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도마 위에 오른 수의사 윤리의식…내부정화는 도대체 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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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 개개인이 받는 존경이나 비난은 곧 수의사 전체에 대한 사회의 신임 또는 불신으로 나타남을 인식하고, 언제 어떠한 일을 할 때마다 공인으로서의 수의사임을 염두에 두고 행동을 하여야 한다”

“동료 수의사가 올바르지 못한 진료행위를 하거나 기타 수의업의 신의를 손상시키는 행위를 하는 것을 발견하였을 때는 다른 분야 사람으로부터 비난을 받기 이전에 수의사들 간에 스스로 시정토록 노력하여야 한다”

수의사 윤리강령 5항과 21항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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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의 동물학대를 조장하고 수의사의 진료권을 침해해왔던 동물 자가진료 조항이 수정되면서 반려동물에 대한 주인의 자가진료가 7월 1일부터 금지됐다.

8월 7일에는 농림축산식품부 내에 방역정책국이 신설되며 수의방역 업무가 축산업진흥 업무로부터 독립됐다. 구제역, 고병원성 AI 등 국가재난형 가축전염병 발생의 구조적인 문제점 중 하나가 해결된 것이다.

8월 27일부터 31일까지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2017 인천 세계수의사대회(제33차 World Veterinary Congress)’는 79개국에서 5,117명이 참가할 정도로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이쯤 되면 최근 수의계를 둘러싼 주변 정황이 매우 좋은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수의계 내부정화와 수의사 윤리의식 강화가 절실히 요구되는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살충제 계란 사태에 관여된 수의사, 석·박사 논문 심사비 요구 등 뇌물혐의로 구속기소된 수의대 교수, 400원 짜리 쇠톱을 수술에 사용한 동물병원

지난달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살충제 달걀 파동에서 포천시 신북면의 한 동물약품 도매상이 문제가 됐다. 그리고 이곳은 수의사가 관여된 곳이다.

한 수의계 관계자는 “원래부터 윤리의식이 없는 수의사로 유명했던 사람”이라며 “터질 것이 터졌다. 이번 일을 계기로 수의사 윤리의식 강화와 내부정화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춘천지검 형사2부(박광섭 부장검사)는 대학원생 제자들로부터 석·박사 논문 심사비와 실습비 명목으로 1억원 상당의 뇌물과 5천만원 상당의 인건비를 챙긴 수의과대학 교수 A씨를 최근 구속기소했다. A 교수는 2년전 한 언론사의 보도 이후 수사를 받아오다 최근 구속기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A 교수는 2011년 12월부터 2015년 3월까지 대학원생 제자들로부터 고급 외제차량 리스료 등 5천여만원을 뇌물로 받았고, 2011년 11월부터 2015년 2월까지 31명의 대학원생으로부터 논문 심사비와 실습비 명목으로 5천 9백여만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연구과제비 5천여만원을 가로챈 혐의도 있다.

해당 수의과대학 출신 수의사는 “수사가 어영부영 지나가는가 싶더니 최근 구속기소됐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수의과대학의 잘못된 관행이 바로 잡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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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30일에는 TV조선 탐사보도 세븐 ‘탐욕의 동물병원’ 편이 방영됐다(위 사진참고-TV조선 방송캡쳐).

해당 방송에서는 수술도구에 누런 때와 녹이 껴있고 유통기한이 지난 약을 보관하고 있었으며 400원 짜리 쇠톱을 수술에 사용한 흔적이 있던 동물병원, 수술시 마취된 동물을 거칠게 다루고 입원한 개에게 거친 말을 내뱉은 동물병원, 수액과 앰플, 봉합사 등을 재사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동물병원 등이 소개됐다.

일부 동물병원의 사례지만 방송을 본 시청자들의 여론은 좋지 않으며, 방송에 나온 한 동물병원 수의사는 반려동물 커뮤니티에 “반성하며 더 이상 진료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반복되는 수의사 윤리 문제…내부정화는 도대체 언제?

수의사의 윤리 문제와 내부 정화 필요성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당장 지난해만 해도 동물실험을 위해 불법 번식장으로부터 10년 이상 개들을 공급받은 수의과대학, 열악한 환경에 개, 고양이를 가둬두고 판매하면서 “동물병원에서 분양해야 가장 믿을 수 있다”고 말한 동물병원,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서 독성검증 실험을 담당한 수의대 교수가 구속 수사를 받은 일, 울릉군 공수의사 및 그와 친분이 있는 공중방역수의사가 함께 유기견을 수술 실습용으로 활용했다는 의혹 등이 제기되며 수의사의 윤리 의식이 여러 차례 도마 위에 올랐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수의계 내부자정과 수의사 윤리의식 강화를 위한 징계나 윤리교육 확대, 윤리강령 보완 등의 직접적인 활동은 없었다. 이번 일련의 사태들에 대해서도 대한수의사회를 포함한 수의사회의 입장 발표는 현재까지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도대체 언제까지 내부정화를 하지 않고 그대로 방치할 것인지 궁금해 하는 수의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일부 수의사들의 행동 때문에 선량한 다수의 수의사들까지 계속해서 피해를 입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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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T VISION 2050 선언에서 강조된 ‘윤리적 행동’

8월 31일 ‘2017인천 세계수의사대회’ 폐막식에서 발표된 VET VISION 2050(일명 인천선언)본문에서 첫 번째로 강조한 수의사의 역할은 ‘윤리’였다.

전문직으로서의 윤리적 행동을 통해 국제적 공공재인 수의업무의 신뢰가 회복될 수 있으며, 이를 위해 최고 수준의 윤리 기준을 바탕으로 책임 있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의사의 미래 역할과 비전을 제시한 VET VISION 2050에서도 윤리의식을 강조했다. 수의계 내부정화 및 수의사 윤리의식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행동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사설] 도마 위에 오른 수의사 윤리의식…내부정화는 도대체 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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