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동물보호소에서의 질병관리 ― 명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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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보호소에서의 질병관리는 보호소 업무 중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일입니다. 인도적인 동물보호소 운영을 위해서도 질병관리를 먼저 시작해야 합니다. 귀가, 입양, 안락사, 자원봉사, 임시보호 등 모든 보호소 관련 업무는 적절한 질병관리로부터 시작됩니다.

동물보호소에 입소하는 개체들은 아주 다양합니다.

강아지부터 노령견, 새끼고양이부터 노령묘, 소형견부터 대형견, 토끼나 기니피그 같은 특수동물, 교통사고로 골절이 된 개체, 장기가 파열된 개체, 쥐 덫에 걸려 들어온 고양이, 피부질환, 치과질환, 안구질환, 심장질환, 호르몬질환, 심장사상충, 홍역, 파보장염, 범백혈구감소증, 허피스바이러스 등 전염성 질환에 걸려 들어온 개체들 등등 입소 시부터 수의학적 진료가 필요한 경우가 아주 많습니다.

모든 개체들이 적절한 관리와 치료를 받으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떤 개체가 보호소에 들어오는지 개체 분류조차 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최소한 수의사에 의한 기본진료는 받아야 전염성 질환에 이환되었는지 건강상태가 어떤지 정도는 파악이 가능할텐데 그런 시스템이 되어있는 곳이 거의 없습니다.

그렇게 입소한 아이들은 개체 분류 없이 케이지에 들어가게 됩니다.

낯선 사람, 낯선 환경, 낯선 동물들이 있는 보호소에 입소되는 아이들은 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기존에 질병이 있는 상태로 입소한 아이들조차 어떤 조치도 받지 못하는 곳이 대부분입니다.

면역력이 약화되고 위생상태도 좋지 않은 곳에서 전염성질환에 이환될 가능성은 높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살이 없는 아이들은 케이지 바닥의 자극 때문에 욕창이 오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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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적으로 대부분 집단관리를 하고 있는 보호소의 개체는 대부분 기침을 하고 있습니다. 이는 개 홍역, 개 인플루엔자 등 여러 호흡기 질환들에 의한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개 파보바이러스 장염, 고양이 범백혈구감소증 등 치사율이 높은 여러 전염병에도 노출됩니다.

적절한 소독제, 소독 방법, 해충 관리 등 위생관리 조차 전혀 되고 있지 않은 곳이 대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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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개체들은 대부분 병사하거나 안락사됩니다. 입양 가능성이 높은 아이들 역시 입양 기회를 놓칠 수 밖에 없습니다.

“보호소에서 입양하세요” 란 문구가 종종 활용되고 있습니다. 물론 동물보호소에서 입양이 계속 늘어나고 관심도 높아져야 합니다.

하지만 다른 개체들에 비해 더 많은 관심을 받는 어린 아이들에게서조차 치명적인 질병이 확인된다면 그러한 관심들도 외면 받게 됩니다.

“보호소에서 입양하세요” 라는 문구도 홍보되어야 하겠지만, 현재의 보호소 상황을 개선시키는 부분에 더욱 신경을 쓰고 노력하는 것도 역시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하면 보호소로 오는 사람들이 자연스레 늘지 않을까요.

동물보호소에서는 질병관리가 가장 중요한 요소이고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일입니다만, `미용상태` 역시 질병관리에 도움을 주고 입양률을 높이는데 필요합니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기 때문에 최대한 건강하게, 최대한 깨끗하게 해야만 입양의 기회를 높여줄 수 있습니다. 어리고 예쁜 아이뿐 아니라 다른 많은 아이들에게도 기회를 주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신경 써야 할 부분입니다.

국내 시보호소의 진료 형태는 위탁진료가 대부분입니다. 외부의 수의사를 활용하여 진료에 활용한다는 것인데 1주일에 1회, 한 달에 1회 등 형식적인 위탁진료가 대부분입니다. 실제로는 이마저도 잘 안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위탁진료를 하더라도 안락사 업무를 위한 발걸음인 경우도 많습니다.

시보호소에 오는 동물들을 돈으로만 보지 않고 유기동물 사업을 사업이 아닌 소명으로 보고 있다면 입소하고 몇 일 있다가 도태시키는 이런 일들은 없어져야 합니다.

최소한 한번 버림받은 애들에게 한번 더 기회를 주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져야 합니다.

시보호소의 형태는 지자체마다 다릅니다.

위에 언급한 형태가 대부분이지만 기본적으로 시보호소의 진료범위는 기본진료, 길고양이 중성화수술, 안락사가 주된 부분을 차지합니다. 개중에는 동물병원의 진료 봉사형태로 진료, 기타 수술, 심화 진료 등을 해주는 곳도 있습니다.

어떤 대규모 시보호소에서는 365일 진료, 백신, 기본 수술, 심화 진료, 수컷 개와 성묘에 대한 전두수 중성화수술을 실시하는 곳도 있습니다. 이곳은 상근수의사가 있는 곳입니다. 인건비, 약품비, 의료소모품비 등으로 많은 비용을 절감하고 높은 입양률을 올리는 상황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곳도 진료수의사가 그만 두면서 예전과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시보호소에서는 개체를 치료, 진단할 장비, 검사 키트가 거의 없습니다. 한 대규모 시보호소에서 유일하게 초음파가 있고 해당 진료 수의사가 개인적으로 마련한 수술도구, 장비 등이 있을 뿐입니다.

수의사에 의한 신체검사, 기본검사 등도 잘 이뤄지지 않는 현실이긴 하지만, 무기도 없는 상황에서 수의사의 오감으로 진료를 진행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시보호소 운영 정책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야생동물 보호센터처럼 인력, 장비 등의 기준이 있어야 전문인력인 수의사가 진료를 할 수 있는 상황이 마련될 수 있습니다.

어떤 진료형태가 효율적이고 바람직한 걸까요? 저는 예전부터 정부 교육뿐 아니라 여기저기 위치한 대규모 보호시설에 대해 ‘상근수의사 제도’를 주장했습니다.

그나마 상근수의사를 활용하는 곳이 늘어나긴 했지만 예전과 상황이 나아진 부분은 없습니다.

이러한 필요성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렇게 하지 않는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습니다.

동물보호소라는 곳이 지자체에서 담당하기는 너무 어려운 곳이고 잘해도 본전, 못하면 비난이라는 인식이 큽니다.

위탁하는 사람들의 경우 운영할 수 있는 역량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진료인력에게 들어가는 인건비와 약품비, 의료소모품비 등이 운영자에게 있어서는 손해라는 사업적 인식도 역할을 할 것입니다.

예전에도 언급했지만 수의사단체, 동물보호단체를 비롯한 민간단체에서는 시보호소 운영에 대한 역량이 많이 부족합니다.

결국 대만, 일본과 같이 지자체에서 운영하도록 하고 민간단체는 지속적으로 도움을 주며 모니터링 함으로써 시보호소 수준을 꾸준히 올려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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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축산식품부에서 훈령으로 만들 예정인 ‘동물보호센터 운영지침’의 제정이 계속 지체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가능하지 않을 것 같지만, 그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된다면 진료와 관련된 인력, 장비 등도 높은 수준으로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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