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출튀`하는 수의사 연수교육,괜찮아요?

등록 : 2019.10.15 11:00:27   수정 : 2019.10.15 09:49:54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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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진료 업무에 종사하는 수의사는 수의사법에 따라 매년 최소 10시간의 연수교육을 받아야 한다.

수의사법 제34조(연수교육)에는 ‘농식품부장관은 수의사에게 자질 향상을 위하여 필요한 연수교육을 받게할 수 있다’라는 내용이 나온다. 해당 업무는 수의사법 시행령 제21조에 따라 대한수의사회가 위탁받아 수행한다.

대한수의사회가 직접 연수교육을 개최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지부수의사회나 수의사회 산하단체에서 연수교육을 수행한다. 간혹 수의과대학이나 학술단체 교육도 연수교육 시간을 인정해주기도 한다.

수의사가 연수교육을 받지 않는 행위는 불법이다.

1회 위반시 10만원, 2회 위반시 20만원, 3회 이상 위반시 4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 때문에 수의사 연수교육 시간 인정 여부는 간혹 학술대회 흥행 결정 요소로 작용한다. 연수교육을 인정해주는 학술대회에는 많은 수의사가 참여하고, 그렇지 않은 학술대회는 수의사들의 참여율이 저조한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실제 2018년 국정감사에서 김종회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수의사 연수교육 미실시로 과태료 처분을 받은 수의사는 총 92명이었다.

‘높은 수준의 전문성 유지’는 전문직업인의 의무

연수교육 질 향상과 더불어 교육 참여 책임감 높여야

수의사 연수교육이 갖는 의미는 상당하다.

법적으로 강제되어 있다는 점을 넘어 전문직업인이 가져야 할 덕목을 위해 필요하다. 전문직은 국가로부터 독점적인 업무 수행을 보장받는데, 이러한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전문가로서의 책임감을 바탕으로 꾸준한 노력을 해야한다. 그리고 그 노력 중 하나가 ‘높은 수준의 전문성 유지’다.

즉, 수의사라는 전문직업인으로서 전문성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의무 교육이 ‘연수교육’인 것이다.

또한, 연수교육은 대외적으로 수의사들의 자발적인 노력을 알리는 역할도 한다.

지난 2017년 일부 동물병원의 비윤리적 진료 문제와 불법 살충제를 가금농가에 유통시킨 수의사 등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수의사의 낮은 윤리의식’이 도마위에 올랐다. 그러자 대한수의사회가 작년부터 연수교육에 ‘윤리교육’과 ‘법규교육’을 의무화했다. 연수교육이 수의계 내부의 자정 노력을 보여주는 지표 역할도 한다는 점이다.

문제는 이처럼 중요한 연수교육을 바로보는 일부 수의사들의 잘못된 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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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인천세계수의사대회 강의장 입구에 설치됐었던 ‘연수교육 시간 확인 바코드 스캐너’

“등록만 하고 놀러 나가자”,

“영업 사원에게 말하고 돈 보내면 연수교육 시간 인정해줘”,

“나 대신 가서 공부도 하고, 교육 이수증 좀 받아와”.

실제로 수의사들 사이에서 나오는 말이다. 어차피 연수교육 시간만 채우면 되니까, 강의장에 들러서 출석 체크를 하고 다른 일을 보러 나간다. 다시 동물병원으로 돌아가기도 하고, 가족끼리 나들이를 떠나기도 하며, 오랜만에 만난 동기 선후배들과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가기도 한다.

흔히 말하는 ‘출튀’다.

아예 강의장에 가지 않는 경우도 있다. 연수교육 등록만 하고 영업사원들게 말을 하면 출석체크가 되기도 한다. 동물병원에 실습 나온 수의대학생이나, 후배 수의사를 대신 보내는 경우도 있다.

모두 수의사법을 위반하는 행위지만, 실제로 걸릴 확률은 없다. 누구도 연수교육 참가 여부를 철저히 확인하지 않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학술대회 주최 측에서 발표하는 ‘참석인원’과 실제 ‘참가인원’이 크게 다른 경우도 있다. “협회에서는 몇 명이 왔다고 하는데, 실제 부스에 온 수의사는 이 정도밖에 안 돼요”라는 말을 후원 회사 관계자들에게 자주 듣는다.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대한수의사회는 이미 지난 2017년 인천세계수의사대회 때 연수교육 시간 확인 바코드 리더기를 운영한 바 있다. 스마트폰에 도장을 찍으면 자동으로 출석체크가 되는 어플리케이션도 있다. 최근 대학에서 활용하는 블루투스 기반 자동 출석체크 시스템을 이용할 수도 있다.

결국, 방법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의지가 없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한 대학교의 스마트 출석체크 앱 모습. 버튼만 누르면 일정 거리 안에 있는 스마트폰을 자동 인식해 출석체크를 한다.

한 대학교의 스마트 출석체크 앱 모습. 버튼만 누르면 일정 거리 안에 있는 스마트폰을 자동 인식해 출석체크를 한다.

연수교육의 질도 문제다.

높은 수준의 강의를 제공하는 연수교육도 있지만, 강의 수준이 떨어지는 연수교육도 즐비하다. 소동물 임상 수의사들을 대상으로 대동물 교육이 진행되기도 하고, 수준 미달의 연자가 강사로 나서기도 한다. 학술 강의와 상관없는 행사(저녁 행사, 수의사의 날 행사)에 참여해야 연수교육 시간을 인정해 주는 경우도 있다.

한 임상수의사는 “연수교육 시간 인정을 안 해줘도 좋은 강의라면 수의사들이 스스로 돈을 내고 찾아가서 강의를 듣는다”며 “연수교육 권한을 가지고 있는 수의사협회들이 ‘정말로 듣고 싶은 강의’를 마련하면 왜 수의사들이 수업을 안듣고 가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대한수의사회 차원에서 각 연수교육의 질을 체크하고, 수준 미달의 교육을 진행하는 곳은 연수교육 권한을 박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학술대회 주최 측이 연수교육을 ‘흥행 보증 수표’로만 쉽게 생각하지 않고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자연스레 수의사들의 참여율이 높아질 수 있으며, 정부로부터 연수교육 업무를 위탁받은 대한수의사회에서 이를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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