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샵 2층에 숨겨진 강아지 사체 78구‥반려동물 유통관리 유명무실

동물자유연대 “동물 생산·판매 감독 강화 없는 반려동물산업육성법은 비극 키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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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여마리의 사체를 방치한 천안 펫샵의 충격적인 실태가 드러나면서 반려동물 생산·유통 경로에 대한 관리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물자유연대 조희경 대표는 20일 서울정부청사 앞 세종로공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아지 공장과 유통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반려동물 산업 육성법을 제정한다면 더 큰 비극을 불러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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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장 2층에 방치된 사체들..충격 실태

천안 동남구 성황동에 위치한 한 펫샵의 동물학대 정황을 입수한 동물자유연대는 지난 13일 천안시청 동물보호담당관, 경찰과 함께 현장을 적발했다.

해당 펫샵에서는 숨겨져 있던 개와 고양이의 사체 79구가 발견됐다. 특히 영업장 2층에서는 케이지, 바닥, 쓰레기봉투 등에 사체 78구가 집중적으로 방치돼 있었다. 

동물자유연대는 “현장의 참혹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현장을 찾았던 동물자유연대 활동가는 “해당 펫샵은 파양된 개의 입양처를 찾아준다는 명목으로 파양자에게는 보호비를, 입양자에게는 책임비를 받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며 “버림 받는 동물마저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되는 비참한 현실을 백골 사체를 통해 마주했다”고 토로했다.

살아있는 80여마리의 강아지가 머물던 영업장 1층도 청결관리가 미흡하고 파보, 홍역 등 전염병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활동가는 “현장에서 업주로부터 사육포기각서를 받고, 동물들을 천안시 동물보호소와 동물보호단체가 나누어 보호하고 있다”며 “당일 피난시킨 동물 일부가 이내 목숨을 잃는 등 죽음의 행렬은 현재진행형”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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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판매업 관리규정 허술, 지자체 감독 미흡..”반려동물산업육성법 반대”

동물자유연대는 이날 동물판매업에 대한 부실한 관리규정과 지자체의 관리감독 소홀을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꼽았다.

동물자유연대는 “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펫샵에서 동물들이 죽어가는 동안 누구도 감독하지 않았다”며 “천안 당국도 사체 방치로 생긴 악취 민원을 통해 해당 펫샵의 문제를 인지했지만 영업장 1층만 둘러본 채 구두 주의하는데 그친 것으로 파악된다”고 지적했다.

동물보호업무를 담당하는 기초지자체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민원이 있는 업장조차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사례와 비슷한 사건이 벌어져도 적발할 수 있을지 조차 장담할 수 없다.

동물보호법의 부실한 관리규정도 도마에 올랐다. 반려동물 생산·판매에 엄격한 관리책임을 지우지 않아, 관리부실로 동물이 상해를 입거나 사망해도 고의성이 입증되지 않으면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동물자유연대는 유사사건의 재발방지를 위해 반려동물 관련 영업의 관리규정을 강화하고 전반적인 실태점검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아울러 정부가 추진 중인 반려동물산업육성법(가칭)의 제정을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조희경 대표는 “강아지 공장, 펫샵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산업육성에 초점을 맞춘다면 잔혹한 비극은 더 커질 것”이라며 “육성법 제정 저지와 관련 영업 관리감독 강화에 힘을 보태 달라”고 호소했다.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펫샵 2층에 숨겨진 강아지 사체 78구‥반려동물 유통관리 유명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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