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실습후기 공모전] Saint George’s University/건국대 이원진

Small Animal Clinic/Large Animal Farm, Saint George’s University

등록 : 2019.10.18 08:49:45   수정 : 2019.10.18 20:21:06 데일리벳 관리자

1. 지원동기

“Be brave! Take risks! Nothing can substitute experience!” 소설 <연금술사>를 집필한 Paulo Coelho 작가가 남긴 말이다. 한국에서 4년째 수의대를 다니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반려동물을 많이 키워보지도 않았고 항상 교과서 위주로 공부했던 나는 늘 현장중심 교육을 통해 나를 학문적으로 성장시켜 줄 기회를 갈망하였다.

외국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열망으로 2019 SGU International Exchange Student Program을 지원하였고, 지구 반대편 그레나다에 있는 Saint George’s University에서 드디어 그 기회를 맞이할 수 있었다.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유학생활을 알차게 보내기 위해 3개월이나 되는 긴 여름방학 동안 한국에 돌아가지 않고 학교에 남기로 결정했다.

SGU의 유일한 교환학생인 나에게 관심을 많이 가져 주신 Dr. Rodriguez 교수님과 Dr. Sylvester 교수님의 배려로 학교 Teaching Hospital에서 일하며 많은 걸 보고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덕분에 SGU Small Animal Clinic, Large Animal Farm에서 학부생 자원봉사자로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2. 실습기간 및 실습기관

학부생 봉사활동은 5.27~7.31 일정으로 진행되었다. 봉사활동 업무는 체계적으로 짜여 있지는 않았다. Small Animal Clinic은 내가 원하는 시간에 자유롭게 출퇴근할 수 있었던 반면, Large Animal Farm은 오전 8시부터 11시까지 아침 회진을 돌기 때문에 시간에 맞춰 농장에 와야 했다.

Small Animal Clinic은 학교 부속동물병원에 해당하는 기관이다. 그레나다를 통틀어 규모가 가장 크고 미국 및 유럽 출신의 실력 있는 수의사들이 진료하는 소동물병원이 두 군데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Small Animal Clinic이다(다른 한 곳은 Grenada Society for the Protection of Cruelty to Animals, GSPCA).

그렇기 때문에 반려동물이 더 나은 진료서비스 받기를 원하는 보호자들, 반려동물과 함께 여행하던 관광객, 본국에서 반려동물을 데려온 외국인 유학생들과 교직원들이 자주 방문한다. 종종 로컬 현지인 수의사들이 치료하지 못하고 돌려보낸 케이스도 들어온다.

SGU Small Animal Clinic

SGU Small Animal Clinic

Large Animal Farm은 Small Animal Clinic 바로 뒤편에 위치하고 있으며 학교 대동물농장에 해당한다. 말 11필, 소 33두, 당나귀 2필이 핸들러들의 꼼꼼한 관리를 받으며 넓은 농장에서 지내고 있다.

이 가축들은 오로지 학부생들의 실습만을 위해 학교 차원에서 관리되고 있으며 경마, 우유, 고기 등의 다른 목적으로는 사용되지 않는다. 그러한 이유로 평소에 임상 케이스가 많지 않다.

 

3. 실습내용

# Health certification

그레나다는 관광산업이 발달한 섬나라이기 때문에 항공기 통행이 상당히 많다. 아름다운 해변으로 휴양 온 관광객들, 다른 카리브해 섬나라로 떠나는 현지인들, 그리고 외국인 유학생들 및 교직원들로 공항은 항상 발 디딜 틈이 없다.

이들 중 많은 사람들은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고 있으며 반려동물의 항공기 탑승 및 외국여행을 위해 Health certification을 받으러 온다.

학부생 자원봉사자로서 나의 주업무는 History taking과 Physical examination을 진행하는 것이었다. 대부분 건강한 상태로 찾아오지만 보호자가 실수로 놓친 병변이 종종 발견되었다.

목적지 및 여행경로에 맞춰 그레나다 정부에서 발부하는 공문서를 작성하고 추가적으로 필요한 서류가 있는지 검토하였다. 트리니다드 토바고처럼 Rabies titer을 요구하는 일부 Rabies-Free Countries에 대해선 KSU Rabies Lab에 샘플 보내는 업무까지 맡았다.

까다로운 서류작업이 많았지만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서류들이기 때문에 항상 긴장한 상태로 신중하게 임하였다.

Health certification 훌륭한 수의사는 서류작업도 잘해야 한다는 걸 깨닫는 계기가 됐다.

Health certification
훌륭한 수의사는 서류작업도 잘해야 한다는 걸 깨닫는 계기가 됐다.

# Client communication

수의사들과 테크니션들은 수의학을 공부하는 것도 좋고 봉사활동 일을 열심히 하는 것도 좋지만 힘들게 외국으로 나온 만큼 영어실력 늘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하였다. 진료실이 환자들로 꽉 차고 병원일이 바쁘게 돌아가는 와중에도 보호자와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자주 만들어줬다.

그래서 보호자들에게 수의사의 Treatment plan을 설명해주고 그에 따른 진료비를 자세하게 설명해주며 서면으로 보호자 동의를 받았다. 진료를 마친 후엔 환자의 병력, 현재 건강상태, 임상증상, PE 또는 Lab test 결과, 처치과정 등 전반적인 진료과정을 요약했고 처방약물에 대한 간단한 보호자 교육, Recheck 진료예약을 하였다.

영어로 소통하는 데 다소 서툴지만 지난 학기 Communication Lab에서 배운 Calgary Cambridge guide를 참고하며 진료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였다.

보호자들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반응을 볼 수 있었다. 내 설명을 듣고 쉽고 이해하거나 질문 1~2개 물어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어떤 사람들은 내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살갑게 다가오기도 하였다.

한국으로 여행 갔던 경험이 있거나 원어민 강사로 일했던 사람들이 정말 많았고 내게 군대를 갔다 왔는지 물어보는 사람도 있었다. 친절하게 발음이나 억양 몇 군데 지적해주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진료비에 불만을 표시했던 사람들이다. 표정을 찡그리며 매섭게 나를 노려보는 보호자와 단둘이 마주보고 있는 그 순간, 시간은 유난히 천천히 흘렀고 진료실은 한없이 넓어 보였다. 살얼음 위를 걷는 것처럼 긴장되었다. 빨리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보호자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지, 어떤 말로 나를 이 진료실에 계속 묶어 두고 있을지 걱정되었다.

특히 내 설명이 잘 이해되지만 진료비가 너무 비싸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난감하였다. 나에겐 진료비를 깎아주거나 경제적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권한이 없었고, 주변에 다른 동물병원이 없었기 때문에 다른 병원을 찾아가시라는 말도 할 수 없었다.

봉사활동이 끝난 지 한 달이나 지난 시점에서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 지난 한달 동안 몇 번이나 곱씹어봐도 도대체 저러한 상황에서 어떤 대답을 해야 보호자를 만족시켜줄 수 있을지 감이 안 잡힌다.

지금도 가끔씩 몸서리치게 만드는 보호자 한 분이 기억난다. 마당에서 놀던 중 이웃집 개에게 공격당한 8주령 강아지를 데리고 왔다. 이빨자국으로 뻥 뚫린 Punctured wound가 목둘레 곳곳에서 발견되었다.

처음 병원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부터 표정이 그리 밝지 않았고 강아지를 좋아하는 어린 딸 손에 억지로 끌려온 티가 역력했다. 진료 내내 말끝마다 ‘그래서 진료비는 얼마나 나올 것 같냐’를 덧붙이며 병원스텝들을 곤란하게 만들었고 나 역시 진료비 청구서를 계속 수정하고 다시 출력하느라 바빴다. 수의사 선생님의 두 시간에 걸친 간곡한 설득으로 Antibiotic과 Bandaging 하는 것으로 합의하였다. 그로부터 이틀 간 Recheck 겸 Bandaging change로 병원을 찾아왔고 아무 문제없었다.

하지만 세 번째 날 내가 진료실에 들어간 날은 달랐다. 진료비는 평소와 동일하게 2만원 정도였다. 하지만 보호자는 평소보다 진료비가 더 비싼 것 같다고 항의하였다. 전날 진료비 청구서를 보여드려도 막무가내였으며 상처에 대한 재검사 비용을 빼는 대신 Bandaging change는 꼭 해야 된다고 설득해도 소용없었다. ‘모든 수의사들은 돈만 밝힌다, 보호자들에게서 돈 뽑아낼 궁리만 한다, 양심 있게 살라’는 등 거친 말을 내게 퍼붓고 그대로 떠나버렸다. 우울하고 힘 빠지는 하루가 되었다.

하지만 그 날 이후로 목에 큰 구멍이 뻥뻥 뚫려 있었던 어린 강아지를 두 번 다시 보지 못했던 것이 무엇보다 더 안타까웠다.

SGU Small Animal Clinic의 Treatment area

SGU Small Animal Clinic의 Treatment area

# Skin infection

그레나다는 1년 내내 따뜻하고 습한 날씨가 계속되는 열대기후이기 때문에 피부질환이 굉장히 많다. Itching, Hair loss, Ear scratching, Greasy exudate 등의 임상증상을 나타내는 환자들이 매일 두세 건씩 자주 들어왔다.

자원봉사자로서 나의 업무는 슬라이드를 만들고 현미경 보는 일이었다. 처음엔 Lab guide를 옆에 두고 자주 들춰보며 고군분투할 수밖에 없었다. 임상병리학 수업시간에 더 열심히 공부하지 못했던 걸 후회하였다. 지난날의 게으름과 나태함을 통렬하게 반성하였다.

안타깝게 바라보던 테크니션들은 두 달 동안 모든 피부질환 슬라이드를 내게 맡기며 강하게 단련시켰다. 깨지고 넘어지고 혼나가며 배운 덕분에 나중엔 신입 테크니션들에게 슬라이드 보는 법을 가르쳐줄 수 있을 정도로 능숙해졌다.

 

# Infectious disease

봉사활동하는 동안 Parvovirus와 Leptospirosis 케이스가 심심찮게 들어오곤 했다.

그레나다에선 반려동물을 자유롭게 풀어 키우는 분위기가 만연하다. 집 앞마당을 벗어나 옆집의 다른 개들과 어울리거나 바닥에 고인 웅덩이로 목을 축이는 모습을 흔치 않게 볼 수 있다. 그 과정에서 Parvovirus나 Leptospira에 감염되어 구토, 설사를 보이고 앙상하게 마른 강아지들이 자주 찾아오고 있다.

이들 케이스에서 안타까운 상황을 많이 경험하였다. 그레나다에선 굉장히 강력한 Leptospira serovars가 돌고 있기 때문에 백신을 접종한 강아지들도 종종 감염된다. 수의사들도 많은 진료비를 청구해야 하다 보니 처음부터 안락사를 또 하나의 선택지로 고려되는 분위기이다. Parvovirus 또한 마찬가지이다. 막대한 진료비 때문에 보호자가 입원치료를 포기하고 피하수액과 몇 가지 약물처방만 받고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많았다.

모기, 파리, 진드기를 매개로 하는 Vector-borne disease 또한 자주 발생하고 있다. 다행히도 Lyme disease는 유행하지 않지만 Heartworm disease, Ehrlichiosis, Anaplasmosis가 자주 진단되고 있다.

Small Animal Clinic에선 American Heartworm Society Guidelines에 근거하여 4가지 처방약물과 7주 이상의 치료기간을 두고 Heartworm disease를 다룬다. 수의사 선생님들은 Guidelines를 요약한 자료를 보여주며 Heartworm의 특징과 생활사, 치료약물들의 역할, 단계별 진료계획을 설명하였지만 이를 쉽게 이해하는 보호자는 거의 없었다.

몸 안에 기생충 하나 있을 뿐인데 수의사는 왜 이렇게 무거운 분위기로 설명하고 있고, 많은 종류의 약물이 필요하고, 오랫동안 진료를 받아야 하고, 진료비가 많이 나오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수의사 선생님들이 Heartworm으로 가득한 심장 포르말린 표본을 보여주며 설명하자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얼마나 심각한 병인지 이해하였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의 의미를 생생하게 깨닫는 순간이었다.

그 밖에도 몽구스를 주 매개체로 하는 Rabies가 섬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고 Transmissible venereal tumor (TVT)도 유행하고 있다. 도마뱀, 두꺼비, 박쥐, 원숭이 등 다양한 야생동물이 있기 때문에 다른 질병들도 어렵지 않게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 Surgery

(수술실습은 Saint George’s University 수의과대학의 Keith Kalasi 교수 지도하에 진행됐음을 알려드립니다-편집자주)

반려견, 반려묘를 자유롭게 풀어 키우는 문화 때문인지 수술환자가 자주 들어왔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도로 위를 천천히 거니는 개들이 많아, 빠르게 달리던 차를 미처 피하지 못하고 받히는 사고가 빈번하다. 이웃집 개들과 어울리다가 감정싸움으로 번져 서로를 물고 뜯는 일도 흔하게 발생하고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는 첫 골절수술 케이스였던 Puss puss이다. Puss puss는 2년령의 중성화된 암컷 고양이로, 굉장히 사랑스러운 고양이였다. Physical examination하던 중에도 하악대거나 날카롭게 굴지 않았다. 오히려 골골대며 애교 많은 모습으로 모두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CBC, Chemistry 결과 모두 정상수치를 보였다. 다만, 왼쪽 뒷다리가 비정상적인 각도로 안쪽으로 꺾여 있었으며 손으로 만졌을 때 ‘니야아아옹’하며 아파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보호자는 “Puss puss가 차에 가볍게 부딪혔는데 이틀동안 아무것도 먹지도, 마시지도 않았다”고 설명하였다.

방사선검사 결과 Femur에서 Complete fracture가 발견되었고 Tibia에도 많은 실금이 발견되었다.

다음날 오후 2시, 수술이 시작됐다. 다리뼈에 IM pin을 받고 Locking plate로 골절부위를 고정시키는 수술이었다. 다리뼈가 작고 가늘었으며 절개창 크기 또한 손가락 굵은 흑인 수의사가 다루기엔 넉넉치 않았다. 손이 정말 많이 가는 작업이었고 수술속도는 한없이 더디어져만 갔다. 급기야 손이 작은 나한테 드릴로 직접 작업하라는 지시가 내려오기에 이르렀다.

처음엔 학부생이 드릴로 뼈를 뚫는 작업을 해도 되는지 걱정되었다. 모두의 시선이 내 손끝을 향하고 있다는 사실에 긴장되었다. 지난 학기 Orthopedic lab에서 연습했던 걸 떠올리며 조심조심 작업하기 시작했다. 뼛가루가 뿌옇게 일기 시작하자 식은땀으로 등이 축축해졌다.

오후 6시, 수술은 잘 마쳤고 다음날 Puss puss는 퇴원하였다. 그로부터 2주 후 Puss puss는 봉합사를 제거하러 병원을 찾았다. 정상적으로 잘 걷고 활동하였으며 술부 또한 잘 회복되었다.

다만 내가 다가가자 하아악 경계하며 날카롭게 반응했다. 사랑스러웠던 예전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혹여라도 몸 어디 안 좋아질까 걱정되어 밥 굶어가며 케이지 옆에서 하루종일 챙겨줬는데. 마음속으로 깊은 상처를 받았다.

굉장한 경험이었다. History taking, Physical examination, Lab test부터 골절수술과 술후 관리까지, Puss puss가 병원에 들어오고 나갈 때까지의 모든 진료 과정에 내가 있었다. 그 과정에서 이 작은 고양이에게 깊은 정을 붙이고 보호자 가족과도 많이 친해졌다.

지난 학기 외과수업에서 공부한 지식을 실제 현장에서 직접 적용하고 복습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학교실습 시간에 모형으로 연습하는 것과 환자 케이스를 직접 경험하는 것엔 큰 차이가 있었다. 끊임없이 출혈이 발생하고 있는 와중에 근육과 다른 결합조직들을 헤집어가며 뼈를 맞추기는 쉽지 않았다. 손을 바쁘게 움직이는 동시에 해부학 책 그림자료, X-ray 사진, 실제 수술장면을 통합적으로 생각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수의사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큰 실수 없이 일을 마칠 수 있었고 건강하게 회복한 Puss puss를 보며 앞으로 학업에 더 열중할 동기를 얻었다. 학부생 봉사활동에 지원한 것을 최고의 선택으로 만들어준 경험으로 남았다.

Puss puss의 수술 전(좌), 수술 후(우) 방사선 사진 (출처 : SGU Small Animal Clinic)

Puss puss의 수술 전(좌), 수술 후(우) 방사선 사진
(출처 : SGU Small Animal Clinic)

자원봉사자로 일하기 시작했을 때 병원에서 근무하시는 수의사 한 분이 Research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레나다에서 생활하는 반려묘와 길고양이의 감염성 질환 현황을 파악하는 연구였다.

길고양이의 혈액샘플을 채취하고 중성화수술을 하고 포획된 장소에 다시 풀어주는 일이 반복되었다. 하루에 적게는 3마리, 많게는 8마리까지 중성화수술을 하였다. 그 과정에서 상당히 많은 일손이 필요했고 Assistant로 수술방에 자주 들어가는 영광을 얻었다.

수의사 선생님께서는 연구를 도와주는 학생들, 신입 테크니션들을 위해 해부학, 약물, 수술방법, 마취 테크닉 등 이것저것 자세하게 설명해 주시며 수술을 천천히 진행하셨다.

나를 비롯해 외과수업을 들은 학부생들에겐 중성화 수술을 직접 해볼 수 있는 기회도 주어졌다.

나의 첫 중성화수술 환자 Hagrid

나의 첫 중성화수술 환자 Hagrid

# Daily check-up

Large Animal Farm에선 임상 케이스가 많지 않기 때문에 진료를 돕거나 케이스를 다루기보다는 이른 아침 Daily check-up을 보조하는 일이 주 업무였다. 아침 회진은 주로 눈상태와 가벼운 외상을 확인하는 것으로 진행되었다.

온화한 기후의 그레나다에서 지내는 말들에겐 Habronemiasis가 최대의 적이었다. 파리가 정말 많은데, 이들은 습하고 물리적 방해가 적은 Medial canthus에 산란한다. 파리 유충은 수분이 많은 눈물샘, 콧길을 따라 SQ route로 이동하며 그 과정에서 Tissue damage, Inflammation, Allergic reaction 등을 야기한다.

그렇기 때문에 Saline을 적신 거즈로 눈가를 닦아주고 석회화된 이물질을 Hooker로 파내는 작업을 자주 하였다. 그리고 항생제와 소염제 연고를 발라주고 병변이 심한 경우 NSAIDs를 경구로 투약하기도 했다.

특히 ‘Honey’라는 이름을 가진 말은 다른 말보다 병변이 더 심각했다. 눈 주위가 퉁퉁 부어 있었고 Medial canthus는 희멀건 이물질로 꽉 차 있었다. 하네스에 손을 뻗기만 해도 세차게 머리를 흔들고 예민하게 반응하였다. 도와주려는 마음 몰라주고 몸부림 치는 녀석이 꽤나 야속했다. 하지만 봉사활동 끝날 때까지 특별히 더 잘 챙겨주려고 노력하였다.

오로지 학부생 실습용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Large Animal Farm의 말들은 대체로 큰 상처 없이 건강한 편이었다. 흙바닥에 구르거나 펜스에 긁혀서 생기는 작은 찰과상 정도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레나다는 작은 상처라도 파리, 외부기생충의 먹잇감이 되거나 2차감염에 의해 Abscess로 발전하기 쉬운 환경조건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작은 상처라도 Aluspray와 SWAT ointment로 꼼꼼하게 덮어줘야만 했다.

Large Animal Farm 말들은 그레나다의 따가운 햇빛을 피해 그늘에서 하루를 보낸다

Large Animal Farm
말들은 그레나다의 따가운 햇빛을 피해 그늘에서 하루를 보낸다

갓 태어난 송아지와 함께 옆에서 어미소가 노려보고 있어서 얼굴은 웃고 있지만 속으론 굉장히 무서웠다

갓 태어난 송아지와 함께
옆에서 어미소가 노려보고 있어서 얼굴은 웃고 있지만 속으론 굉장히 무서웠다

# 느낀 점

필드경험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꼈던 기억을 되새기며 봉사활동에 임하였다. 그 덕분에 여전히 공부를 더 많이 해야 하지만 실습경험을 쌓자는 목표를 이뤘다고 판단한다.

교과서에서 글로만 읽고 공부했던 내용이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생생하게 볼 수 있었다. 이는 그 동안 잘못된 방식으로 공부해왔던 것을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책에서 별로 비중 있게 다뤄지지 않고 빠르게 읽고 넘어간 부분이 실제 현장에선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경우를 많이 목격하였다. 책에서 여러 차례 강조된 부분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내용이었던 적도 있었다. 이 덕분에 앞으로 어떤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을 잡을 수 있었다.

한국에서 수의학을 공부하는 내내 나는 ‘동물을 글로만 배운 사람’에 머물러 있었다. 지인들은 내가 수의학을 공부한다고 하면 실습실에서 귀여운 강아지, 고양이들과 한데 엉켜 하하호호 웃는 모습을 떠올리지만 정작 학교에서 반려동물과 마주친 적은 거의 없었다. 피곤하고 지친 상태로 책만 주구장창 읽어 내려간 기억 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매너리즘에 빠지고 학교생활에서 활기찬 모습을 찾기 힘들었다.

하지만 두 달 간 강의실에서 벗어나 병원에서 생활했던 경험은 내게 큰 활력소가 되었다. 친절한 수의사 선생님들과 테크니션들은 나를 학부생이 아니라 예비 수의사로 대했고, 책 한 쪽이라도 더 읽기보다 보호자와 소통하고 진료에 참여하기를 강조하였다.

수의대 생활을 처음 시작했을 때의 그 심정 ‘아픈 동물들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걱정해주며 진료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을 다시 품을 수 있었다.

한국에서 수의학을 공부하며 힘든 길을 걷고 있는 선후배 동기님들께 실습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봉사활동 마지막 날, 정든 테크니션들과 함께

봉사활동 마지막 날, 정든 테크니션들과 함께

4. 지원방법

건국대 수의과대학에서 교환학생으로 온 본3 학생들은 Small Animal Clinic 관계자 분들께 이메일로 문의하여 지원할 수 있다.

Dr. Wayne Sylvester, Medical Director, Small Animal Clinic. Assistant Professor, Dept. of Small Animal Medicine and Surgery, School of Veterinary Medicine. : WSylvester@sgu.edu

Dr. Inga Emma Karasek, Assistant Professor, Dept. of Large Animal Medicine and Surgery, School of Veterinary Medicine. : ikarasek@sgu.edu

Ms. Melissa Walters, Practice Manager, Small Animal Clinic. : MWalters@sg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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