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고향 홍천에서 다시 꾸는 통일돼지의 꿈:김준영 수의사

등록 : 2019.08.05 21:13:07   수정 : 2019.08.05 21:26:23 이학범 기자 dvmlee@dailyv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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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전 통일농수산사업단 양돈사업팀장으로 북한에 양돈장을 짓고, 돼지를 보낸 수의사가 있습니다. 양돈장 건립 이후에도 주기적으로 북한에 방문해 교육·관리까지 담당했던 김준영 수의사(사진)가 그 주인공입니다.

‘故정주영 회장은 북한에 소를 보냈고, 김준영 수의사는 돼지를 보냈다’는 농담도 있습니다.

김준영 수의사는 최근 고향인 강원도 홍천군에 ‘김준영 동물병원’을 개원하고 지역 발전을 위해 노력 중입니다. 다음 달에는 <다시 꾸는 통일돼지의 꿈>이라는 책도 출간합니다.

데일리벳에서 ‘통일돼지 아빠’ 김준영 수의사를 만나, 과거 그가 참여했던 남북교류와 현재 꿈꾸고 있는 지역발전·남북교류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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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수의대를 늦게 졸업했다고 들었습니다.

수의대생 때 학생운동을 해서 겨우 졸업할 수 있었습니다. 1984년 2학기 겨울방학 때부터 본격적으로 학생운동을 하다가 1986년 8월부터 두 달간 수원지역자민투위원장을 맡아서 활동하던 중 수원교도소에서 6개월간 복역한 적도 있어요.

이후 여러 활동을 하면서 6월 항쟁 기간을 온몸으로 겪기도 했습니다. 국민 저항 덕분에 대통령 직선제가 도입됐고, 학교에서도 제적됐던 사람들을 다시 복적시켜줬어요. 그래서 1987년 9월에 복적했고, 다시 수의대를 다니게 됐습니다.

졸업을 1990년 2월에서 해서 대학을 6년 다닌 셈인데요, 그래서 저는 수의대가 6년제가 되기 전에 미리 6년을 다녔다고 얘기하고 다닙니다(웃음).

Q. 수의대 졸업 후에는 농민운동을 하셨다고요.

1990년 수의사 국가시험에 여지없이 떨어졌는데, 그때는 수의사 면허증에 대한 생각이 적었어요. 당시 저에게는 농민운동이 더 중요했습니다. 자연농업중앙회라고 농법운동을 하는 곳이 있었는데, 거기에 들어가서 활동했어요.

그렇게 자연농업중앙회에서 농민운동을 할 땐데, 제가 수의대를 나온 걸 안 사람들이 “축산 관련된 일은 김준영 네가 해라” 이렇게 얘기하더군요. 그런데 수의대를 나오긴 했지만, 돼지 농가 농민보다 제가 더 모르더라고요. 그땐 정말 쪽팔려서 공부를 제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약 2달간 열심히 공부한 뒤 1991년 1월 국가시험에 합격해서 수의사 면허증을 받았습니다.

자유농업중앙회 활동 당시 유기농 손두부를 만들던 김준영 수의사(사진 우측)

자유농업중앙회 활동 당시 유기농 손두부를 만들던 모습

Q. 수의사가 된 이후에는 어떤 활동을 하셨나요?

우선 육가공회사로 갔습니다. “공부를 해서 수의사 면허증을 따오면 써줄게”라고 했던 육가공회사 사장님이 계셨었거든요. 당시 자연농업중앙회가 1년 6개월 만에 해체되는 바람에 저는 아예 그 육가공회사에 취직했습니다.

육가공회사에서 백화점에 한우를 납품하기 위해서 일본 고베로 화우를 공부하러 갔었는데, 그러면서 저와 축산의 인연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생각해요. 축산이 참 매력 있다고 생각한 것도 그즈음입니다.

이후 동물용의약품 회사, 사료회사를 거쳐 수의사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하게 되는데, 이때 서비스 전문화를 위해 돼지를 주전공으로 선택했어요.

1994년 5월 도드람양돈조합으로 옮겼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돼지만 25년째 해오고 있습니다. 1996년에는 미국 미네소타주립대학교 주한수 교수님의 바이러스실험실에 가서 4개월간 실습하고 공부도 했었어요.

그 뒤 2000년에 도드람양돈조합을 그만두고 독립해서 김준영 양돈컨설팅이라는 이름으로 컨설팅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Q. 북한 축산에 관심을 가지신 건 언제인가요?

김준영 양돈컨설팅 이름으로 컨설팅 사업을 할 때 남북관계, 통일문제에 관한 생각을 하게 됐어요. 특히, 낙후된 북한 농축산업을 보면서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아무래도 고향(강원도 홍천)이 북한과 맞닿은 곳이니 더 할 일도 많고 지역 정치의 필요성도 크게 느꼈죠.

Q. 본격적으로 통일돼지 얘기를 해보죠. 북한에 여러 차례 다녀오셨죠?

2005년부터 만 4년을 매달 금강산에 다녀왔습니다. 제가 돼지 분야에서 10여 년 활동했을 때니까 어느 정도 이름이 알려져서 통일농수산사업단에 합류하게 되었어요. 정부에서 북한에 양돈장을 짓는 시설 계획은 세웠는데, 구체적인 생산 계획이 필요하다고 저를 부른 거죠.

양돈장 시설비는 통일부 남북협력기금에서 나와서 문제가 없었는데, 양돈장만 지어줄 수 없잖아요. 돼지도 있어야 하고, 사료, 약품도 필요하고. 그런데 그런 건 지원이 안 되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업체에 부탁해서 사료, 약품 지원도 하고, 북한에 다니면서 교육과 관리를 했었습니다.

2010년 5.24 조치로 사료 지원이 중단된 것이 교류의 마지막이었고, 그 뒤로 지금까지 재개가 안 됐죠. 벌써 10년이 다 되었네요.

금강산 금천리 양돈장을 방문한 김준영 수의사(2007년)

금강산 금천리 양돈장을 방문한 김준영 수의사(2007년)

Q. 북한 곳곳에 양돈장이 생겼죠?

2005년 10월 금강산 성북리 양돈장이 완공되어 우리나라 종돈 26두가 공급된 것을 시작으로, 금천리 양돈장, 삼일포리 양돈장 등 금강산에만 3개의 양돈장이 지어졌습니다.

금강산 지역 3개의 양돈장 이외에도 개성에 ‘봉동리 양돈장’도 건립됐죠.

또한, 2007년 10월에 열린 ‘제2차 남북정상회담’의 후속 조치로 평양에도 5천두 규모의 양돈장을 남북이 공동설립하기로 했는데, 이후 남북관계가 악화되면서 사업도 멈췄습니다. 결국, 평양에는 양돈장이 지어지지 못했어요.

2006년에는 의미있는 일이 있었습니다. 4월 7일 성북리 양돈장에서 최초의 통일돼지 11마리가 태어난 것이죠.

2005년 10월 (주)다비육종이 통일농수산사업단을 통해 기부한 웅돈과 후보돈이 교배하여 낳은 첫 통일돼지였습니다. 우리나라가 보낸 돼지를 두고 북한 사람들이 ‘월북돼지’라고 부른 것도 재미난 일화입니다.

통일돼지 11마리

통일돼지 11마리

Q. 앞으로 다시 축산 관련 남북교류가 진행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작년에 농식품부에서 모임이 한 번 있었어요. 남북교류 시 농업교류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모임이었는데, 제가 그때 “남북이 이미 정했던 양돈장 건립과 종자보관소 건립사업부터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공감대도 형성됐었어요.

제가 축산하고 수의분야 교류 방법은 고민을 좀 많이 해놨습니다. 북한은 지금 전체 산업의 약 60%를 농업이 차지하고 있거든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 남북 강원도를 ‘강원도평화특별자치도’로 지정하는 것도 제안했어요.

Q. 지난 5월 홍천에 김준영 동물병원을 개원하고, 지역 발전을 위해서 노력하고 계시죠? 원래 고향도 홍천이라면서요?

네, 홍천군 내면 창촌리 창촌초등학교, 홍천군 남면 오안초등학교를 다녔고, 5~6학년은 홍천읍의 홍천초등학교를 다녔어요. 홍천초 65회 졸업생입니다.

중학교는 홍천중학교(30회)에 다녔고, 고등학교는 춘천 제일고(현 강원대 사범대학 부설고등학교)를 나왔습니다. 축산수의 분야 활동도 철원, 화천, 양구, 인제에서 많이 했고요.

남북교류가 재개된다고 생각하고, 지금 강원도 지역에 준비하는 게 많아요. 남북강원도협력협회 모임에서 축산분야 전문위원으로 활동도 하고 있거든요. 축산, 수의분야에서 제가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고 봐요.

당장 북한에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했는데 우리나라 돼지고기 가격에도 영향을 미쳤고, 축분으로 인한 냄새 문제 등으로 축산이 우리나라에서 혐오업종이 되어가고 있는데, 이런 부분도 남북관계가 잘 풀어지면 더불어 해결할 수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지역과 관련해서 더 싶은 말씀이 있다면?

우선 농촌 환경 개선 사업이 중요해요. 홍천을 비롯해 일부 축산농가가 냄새 문제, 축분처리 문제로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는데요, 저는 축분을 에너지 자원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바이오매스 시스템 도입으로 가스, 전기, 에너지, 열, 비료 등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또한, 산림자원의 활용도를 높일 필요도 있어요. 산림자원 재배치로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거든요. 게다가 남북교류가 활성화되면 북한지역 산림녹화 사업 등을 강원도에서 주도적으로 할 수 있고요.

축산분야에서는 남북 강원도가 힘을 합치면 상상 이상의 결실을 맺을 수 있습니다. 북한 강원도 세포군, 평강군, 이천군에 세포축산기지가 만들어져 있는데, 철원에서 30km 정도 북쪽에 있습니다. 이곳에 우리나라 기술을 가지고 사료공장, 축산기자재 공장, 동물용의약품 공장을 설립해서 운영하는 등 남북이 협력해서 할 일이 무궁무진해요.

*편집자 주) 김준영 수의사님의 <다시 꾸는 통일돼지의 꿈> 출판기념회가 9월 5일 오후 2시부터 5시, 홍천 크리스탈웨딩홀 5층에서 열립니다(홍천군 홍천읍 소옥개로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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