혜린 인제대 의대 교수

성과바탕교육 위한 역량 구체화 지속..진료수행·임상술기 지침 마련 추진 앞둬

수의학교육을 성과 중심으로 개편하려는 움직임은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한국수의과대학협회는 2016년 수의과대학 졸업생이 갖춰야 할 졸업역량(Day 1 Competency)을 선언했다.

2018년에는 이를 ▲기본역량(수의학적 개념과 원리) ▲진료역량(수의진료) ▲수의전문직업성역량 등 크게 3분야로 분류하고 보다 구체화했다.

진료역량의 경우 임상현장에서 흔히 접하는 임상증상 65개와 일반관리항목(예방접종, 진단서 발급, 애도) 1개를 기준으로 학생들이 익혀야 할 성과를 170개 최종학습성과(TLO)와 394개 실행학습목표(ELO)로 구체화했다.

가령 심잡음과 관련한 진료역량을 갖추기 위해 졸업생들은 ▲정상 심음과 심잡음을 구별하고 ▲심잡음을 생리적 잡음, 기능성 잡음, 병적 잡음으로 구분하며 ▲심잡음이 청진되는 동물에 대한 진단과 치료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 학습성과를 거둬야 한다는 것이다.

한수협 교육위원회는 2018년 이 같은 연구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러한 학습성과를 실제 현장 수준으로 상세화하는 진료수행지침(CPX), 임상술기지침(OSCE)을 마련하는 일을 과제로 제시했다.

이번 워크숍에서 초청강연에 나선 노혜린 교수는 의학교육계에서 성과바탕 교육에 필요한 교육 지침 마련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전문가다. 노 교수는 의과대학 임상교육과 국가시험 대비의 기준으로 쓰이는 기본진료수행지침과 기본임상술기지침의 편집위원장을 역임하고 있다.

 

감독없이 스스로 진료할 수 있는가’ EPA 개념 주목

실기시험·교육용 임상술기지침 개발 시 반박 못할 과학적 근거 확보가 핵심

노혜린 교수는 학습성과를 측량하는 두 축으로 역량(Competency)과 EPA(Entrustable Professional Activities, 위임가능 전문직무)를 소개했다.

2015년 이후 수의학 교육계에서 주목하던 역량과 달리 EPA는 ‘의사가 상급자의 지도감독 없이 수행하는 담당 업무나 책임’을 의미한다. 여러 역량이 통합적으로 작용해 임상현장에서 의사가 실제로 그 일을 할 수 있느냐에 초점을 맞춘다.

노혜린 교수는 “EPA는 전공의 수련 과정에서 먼저 주목했다. 교수가 밤에 잠을 자려면 일정 수준까지는 전공의들이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라며 “어느 시점에 어느 수준의 EPA를 달성할 수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마일스톤을 설정한다”고 설명했다.

네덜란드 산부인과학회가 설정한 전공의 EPA는 성취의 수준을 5단계로 분류한다. 이론지식만 아는 1단계부터 (2단계)완전한 감독 하에 수행, (3단계)일부 감독 하에 수행, (4단계)감독 없이 자체 수행, (5단계)남을 감독하거나 교육할 수 있는 수준까지 발전한다.

전공의 연차별로 요구되는 직무별 성취도 다르다. 가령 2년차 전공의에게는 정상산모관리는 5단계, 합병증이 있는 분만은 3단계까지의 성취가 요구되는 식이다.

의과대학 학부생에게도 EPA 개념의 성과는 요구된다.

북미의학대학협회(AAMC)는 전공의 과정에 돌입하는 의대 졸업생에게 요구되는 핵심 EPA를 제시한다. 우리나라 의학교육계도 의사 국가시험의 평가목표, 기본진료수행지침, 기본임상술기지침 등으로 제시된다.

네덜란드 산부인과학회에서 전공의 수련 연차별로 요구하는 EPA. 직무별로 마일스톤을 설정해 연차에 따라 요구되는 역량의 수준이 다르다. (자료 : 네덜란드 국립 역량중심 커리큘럼-산부인과)

네덜란드 산부인과학회에서 전공의 수련 연차별로 요구하는 EPA.
직무별로 마일스톤을 설정해 연차에 따라 요구되는 역량의 수준이 다르다.
(자료 : 네덜란드 국립 역량중심 커리큘럼-산부인과)

노혜린 교수는 임상술기지침 발간을 비롯한 임상교육 강화의 가장 큰 원동력으로 국가시험 실기시험 도입을 지목했다.

노 교수는 “이전에는 학생들이 필기시험에 경도되어 있고 술기 등 나머지는 졸업한 후 어떻게든 된다는 인식이 많았다. 이를 바로잡는 것이 필요했다”며 “실기시험이 생겼지만 국시에 나오는지 여부에만 관심을 보이는 등 단점도 있다”고 전했다.

국가시험 실기시험 도입과 그에 필요한 교육기준인 임상술기지침을 마련할 때는 과학적인 근거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 교수는 “교수들이 가르치던 내용과 술기지침이 다르면 저항감이 심하다. 이를 받아들이도록 유도하려면 과학적인 근거가 중요하다”며 “널리 인정받는 학술지 등 누구도 반박하지 못할 참고문헌을 최대한 세세하게 뒷받침해야 한다. 이 작업이 가장 오래 걸리고 심혈을 기울인다”고 설명했다.

과학적인 근거가 확실하다는 점이 인식되면, 교육현장에서도 채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현장 교수진의 참여를 유도하는 워크숍 등 행사와 의견수렴 절차도 강조했다. 각 진료과별 학회가 지침 작성과정에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하면서 공감대를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노혜린 교수는 “교육개선을 위한 작업도 현장에서는 필요성이나 활용방법을 알기 어렵다”며 “워크숍 등 지속적으로 행사를 개최해 소통하고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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