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수의사회장 직선제 공청회, 겸직금지 규정 두고 논란

동물병원장직 유지 여부 두고 이견..`일단 직선제만 하자` 단계적 접근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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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수의사회장 직선제 도입을 위한 공청회가 26일 양재동 엘타워에서 개최됐다. 직선제(제규정)특위(위원장 양은범)가 마련한 도입초안에 대한 일선 회원들의 의견을 청취한 이날 공청회에서는 겸직금지조항이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날 공청회에서 공개된 직선제 도입 회원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이날 공청회에서 공개된 직선제 도입 회원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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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수의사 출마 어렵다` `동물병원에만 불리한 조건 아니다` 겸직금지 격론

대한수의사회가 19일과 20일 양일간 회비를 납부한 회원 중 휴대전화번호를 등록한 7,88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는 총 979명이 응답했다.

889명(91%)이 직선제 도입에 찬성한 반면 겸직금지 원칙에 찬성한 응답자는 616명(63%)을 기록했다.

특위 초안은 상근회장제를 도입하면서 직역에 따른 예외없이 겸직금지 원칙을 적용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직선제로 선출된 대한수의사회장은 공직이나 업체 임직원 등 타 상근업무를 맞지 못함은 물론, 동물병원장이라면 다른 수의사에게 원장 명의를 완전히 넘겨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최준표 회원은 “(겸직금지 규정은) 공직이나 학계의 퇴직자에게만 유리하고 4,50대 임상수의사가 출마하려면 큰 부담을 짊어져야 한다”며 “대한수의사회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임상회원들의 출마에 불리한 조건이 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열린 전국 지부장 회의에서 ‘회장 당선자가 원장직은 유지하되 관리수의사를 두어 병원 일선에서 물러나는 수준’을 제시한 것과 유사한 맥락이다.

반론도 제기된다. 수의사 출신 변호사로 특위에 참가했던 한두환 회원은 “현업에 종사하는 공직자나 임직원도 대한수의사회장이 되려면 휴직하거나 퇴사하여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라며 “임상수의사에게만 불리한 기준이라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동물병원장직 겸임에만 예외규정을 두는 것이 오히려 역차별적이라는 것이다.

특위 초안이 동물병원에도 예외 없는 겸직금지를 적용했던 이유도 재조명됐다. 병원장직을 유지하던 대한수의사회장이 의료소송이나 법 위반 문제에 휘말리면 회 전체에 피해를 줄 수 있고, 수의 관련 업계로부터 청탁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타인에게 병원 운영을 맡기는 부담이 없다고는 볼 수 없지만, 회장 임기 이후에 명의를 돌려받는 조건으로 계약하는 등 대응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점도 지적된다.

상근회장제를 도입하고 있는 의사협회, 치과의사협회의 경우 임상의가 회장이 되면 병원장직을 유지할 수 없다. 타인에게 명의를 이전했다가 회장 임기를 마치고 다시 병원장직을 되찾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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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제만 도입하자` 단계적 접근론, 비상근회장제 유지 주장

이날 공청회에서는 ‘일단 직선제만 먼저 하자’는 단계적 접근론이 반복해서 제기됐다. 그 밑바탕에는 상근회장제나 겸직금지, 회비인상 등이 쟁점화될 경우 자칫 직선제 도입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이 같은 단계적 접근론은 결국 비상근회장, 겸직허용, 회장 보수 미지급 등 현행 회장 근무형태를 유지하자는 주장으로 해석된다.

어차피 선거방법만 직선제로 변경하려 해도 선거권, 피선거권, 추천인, 기탁금·등록비, 투표방법, 불신임, 보궐선거 규정 등 특위가 다룬 문제들 대부분을 미룰 수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입장차가 드러나자 아예 관련 규정을 두지 말고 회원들의 선택에 맡기자는 의견도 제기됐다.

송치용 회원은 “사전에 여러 제한을 두어 인재들의 출마기회를 제한하기 보다는, 상근이든 비상근이든 출마한 후보들의 입장을 보고 회원들이 선택할 수 있게 하면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반면 양은범 위원장은 “관련 기준이 명확해야 유권자들의 혼란을 줄이고, 출마 후보자도 분명한 기준에 맞춰 결심할 수 있다”며 “겸직을 금지하는 상근회장을 제시한 것은 그만큼 직선제로 뽑힌 회장이 회무에 충실하길 바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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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선투표제 필요성 지적..김옥경 회장 `재도전 없다` 선언

이날 공청회에서 최준표 회원은 “직선제 선출 회장직의 근무형태, 처우 등을 규정하기 위해서는 현직 회장이 다음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선언이 전제돼야 회원들의 오해를 피할 수 있다”면서 관련 설명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대한수의사회 김옥경 현 회장은 즉각 “다음 번 선거에는 절대 나가지 않을 것”이라며 의혹을 일축했다.

양은범 위원장도 “특위는 지부가 추천한 회원들로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 구성했다”며 “(직선제 도입안 작성 과정에서) 현 집행부와 교감이 있지 않았을까라는 의혹을 갖는 회원이 있다면 전혀 그렇지 않았다는 점을 말씀드린다”며 선을 그었다.

결선투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송치용 회원은 “여러 후보가 난립해 득표율이 비슷비슷한 상황에서 당선자가 결정될 경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결선투표제 도입 필요성에 대한 회원들의 의견을 물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결선투표제는 다수 후보자가 출마해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1, 2위 득표자가 재대결을 펼치는 제도다.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면 최종당선자의 대표성을 높일 수 있지만, 그만큼 선거비용과 시간을 투입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치과의사협회는 결선투표제를 도입했지만 의협, 한의협, 약사협회에는 없다.

대한수의사회 직선제 특위는 이날 공청회에서 제기된 의견들을 바탕으로 내달 추가회의를 열고 직선제 도입 특위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내년 2월 열릴 대한수의사회 이사회에서 특위안을 심의해 대의원총회에 제출할 정관 및 선관규정 개정안을 확정하게 된다.

김옥경 회장은 “직선제를 도입한 타 보건의료단체에서는 투표율이 저조해 당선자 대표성에 의문이 제기되거나, 후보자간 갈등이 격화돼 회원이 분열하는 등 부작용이 일어나고 있다”며 “직선제가 회원 참여를 확대하고 수의계가 단합해 재도약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날 본지 페이스북 라이브로 중계된 공청회 현장은 아래 동영상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대한수의사회장 직선제 공청회, 겸직금지 규정 두고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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