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링도 못 막은 열정이 모인 ‘행동학 콘서트’ 그리고 짧은 뒷이야기

충북대 유수키, 행동학 콘서트 주최...약 400명 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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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18 concert

지난 9월 7일 태풍 링링이 서울을 강타했습니다. 하지만 이날 건국대학교 학생회관 프라임홀에서 열린 ‘행동학 콘서트’에는 주최 측의 우려와 달리 약 400명의 수의대생이 참가하며 성황을 이뤘는데요.

충북대 수의대 동아리 유수키(유능한 수의사를 키우는 모임)이 주최한 이번 행동학 콘서트에는 그녀의동물병원 설채현·조광민 원장과 백산동물병원 김명철 원장, 그레이스동물병원 나응식 원장이 연자로 나섰습니다.

이날 콘서트는 ‘나는 왜 수레이너(수의사+트레이너)가 되었나’를 주제로 한 설채현 원장의 강연을 시작으로 조광민 원장의 ‘ 힘겨워하는 아싸들을 위하여’ 김명철 원장의 ‘그 냥이가 그의 병원을 좋아하는 이유’ 나응식 원장의 ‘어쩌다 신이 된 남자’ 순으로 이어졌습니다.

약 4시간가량 진행된 강연 이후에도 3시간이나 질의응답 시간을 가지며 학생들의 다양한 궁금증을 나눴는데요, 일체의 스폰서쉽 없이 자발적으로 기획된 이번 콘서트에는 연자들이 강연료를 받지 않고 학생들의 참가비 모두를 장학금과 전자기기, 호텔숙박권 등의 경품행사로 되돌려주었다고 합니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유수키 김태민 대표는 “이번 세미나를 마지막으로 2년간 9회의 세미나 주최를 마쳤다”며 “앞으로 후배들이 이어갈 유수키는 학생들을 위한 강의를 계속해서 유치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행동학 콘서트 강연에 나선 네 분의 소감과 뒷이야기를 잠깐 들어봤습니다.

Q 먼저 강연을 해주신 소감 부탁드립니다.

설채현 원장 : 오히려 제가 수의학도들의 열기에 에너지를 받고 배워가는 시간이었습니다.

조광민 원장(이하 조) : 태풍을 뚫고 행사장을 가득 메운 후배님들 모습에 감동했습니다. 덕분에 힘든 것 하나 없이 행사를 치를 수 있었습니다. 비행기 결항 탓에 참여하지 못한 제주대 학생들을 위해서라도 이번보다 더 나은 기획으로 돌아오겠습니다. 

김명철 원장 : 어제 태풍에도 불구하고 강의 콘서트를 찾아준 전국수의대 후배들의 열정을 보며 큰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그 열정들이 자칫 꺼지지 않도록 후배들을 위해 더욱 열심히 길을 닦고 노력하는 선배가 되겠습니다.

나응식 원장 : 행동학에 대한 갈증뿐만 아니라 전국 수의과대학 400명 가까이 되는 학생들에게 수의사로서 진로에 대한 갈증을 조금이나마 해소해주고 경험을 전해줄 수 있는 뜻 깊은 자리였습니다.

Q. 행사를 기획하시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조 : 최근 후배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너무 일찍 자기한계를 정해버린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저는 비록 크게 성공한 수의사는 아니지만, 뛰어난 선생님들을 모시고 ‘나는 수의사니까 이 정도까지가 한계겠지’하는 생각을 깨 주고 싶었어요.

그렇다고 후배님들 입맛에 맞는 이야기만 하려고 한 건 아닙니다. 현실을 미화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저희 모두 행동학을 해 나가고 있는 수의사니까 행동학을 베이스로 하되, 다른 행사에서 다루지 않았던 수의사로서의 삶 전반에 관한 이야기를 담으려고 했습니다.

이 부분은 행사를 주관한 충북대 유수키 후배님들이 정말 많이 도와주셨어요.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유수키 측에 감사드립니다.

Q. 수도권을 관통한 태풍에도 불구하고 400명 가까운 학생들이 행사장에 운집했습니다.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조 : 아무래도 같이 행사를 진행한 선생님들의 유명세 때문이겠죠(웃음). 많은 수의학 행사를 가봤지만, 수의대생이 수의사와 같이 사진을 찍고 사인을 받기 위해 이렇게까지 줄을 늘어선 모습은 처음 본 것 같습니다.

Q. 그래도 400명이나 되는 학생이 유명세만 보고 모인 것은 아닌 것 같은데요.

조 :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에 대한 고민이 많은 탓이겠죠. 수의대만 들어오면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삶의 방향이 잡힐 거라 기대했는데 현실은 전혀 아니니까요. 혼란스럽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하고 그런 불안한 마음이 행사장으로 학생들을 이끈 것 같습니다.

사실 저희도 똑같았어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10년 전이나 20년 전이나 현실에 대한 불안은 비슷한 것 같습니다.

Q. 일체의 강연료를 받지 않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조 : 애초에 돈을 벌려고 기획한 행사가 아니었어요. 심지어 제 병원은 문까지 닫고 행사에 참석해서 손해가 막심합니다(쓴웃음). 학생들에게 적지 않은 입장료(3만원)를 받긴 했지만, 받은 것 그대로 한 푼도 남김없이 돌려주기로 마음먹고 시작한 행사입니다.

총 200만원의 장학금과 호캉스 등의 고가의 경품을 내걸 수 있던 것도 강의료를 받지 않아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Q. 앞으로도 이런 행사를 하실 계획이 있나요?

조 : 태풍 때문에 비행기가 결항돼 참석하기로 했던 제주대 학생분들이 참석하지 못한 걸로 알아요. 그 분들을 위해서라도 꼭 다시 행사를 열 생각입니다. 여건이 허락된다면 더 넓은 장소를 빌려 최대한 많은 학생들과 생각을 나누고 싶습니다.

다음엔 저희 말은 좀 줄이고, 후배님들 생각을 더 많이 듣고 싶습니다. 학부생 중에 다른 도전을 하고 있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채민경 기자 chaemg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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