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동물권 단체 케어 사태에 대해:서울시수의사회

안락사는 동물의 최후의 수단으로써 인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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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사는 동물의 고통경감을 위해, 최후의 수단으로써 인도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서울시수의사회는 최근 밝혀진 ‘동물권 단체 케어(이하 ‘케어’라 함) 사태와 관련하여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습니다.

‘죽어가는 동물을 지켜볼 수 없다’며,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동물을 구조하는 일에 가장 먼저 앞장서던 동물보호단체가 내부에서는 비밀스럽게 동물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해당 동물보호단체는 평소 ‘안락사 없는 보호소’ 운영을 표방하며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사 왔기에 우리 모두는 실망을 넘어 분노의 심정을 금할 수 없습니다.

아직 사건의 전말이 모두 드러난 상황이 아니라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평가는 적절치 않겠지만, 해당 동물보호단체 대표가 인정한 사실과 공식적인 해명에 대한 우리회의 입장을 밝히고자 합니다.

매스컴 등을 통해 ‘케어’의 대표는 ‘구조한 동물 중 지난 4년간 안락사시킨 동물은 200마리 정도이며, 자신이 독단적으로 결정하지 않았고 회의(?)를 통해 결정했다’, ‘현실적인 한계 때문에 모두 수용할 수 없어 안락사시켰으며, 우리 사회에서도 안락사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해명을 내놓고 있습니다.

‘자신이 대표로 있는 보호소에는 안락사가 없다’는 말이 거짓으로 드러났음에도 죄책감이나 죄의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케어’ 대표의 해명은, ‘케어’를 믿고 후원해온 많은 사람들에게 더 큰 실망과 상처를 주고 있습니다.

물론 제도권 내에서 모든 생명을 구조하고 살릴 수 없기 때문에 최후의 수단으로써 동물의 ‘안락사’가 필요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하지만, ‘안락사’라고 하는 생명을 중단시키는 최후의 과정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명확한 규정’과 ‘합당한 절차’를 따라야 합니다.

‘케어’의 대표는 안락사를 ‘회의’를 통해 결정했기 때문에 정당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케어’의 대표가 독단적으로 결정했든, 상의를 통해 결정했든 그 누구도 ‘케어’에 ‘안락사의 권한’을 부여한 적이 없으며, 생명의 존속 여부를 다수의 사람이 결정했다고 해서 정당화될 수는 없습니다.

안락사(安樂死)는 동물의 생명의 존엄성을 우선적인 가치로 삼고, 전문가에 의한 수의학적 판단이 선행된 상태에서 고통을 느끼지 않고 떠날 수 있도록 최대한 인도적인 방법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케어’는 사회적 이슈가 되는 구조현장에 빠짐없이 등장하며 동물의 복지를 넘어 동물의 권리를 주장해왔습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이미 더 이상의 구조동물을 수용할 수 없는 상황을 인지하고서도 안락사를 전제로 구조 활동을 해온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이는 ‘케어’의 구조 활동을 후원해온 시민들을 속이는 일이며, ‘케어’에 의료활동을 지원해온 수의사들을 기만하는 일입니다. 무엇보다 동물보호단체로 잊어서는 안 될 생명존중과 동물복지에 대한 최소한의 원칙과 양심조차 저버리는 일입니다.

이에 우리 회는 ‘케어’에 대한 직·간접적인 모든 협력의 중단을 선언합니다.

덧붙여 ‘케어’ 박소연 대표에게 묻습니다.

얼마 전 대표는 부산 오피스텔 고층에서 포메라니안 3마리를 던져 죽음에 이르게 한 사건을 두고 동물보호법 최고형을 내려줄 것을 촉구한 바 있습니다.

우리 회 또한 박소연 대표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그렇다면, 박소연 대표가 죽인 ‘약 200마리쯤(?)의 생명에 대하여 스스로 어떠한 처분을 내려달라고 촉구하겠습니까? 부산 오피스텔 동물학대 사건이 안락사 주사를 이용한 도살이었다면, 박소연 대표의 주장처럼 정당화될 수 있는 것입니까?

동물을 이슈화하여 퍼포먼스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됩니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안락사는 최후의 수단이어야 하며, 절차에 따라 인도적으로 진행되어야 합니다.

우리 회는 ‘수의료봉사대’를 운영하며 동물보호소에 대한 의료지원, 시민을 대상으로 한 반려동물 건강상담, 인수공통전염병 모니터링 예찰 등의 활동을 연중 진행하고 있습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소중한 생명을 지키기 위해 지금도 수많은 동물활동가와 시민 여러분, 그리고 수의사들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열정들이 우리 사회의 동물복지를 한 걸음씩 향상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회는 극히 일부의 잘못된 행동으로 야기된 본 사건이 다른 동물보호단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지 않길 바라며, 본 사건을 계기로 동물복지 활동이 보다 활발하게, 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시민 여러분의 지속적인 관심과 동참을 부탁드립니다.

2019. 1. 15. 서울특별시수의사회 상임이사회

[성명서] 동물권 단체 케어 사태에 대해:서울시수의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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