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 국가시험, 출제위원 따라 문항·난이도 출렁인다

수의교육학회, 국시 현황·개편 필요성 연구 중간발표..문제 구성·난이도 조절 관리 미흡

등록 : 2020.01.13 12:16:06   수정 : 2020.01.13 12:31:53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이날 남상섭 교수가 인용한 인터넷 상의 게시글. 국가시험 문항구성에 편차가 심하다는 지적은 이번 연구에서도 일부 사실로 드러났다.

이날 남상섭 교수가 인용한 인터넷 상의 게시글.
국가시험 문항구성에 편차가 심하다는 지적은 이번 연구에서도 일부 사실로 드러났다.

수의사 국가시험(이하 국시)에 대한 문제의식이 높아지고 있다. 과목별 출제위원이 3일간 합숙하며 문제를 만드는 기존의 형태로는 문항 구성과 난이도의 편차가 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한국수의교육학회(회장 이기창)는 대한수의사회 의뢰로 진행 중인 ‘수의사 국가시험 현황 분석 및 개편 필요성 조사’ 연구용역의 중간 결과를 9일 서울대 수의대에서 공개했다.

이날 연구진은 현행 국가시험에 대한 최근 응시자 및 수의대 교수진 대상 설문조사와 과목별 문제 구성, 난이도 조사결과를 소개했다.

 

출제위원 합숙에 매달린 국시 시험지..같은 과목도 해마다 내용 비중 편차

모르모트’ 공방수로 가늠하는 난이도도 주먹구구식

현행 국가시험은 기초수의학(100), 예방수의학(100), 임상수의학(130), 수의법규·축산학(20) 등 4교시에 걸쳐 총 350문항이 출제된다.

각 교시별로 포함된 2~8개의 세부 교과목마다 문항수가 배분되긴 하지만, 어떤 문제가 출제되느냐는 사실상 그해 출제위원에게 달려 있다. 그러다 보니 해마다 출제 경향이 크게 출렁일 위험성이 크다.

연구진의 남상섭 건국대 교수는 이날 자신의 전공과목인 수의해부학의 국시 기출문제(2011~2019)를 영역별로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검역본부가 국가시험 원문항을 제공하지 않아 응시생들이 음성적으로 복원한 기출문제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지만, 2013년에는 중요 영역인 비뇨·생식기계 해부 문제가 아예 제외됐고, 신경계 해부를 다룬 문항수가 연도별로 큰 편차를 보이는 등 문제점이 드러났다.

남 교수는 “같은 과목에서도 특정 주제에 대한 출제 비율은 매년 다르다. ‘어떤 해에는 여기서 왕창, 다른 해에는 저기서 왕창’ 나온다는 지적이 일정부분 맞다”고 꼬집었다.

남상섭 교수가 응시생 복원 문제를 대상으로 최근 수의해부학 국시 기출문제를 분석한 결과, 영역별 편차가 확인됐다.

남상섭 교수가 응시생 복원 문제를 대상으로 최근 수의해부학 국시 기출문제를 분석한 결과, 영역별 편차가 확인됐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응시생들도 공유하고 있었다.

연구진의 천명선 서울대 교수가 최근 국시를 치른 초임수의사 2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심층 인터뷰에서도 ‘출제위원에 따라 시험문제의 난이도와 범위의 편차가 크다’, ‘출제와 준비를 위한 가이드라인이 없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난이도 조절이 주먹구구식이라는 비판도 이어졌다. 이른바 ‘모르모트’로 불리는 검역본부 공중방역수의사들을 기준으로 난이도를 가늠하기 때문이다.

남 교수는 “출제위원 합숙에 따라온 공중방역수의사들이 먼저 풀어보게 해 난이도를 맞추는 현재 방식으로는 전문적인 검토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남 교수가 검역본부의 국시 문항별 정답률 분포를 분석한 결과, 최근 8개년 기출의 최저 정답률 평균은 9.6%에 불과했다. 특정 문항은 2.2%라는 극단적인 정답률을 보이기도 했다.

 

수의사 국시, 졸업역량 평가하는 시험 아냐..지엽적인 문제 많다

의사 국시는 평가목표집·문제은행 공개

국시가 다루는 내용이 표준화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천 교수의 응시생 인터뷰에서는 ‘시험범위가 너무 넓고, 지엽적인 문제들이 많다’는 지적이 반복됐다. 현행 국시가 졸업생이 가져야 하는 최소 역량을 테스트할 수 있는 시험이 아니며, 방향성도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응시생들로서는 6년간 다룬 과목들의 방대한 내용을 어디까지 공부해야 하는지 막막할 수밖에 없다. 출제위원을 위한 기준도, 응시생들을 위한 기준도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음성적으로 복원한 기출문제에 매달리고 있다. 국시 기출문제뿐만 아니라, 출제위원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있는 수의대 교수진의 평소 시험문제까지 대비하는 식이다.

그렇게 평소 내던 것과 비슷하게 출제되면 쉬운 문제, 다르게 출제되면 어려운 문제가 되는 셈이다.

국가시험 평가목표를 명확히 공개하는 의사 국가시험과 달리,  수의사 국가시험은 음성적으로 복원한 기출문제에 매달리고 있다.

국가시험 평가목표를 명확히 공개하는 의사 국가시험과 달리,
수의사 국가시험은 음성적으로 복원한 기출문제에 매달리고 있다.

반면 의사 국가시험은 출제위원과 응시생이 기준을 공유한다. 이날 연구진에 따르면,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은 의사 국가시험의 필기 및 실기 평가목표집을 발간해 공개한다.

가령 ‘고혈압’에서는 환자의 심한 정도와 합병증 원인질환 등을 진단하고, 적합한 치료계획을 수립할 수 있어야 한다는 식의 핵심성과를 제시한다.

응시생도 이 평가목표에 맞춰 문제가 출제된다는 점을 알고 준비할 수 있다. 문제은행 형태로 문제가 공개될 뿐만 아니라, 시험준비용 교재까지 따로 판매되고 있다.

남 교수는 “국시 평가목표가 없고 대학별로 교육내용도 다르다 보니, 학생들에게 국시 준비자료를 제공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학회에서는 문제은행 제작, 수의학교육 학습성과 반영, 실기시험 도입 등 국시 개편방향도 함께 제시됐다. 이를 추진하기 위한 별도 조직과 예산 확보가 전제돼야 한다는 지적도 반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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