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염소 도축장에서의 개 도축은 합법인가 불법인가 ― 명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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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 도축장에서의 개 도축은 합법일까요 불법일까요?

지금은 공개된 곳에서 개를 죽이는 장면을 보기 힘들지만 십여 년 전만해도 개를 잡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습니다. 저 역시 공터에서 개를 목줄로 매달고 몽둥이로 두들겨 죽이는 모습을 보고 한동안 충격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개를 도축할 때는 일반적으로 전기충격에 의한 감전사 또는 전기충격 후 방혈하는 방법이 사용됩니다. 전기봉을 사용하여 전기충격을 1분에서 3분정도 가하여 전신마비를 일으키는 방법으로 감전사 시키거나, 마비된 상태에서 경정맥을 절단하여 방혈을 통해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것입니다.

트럭으로 싣고 온 후에 시간을 줄이기 위해 별도의 계류장으로 이동시키지 않고, 트럭 위에서 차례대로 전기도살을 하기도 합니다. 트럭 위 케이지에 많은 개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트럭 위에서 전기도살이 이뤄지기 때문에 주위의 개들은 겁에 질리고, 극도의 스트레스로 반항하는 경우도 종종 확인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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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동물이 보는 앞에서 전기도살 된 개(동물자유연대, 2008)

소규모 농장, 식당 등에서는 개를 몽둥이로 두들긴 후 불에 태워 죽이거나 질식시켜 죽이기도 하는데 최근엔 전기 충격을 가해 죽이는 전살, 목을 매달아 죽이는 교살을 병행하기도 합니다.

감전사의 경우 수십 년 전에 개, 고양이, 양, 돼지, 여우, 밍크의 안락사에 사용된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심한 통증 및 심한 스트레스를 유발시켜 전 세계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방법입니다. 감전사는 심장의 섬유성 연축을 유도하며, 대뇌의 저산소증을 유발해 죽음에 이르게 하는데, 동물은 심장의 섬유성 연축이 일어난 후 10초에서 30초 또는 그 이상 동안 의식을 잃지 않습니다.

감전사와 관련하여 미국 수의사회(AVMA)에서 언급하는 문제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사람에게 위험하다.

(2) 시간이 오래 걸린다.

(3) 위험한 동물에게는 유용한 방법이 아니다.

(4) 사지, 머리, 목이 경직되므로 보기에 좋지 않다.

(5) 전류가 중단된 후 심실의 섬유성 연축을 계속 지속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동물은 사망하지 않을 수도 있다.

(6) 심한 통증과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미국 수의사회에서는 이런 이유로 감전사를 개에서 비인도적인 죽음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식용 목적의 개 도축은 기준도 없지만 소, 돼지 등 산업동물의 보다 낮은 수준의 도축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개의 인도적인 죽음은 유기동물의 안락사와 관련하여 전 세계적으로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 있으며 현재 우리나라에서 행하여지고 있는 형태는 비인도적이고 잔인한 도축에 해당합니다.

개를 식용 목적으로 연구한 적이 없기 때문에 식용과 관련된 인도적인 도축은 없습니다. 개는 행동성이 아주 큰 동물이기 때문에 소, 돼지 등과 같은 보정틀을 사용하기 힘들며 약물을 이용한 죽음은 사람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약물을 사용할 수도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개 도축장을 허가해주고 있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개 도축은 개 도살장이라고 불리는 개 도축을 전문적으로 하는 곳과 농장, 보신탕집, 개소주집 등 다양한 장소에서 소규모로 진행됩니다. 도축 비용은 두당 1~3만 원 수준입니다.

전국적으로 허가된 염소 도축장의 수는 10개 정도 입니다. 도축장은 축산물위생관리법에 의하면 허가된 동물만 도축을 하게끔 되어 있습니다. 염소 도축장에서 개 도축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여러 염소 도축장의 도축 발생량을 보았을 때 몇 군데는 거의 도축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확인 결과 일부 염소 도축장에서 대단위 개 도축이 이루어지고 있는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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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 도축장에서의 개 도축(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2013)

전라북도 김제, 제주특별자치도 등에서 개 도축장 허가와 관련된 부분이 이슈가 된 적이 있었는데, 개 도축장 허가가 나지 않자 무법지대인 염소 도축장을 이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대해 정부 부서에 질의한 결과 “합법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처벌할 수 있는 규정도 없다”라고 응답 하였습니다. 합법도 불법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는 염소 도축장에서 개 도축을 하도록 정부에서 인정하는 것으로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대로 방치할 경우 기타동물의 도축이 염소 도축장에서 대단위로 이루어져도 문제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인정되는 개의 인도적인 죽음은 적절한 약물에 의한 것이며, 식육 및 사료로 쓰는 동물에 약물 사용은 섭식한 사람, 동물에게 축적이 되기 때문에 금지하고 있습니다. 산업동물의 도축방식은 지속적으로 문제제기가 되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인도적인 도축을 위한 연구가 계속 진행 중입니다.

식용으로서의 개 도축 및 도축과정 등에 연구는 이루어진 바 없으며, 이는 곧 개 도축(개 식용)이 합법화 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입니다. 개 도축에 대한 연구가 한국에서 이루어진다면 그 자체가 국제적인 망신이 될 것이며, 산업동물과 비슷한 방법의 도축 방식이 합법화 된다면 그 또한 국제적인 망신이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개식용 문제 해결은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오히려 음성적으로 산업화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많은 분들이 노력하고 있지만 고착화된 이슈는 쉽게 바뀔 것 같지 않습니다. 수의계 관련 현안 중 가장 큰 문제인 ‘자가 진료 허용’ 문제 역시 개가 가축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쉽게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따라서 개식용 문제가 해결되면 자연스레 자가 진료 철폐도 수월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수의권을 위해서라도 개식용 문제에 대해 수의사들이 관심을 더욱 가져주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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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염소 도축장에서의 개 도축은 합법인가 불법인가 ― 명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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