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살아있는 동물 실습 줄어드는 수의대,수의사는 어디서 실습하나

등록 : 2019.09.16 06:13:02   수정 : 2019.09.16 07:46:35 데일리벳 관리자

최근 “경북대학교 수의과대학이 ‘질 도말 실습’을 잠정 폐지했다”는 보도를 접했다. 해당 실험은 실험견의 질 도말 검사를 통해 발정 여부를 확인한 뒤 적정 시기에 교배를 시키고 임신과 분만까지 경험하는 실습이었다.

이 같은 실습에 대해 동물학대 의혹이 제기되자 실습이 잠정적으로 중단됐고, 실습에 이용됐던 5마리의 개들도 분양 절차에 들어갔다고 한다.

그런데, 실습 폐지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은 엇갈렸다. 보도에 따르면, ‘동물을 다루는 모든 실습이 위축될까 우려된다’는 의견과 ‘몇 번이면 충분히 익힐 수 있는 것을 1년 내내 하는 것은 시간 낭비’라는 의견이 대립했다고 한다. 담당 교수 역시 “이 실습을 통해 배우는 게 많다고 생각하는 학생이 다수다. 학생들은 제보자 등 소수의 의견만 주로 다뤄진 점에 상처를 받은 상태”라고 말했다.

부끄럽지만 필자 역시 수의대생 시절 같은 실습을 했었다.

산과 조별 실습이었는데 한 학기 동안 진행됐으며, 교배 전에 수컷 실험견 정액의 활성도 검사도 했었다. 자연분만을 시켰던 조도 있고, 제왕절개를 했던 조도 있었다. 필자의 모교에서도 몇 년 전에 해당 실습이 중지됐다. 살아있는 동물로 실습을 하고, 교배 및 분만을 통해 실험견을 추가로 생산해 내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얼마 전 모교에 방문해보니, 해당 실습은 봉제 인형으로 대체됐다. 큰 강아지 인형 속에 종이와 실로 자궁, 난소를 만들어 놓고 제왕절개를 하는 것 같은 실습을 하는 것이다. 실험실 소속 대학원생이 봉제 인형을 바느질하던 모습이 생생하다.

살아있는 실험견에 수술을 했던 외과 실습 역시 없어졌다. 참고로 필자는 수의대생 시절 슬개골탈구 수술의 술자를 맡아 실습을 해봤었는데, 벌써 10여 년 전 얘기다. 당시에도 실습에 대한 문제 제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가장 만족스러운 실습으로 산과 실습과 외과 실습을 꼽았던 학생들이 꽤 많았다. 그때는 동물복지와 생명에 대한 의식 수준이 지금과 현저히 달랐던 것 같다.

동물보호복지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증가하고, 생명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면서 수의대의 ‘살아있는 동물 실습’이 줄어드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수의사를 양성하는 곳에서 살아있는 동물을 희생시키는 것은 분명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을 수 있다. 건국대 수의대가 최근 1억원 상당의 임상실습용 모형을 도입한 것도 이 같은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한 결과일 것이다.

건국대 수의대가 최근 도입한 신데버 모델

건국대 수의대가 최근 도입한 신데버 모델. 각종 외과수술이 가능한 복강장기와 해부구조를 재현했다.

하지만 이런 고가의 실습 모형에 대해서도 “실제 살아있는 동물과는 차이가 크며, 학생이 충분히 경험하기에는 한계점이 많다”는 의견이 있다. 또한, 재정 상황을 고려할 때, 모든 수의대에서 학생들이 충분히 실습해볼 수 있을 정도의 실습 모형을 도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있다.

‘모형으로 실습을 완벽히 대체하는 것’은 아직 현실성이 떨어지는 얘기라는 것이다.

한 50대 임상수의사는 사석에서 필자에게 “동물복지도 중요하고 좋지만, 후배들이 (실습을 충분히 하지 못해) 돌팔이가 될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듣자마자 필자의 머릿속에 떠오른 일이 있었다. 얼마 전 한국동물병원협회가 런칭한 ‘소동물외과 교육 과정’이 수천만 원의 금액에도 불구하고 며칠 만에 신청 마감된 일이었다. 이 과정에는 합법적인 카데바 실습이 포함되어 있는데, 카데바 실습을 위해 일본을 여러 차례 방문해야만 한다. 기증된 동물 사체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우리나라에서는 수의사들이 합법적으로 카데바 실습을 해볼 기회가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얼마나 실습의 기회가 부족하면, 실습을 위해 수천만 원을 내고 일본을 여러 차례 왔다 갔다 해야만 하는 것일까.

한 업계 관계자는 “한국 수의사들이 카데바 실습을 위해 일본에까지 가야 한다니 충격적”이라며 “수의사들의 실습에 대해서는 예외적인 허용이 필요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1년에 안락사, 자연사 되는 유기견이 수만 마리인데, 이 동물들의 사체 처리비용이 만만치 않다. 이를 활용해 수의사들이 실습을 하고, 사체를 각 동물병원에서 의료폐기물로 처리하면 수의사도 좋고 정부도 좋을 것 같다”며 관련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해보겠다고 했다.

동물 실습에 대해 ‘교육’과 ‘생명’이라는 가치가 충돌하는 문제는 다른 나라에서도 발생한다.

해외 학회에서 만난 한 외국 수의사와 이런 얘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그 수의사는 “한 시민단체가 수의대의 실습을 반대하는 활동을 했는데, 그때 ‘당신의 반려동물이 아플 때, 실습 경험이 충분한 수의사와 경험이 부족한 수의사 중 누구에게 동물을 맡기고 싶냐’고 물었더니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는 일화를 들려줬다.

누구도 살아있는 동물을 희생시키는 실습을 반기지 않는다. 다만, 그것이 지니는 교육적 효과와 생명의 가치에 관한 생각이 사람마다 다를 뿐이다.

개인적으로, 살아있는 동물 실습을 완벽히 대체할 수 있는 대체실습법이 하루빨리 개발되어 전국 수의대에 보급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부디 그때까지 ‘후배들이 돌팔이가 될 것 같다’는 수의사의 걱정이 기우로 그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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