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동물보호법은 왜 있는가? – 박종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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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4일 저녁 MBC PD수첩에서는 반려동물의 분양과 번식장의 문제를 다룬 <누가 내 반려동물을 죽였나>를 방영하였다.

동물보호단체에서는 이 방송을 계기로 반려동물과 관련된 고질적인 문제 중의 하나인 번식장 문제가 해결되는 출발점이 되었으면 하는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방송 준비과정에서 이것저것 인터뷰도 많이 하고 촬영도 많이 했기에 어느 정도 기대를 했다. 하지만 방송된 프로그램을 보고 동물보호단체 사람들의 반응은 김빠진 맥주를 마신, 앙꼬가 빠진 찐빵을 먹은 반응들을 보였다. 방송이 좀 더 파고 들어갔어야 할 부분을 파고들어가서 보도 했어야 했는데 적당한 선에서 문제만 제기 하고 “앞으로 잘 해 봅시다”라는 선에서 마무리를 지었기 때문이다.

우리 주변에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 이렇게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함께 사회문제가 된 것이 유기동물이다. 2012년에 공식적으로 보고된 유기동물은 99,254마리다. 이 유기동물 중 50%가 넘는 유기동물이 안락사라는 이름으로 10일 만에 죽음을 맞이하였다. 이러한 문제의 근원적인 원인은 몇 가지가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공장식 축산과 같은 방식으로 강아지를 생산해내는 번식장의 문제이다.

애완동물을 키우는 많은 사람들은 애견센타 등에서 구경할 수 있는 귀여운 강아지를 보고 깨끗한 곳에서 태어나 사랑을 받다가 새로운 주인을 찾기 위해서 애견센타 진열장에 전시된 줄 안다. 또 인터넷 등을 통하여 강아지를 분양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들이 대부분 ‘가정분양’이라는 광고 문구를 사용하고 있다.

가정 분양이라는 것이 무슨 말일까. 이 광고 문구를 보는 사람들은 보통의 가정에서 개를 한 마리씩 키우면서 어쩌다 새끼를 낳게 되어 그것을 분양하게 되었나보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오늘날 분양되는 거의 모든 강아지들은 번식장이라는 곳에서 생산된다. 이 번식장의 유일한 목표는 강아지를 생산해서 판매하여 이윤을 얻는 것이다. 그래서 키우고 있는 어미 개들에 대한 동물복지적 고려는 전혀 없다. 좁은 철망장에 갇혀서 지내면서 일 년에 두 번 생리가 오면 그 때마다 교배를 시켜 새끼를 뽑아낸다. 그러다보니 어미의 몸은 쉽게 망가져 5~6년이 넘어가면 새끼를 낳을 수가 없게 된다. 이 때가 되면 이 어미개들은 보신탕집에 팔려진다.

공장식 축산 양계장의 산란계들이 달걀만을 낳다가 산란율이 떨어지면 폐계가 되어 싸구려 치킨용으로 판매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들 동물들은 오로지 인간의 이익 극대화를 위해 존재할 뿐 그 과정은 고통스러운 나날들 뿐이다. 

방송 중에 강아지 경매장 풍경이 몇 번 나왔다. 또 강아지를 경매하는 곳이 아닌 나이든 개를 경매하는 경매장도 나왔다. 이곳에는 나이가 들어서 더 이상 종견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골든리트리버나 시베리안 허스키, 세퍼드와 같이 덩치가 큰 대형견들이 경매되는 곳이었다. 방송에서는 이곳에서 다 큰 개들이 경매되는 모습을 스케치하듯이 다루는 것으로 끝이었다. 그 뒷이야기는 다루지 않았다. 여기에서 경매된 개들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동물보호시민단체 KARA에서는 이곳에서 주기적으로 대형견들을 경매해가는 경매자를 추적했다. 그는 서오능 옆에 작업실을 차려놓고 경매장에서 몇 만원씩에 구입해온 ‘폐견’들을 도살하는 작업을 했다. 이 사람은 구입해온 폐견을 자신이 만든 전기도구로 감전을 시켜서 도살을 했다. 이 과정에서 개들은 극심한 고통을 받으며 비명을 질렀다. 동물보호단체 KARA는 지역 동물보호센터 직원분과 동물보호감시원에게 연락을 했다. 하지만 그들의 반응은 그저 “개도살은 불법이 아니며, 잔인한 개도살의 증거를 가지고 경찰에 신고하라”, “안타깝지만 이게 현실이며, 아무것도 해 줄 것이 없다”라며 안타까워만 할 뿐, 아무런 대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에 매일 같이 몇 마리의 개들이 도살자에 의해 죽음을 맞았다. 개가 매일 같이 고통스러운 죽음을 당하는 것을 확인했지만 그것을 현실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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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살자가 도살에 사용한 전기도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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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장에서 경매된 대형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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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동물보호시민단체 KARA)

여기에서 우리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나라에도 『동물보호법』 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이 『동물보호법』 은 왜 존재하는 것인가? 동물보호법의 목적은 『동물보호법』 제1조에 명확히 표시하고 있다. 

제1조(목적) 이 법은 동물에 대한 학대행위의 방지 등 동물을 적정하게 보호ㆍ관리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동물의 생명보호, 안전 보장 및 복지 증진을 꾀하고, 동물의 생명 존중 등 국민의 정서를 함양하는 데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우리는 눈 앞에서 동물이 전기기구에 의해 고통스럽게 죽음을 맞는 것을 접하게 된다. 『동물보호법』 이라는 법이 있지만 이러한 법이 실제로 고통을 당하는 동물에게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그럼 도대체『동물보호법』은 왜 있는 것인가?

박종무원장님프로필

[칼럼] 동물보호법은 왜 있는가? – 박종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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