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된 대한수의사회 윤리강령, 확대 개편해야

`현행 강령 임상수의사 간 상도덕에 치우쳐`..윤리강령 개선안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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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수의사회 윤리강령이 미국, 유럽 등 수의선진국 윤리강령에 비해 미흡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외 윤리강령이 공통적으로 규정하는 핵심 개념 중 3분의1 정도만 다루는데 그치고 있고, 구체적인 강령은 임상수의사 업무상 상도덕 수준에 머무르고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대한수의사회 2019년도 정기총회에서 대의원들이 수의사 신조를 낭독하는 모습
지난달 대한수의사회 2019년도 정기총회에서 대의원들이 수의사 신조를 낭독하는 모습

단순 상도(商道)에 치우친 대수 윤리강령..선진국 강령의 핵심 개념 다수 부재

올해 초까지 ‘수의사회 기본정책수립 방안 및 수의사 윤리의식 강화 연구’를 수행한 천명선 서울대 교수팀은 미국, 유럽연합, 캐나다, 호주, 영국수의사회의 최신 윤리강령과 대수 윤리강령을 비교 분석했다.

해외 윤리강령의 핵심 키워드를 추출해 비교한 결과, 이들은 공통적으로 동물, 보호자(의뢰인), 동료, 직업성, 사회에 대한 수의사의 윤리적 책임을 규정한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대수 윤리규정은 사회, 동료, 진료, 비진료, 수의업무에 대한 윤리적 책임을 규정하는 형식적 측면에서는 유사했지만, 구체적인 사안보다는 일반적인 방향성을 언급하는데 그쳤다.

연구진은 “(대수 윤리강령은) 임상 분야 위주의 수의사 사이에 상도덕에 가까운 내용을 다수 포함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지적했다.

‘대리진료 시 주치수의사의 능력에 대해 축주에게 의심을 주는 언동을 고의로 하지 말라’거나 ‘주치수의사에게 진료를 받는 환축에 대해 제3자를 중간에 개입시키거나 자신이 직접 개입해 진료를 실시하지 말라’는 등의 내용이다.

그러다 보니 해외 윤리강령에서 공통적으로 포함하고 있는 핵심 키워드 31개 중 대수 윤리강령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항목은 10개에 그쳤다.

특히 수의사-보호자-환자관계(VCPR), 고객 요구 존중, 고객 정보 보호 등 보호자에 대한 의무는 전혀 언급되지 않고 있다.

그 외에도 동물 복지·건강에 대한 우선 고려, 응급처치 의무, 지속적 학습과 전문성 확보, 수의사 동료 간의 의사소통과 협력, 수의 관계 법규 준수 등 해외 사례에서 공통적으로 포함된 핵심 개념들도 찾아볼 수 없다.

해외 수의사 강령 키워드 분석과 대한수의사회 윤리강령 비교 (자료 : 천명선 교수팀)
해외 수의사 강령 키워드 분석과 대한수의사회 윤리강령 비교 (자료 : 천명선 교수팀)

연구진은 “기존 대수 윤리강령이 제정된 지 26년이 지났고, 해외 수의계에서 주요한 가치로 표방하는 핵심 개념을 포괄하는데도 부족함을 드러내고 있다”며 윤리강령 개선안을 함께 제언했다.

개선안은 ‘수의사의 직업적 자율성이 고도의 전문성과 사회적 책임의 수행을 전제하며, 수의사 윤리강령을 바탕으로 하는 직업적 행위가 수의사 개인은 물론 직군 전체의 신뢰와 존엄성을 뒷받침한다’고 강조했다.

32개 항목으로 구성된 개선안은 기존 대한수의사회 강령(20개 항목)에 비해 범위를 키웠다. 해외 윤리강령이 공통적으로 포함하고 있는 핵심 개념을 적용해 수의사의 책임을 보다 구체화했다.

연구진은 “동물/환자에 대한 의무, 보호자에 대한 의무, 전문직업성 증진의 의무, 동료에 대한 의무, 공공에 대한 의무 등 5개 분야로 구분해 세부 윤리강령 개선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대한수의사회 윤리강령을 정비하는 한편, 이를 지키지 않은 회원들에 대한 제재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연구진의 지적이다.

연구진은 “수의사의 품위를 심하게 손상시키는 행위에 대해 면허효력을 정지하고, 대한수의사회가 해당 징계를 농식품부에 요구할 수 있도록 수의사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래는 연구진이 제안한 대한수의사회 윤리강령 개선안이다.

대한수의사회 수의사 윤리강령(안)

○ 서문

수의사는 수의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동물의 건강과 복지를 유지하고 향상시키며, 인간의 공중보건 향상은 물론, 생태계 보전과 보건을 위해 전문직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수의사의 직업적 자율성은 고도의 전문성과 사회적 책임의 수행을 전제하며, 수의사 윤리강령은 수의사의 윤리적 책임을 명시한다.

모든 수의사는 수의사 윤리강령을 준수하여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하는 직업적 행위의 실천은 수의사 개인과 직군의 신뢰와 존엄성을 뒷받침한다.

윤리강령을 위반하는 수의사 개인의 행위는 직군의 전체의 신뢰도 확보를 위한 징계로 이어질 수 있다.

수의사는 다음의 대상에 대하여 도덕적 의무를 가진다 : 동물, 보호자, 전문직업성, 동료, 사회 전체(공공)

사회와 과학, 법률의 지속적인 변화는 수의사와 관련된 새로운 윤리적 이슈를 제기하며, 기존의 윤리적 관점에 변화를 가져온다.

대한수의사회는 윤리강령이 사회의 보편적 요구를 반영하여 통용되도록 주기적으로 검토하여야 하며, 각 조항에 대하여 보조 설명이나 세부지침을 마련하고, 이에 근거하여 의견이나 정책을 수립할 수 있다.

○ 동물에 대한 의무

– 수의사는 동물의 건강과 복지를 우선적인 가치로 고려하고 지향하여야 한다.

– 수의사는 응급상황의 동물에게 생명을 구하거나 통증을 완화시킬 수 있는 수의학적 처치를 시행할 의무가 있다.

– 수의사는 동물에게 적절하고 충분한 진료를 제공하여야 한다.

– 수의사는 동물의 통증과 스트레스를 최소화 하여야 한다.

– 필요한 경우 동물에 대한 인도적인 안락사 시행은 윤리적인 수의학적 절차이다.

○ 보호자에 대한 의무

– 수의사는 보호자의 요구사항을 존중하여야 하며, 불만사항은 신속하고 적절하게 대응하여야 한다.

– 수의사는 보호자에게 치료와 비용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제공하고, 이에 기반을 두어 사전 동의를 얻어야 한다.

– 수의사는 보호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이해상충에 대하여 고지하여야 한다.

– 진료는 수의사-보호자-환자 관계의 성립 하에서 이루어지며, 수의사와 보호자는 모두 이러한 관계를 수립하거나 거절할 권리가 있다.

– 수의사는 보호자와 환자에 대한 정보를 보호하여야 하고, 법률에 의해 정보가 요구되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정보를 제공하여야 한다.

○ 전문직업성 증진의 의무

– 수의사는 모든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 활동에서 이해상충이 배제된 독립적인 판단을 하여야 한다.

– 수의사는 윤리강령을 준수하여야 하고, 교육기관은 수의 윤리적 쟁점을 다루는 교육과정을 제공해야 한다.

– 수의사는 평생학습을 통해 지식을 향상시키고 전문역량을 확보하여야 한다.

– 수의사는 양심적이고 전문가적인 태도로 수의학적 서비스를 제공하여야 한다.

– 수의사는 직업에 대한 존엄성과 사회적 신뢰를 유지할 책임이 있고 직업의 신뢰도를 저하시키는 행위를 하여서는 안 된다.

– 수의사는 전문적인 행위를 수행함에 있어 과학적인 지식에 기반을 두어 표준을 유지하고 절차를 준수하여야 한다.

– 수의사는 본인의 전문성을 증명하는 수단으로 공식적으로 인정되는 학위, 면허, 인증, 자격만을 사용하여야 한다.

– 수의사는 본인의 수의학적 전문성과 역량 내에서 진료를 수행하고, 필요시 책임감 있게 타 수의사 또는 타 병원에 진료의뢰 하여야 한다.

– 수의사는 스스로의 육체적·정신적 건강을 보호하고 복지를 향상시켜 전문적 행위를 수행함에 있어 악영향이 없도록 하여야 하며, 이는 곧 공공의 이익과도 연결된다.

– 수의사는 진료기록을 명확히 작성하고 유지하여야 한다.

○ 동료에 대한 의무

– 수의사는 대한수의사회에 대하여 구성원으로서 의무를 가진다.

– 수의사는 동료를 존중하여야 하며 부당하게 비방하여서는 안 된다.

– 동료 수의사의 비전문적이고 원칙에 위배되는 행위는 공공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수의사 집단 내에서 자율규제 하여야 한다.

– 수의사는 동료가 전문가의 품위를 손상시키거나 수의학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행위를 하지 않도록 상호감독하여야 한다.

– 수의사는 더 나은 수의학적 서비스 제공을 위하여 동료와 협력하고 협진하여야 하며, 관계자 및 타전문가 간에도 적절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협업하여야 한다.

○ 사회 전체(공공)에 대한 의무

– 수의사는 관계 법규를 준수하여야 한다.

– 수의사는 의약품의 처방과 취급에 관하여 권한과 책임이 있으며, 이를 원헬스 관점에서 고려하여야 한다.

– 수의사는 본인의 전문적인 행동과 결정이 사회와 환경 등 공중보건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야 한다.

– 수의사는 대중에게 정확한 수의학적 정보를 제공하여야 하며, 개인적인 견해를 수의사 전체의 의견으로 오보하여서는 안 된다.

– 수의사는 관련 제품의 광고나 홍보 시 전문가적인 태도로 적절한 기준을 준수하여야 한다.

– 수의사는 지역사회의 공중보건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자신의 지식과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 수의사는 직업과 관련된 모든 활동에서 자신의 부당한 편견으로 인하여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26년 된 대한수의사회 윤리강령, 확대 개편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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