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균성 골수염 걸린 왈라비 만지는 야생동물카페,괜찮아요?

어웨어·휴메인벳, 2019 야생동물카페 보고서 발표

등록 : 2019.08.29 15:14:28   수정 : 2019.08.29 15:18:56 이학범 기자 dvmlee@dailyvet.co.kr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와 휴메인벳이 <2019 전국 야생동물카페 실태조사 보고서>를 발간했다. 예방접종증명서를 부착한 곳이 소폭 증가하는 등 개선된 점도 있었지만, 야생동물카페 수 대폭 증가, 열악한 동물복지, 수의학적·공중보건학적 위험성, 생태계 교란 가능성 등 수많은 문제점이 재차 확인됐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야생생물법 및 동물원수족관법의 처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왼쪽부터) 휴메인벳 대표 최태규 수의사, 어웨어 이형주 대표

(왼쪽부터) 휴메인벳 대표 최태규 수의사, 어웨어 이형주 대표

2년 사이 2배 증가한 야생동물카페

동물판매업 등록 등 변칙 운영 많아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에서 운영되는 야생동물카페 숫자는 2017년 35개에서 64개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서울이 18개 업소로 가장 많았으며, 2년 전과 비교해 충청, 경남, 제주 등 지역적 분포도 넓어졌다. 가장 많이 사육되는 동물 종은 라쿤(36개 업체)이었다.

어웨어와 휴메인벳은 올해 6월 1일부터 7월 31일까지 서울, 인천, 부산, 경기도 소재 야생동물카페 총 12곳을 방문 조사했다.

그 결과, 7개 업체가 식품접객업으로 신고하고 영업 중이었는데, 식품위생법에 따라 동물 전시 공간을 완전히 분리한 업체는 없었다.

또한, 동물보호법상 동물전시업·동물판매업으로 등록한 곳도 각각 6곳과 4곳이 있었다. 동물보호법상 반려동물 영업 대상 동물은 ‘개, 고양이, 토끼, 패럿, 기니피그, 햄스터’ 등 6종임에도 불구하고, 라쿤 등 야생동물을 전시하면서 변칙적인 방법을 사용한 것이다.

이형주 어웨어 대표는 “동물원수족관법 소관 부처인 환경부와 동물보호법 소관 부처인 농식품부의 범부처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철제케이지 안에 방치된 동물이 관찰된 곳은 총 8곳으로 2017년보다 증가했다(9개 업소 중 3곳). 주로 합사에 실패하거나 공격성이 있는 동물이었으며, 코아티, 라쿤, 친칠라 등이 한 마리씩 케이지에 들어있었는데 정형행동을 보이는 개체들도 있었다.

세균성 골수염에 감염된 왈라비. 사육되는 캥거루과 동물에서 죽음을 부르는 가장 흔한 질병이다.

세균성 골수염에 감염된 왈라비. 사육되는 캥거루과 동물에서 죽음을 부르는 가장 흔한 질병이다.

외상·질병, 비만, 부적절한 관리, 정형행동, 공격행동 多

전시되는 동물들의 상태도 좋지 않았다.

한 조사에서는 꼬리 끝이 잘린 미어캣과 얼굴 부위에 염증이 있는 왈라비가 전시되어 있었는데, 감금사육되는 캥거루과에서 자주 발생하는 세균성 골수염(Fusobacterium necrophorum, Actinomyces 등)으로 추정됐다.

휴메인벳의 최태규 수의사는 “외상이 진행형이라면 전시에서 제외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염증이 있는 왈라비는 만지기 체험에 사용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고도비만을 보이는 라쿤

고도비만을 보이는 라쿤

비만도 큰 문제였다. 라쿤의 경우, 아주 어린 개체를 제외하면 모든 업소에서 한 마리도 빼지 않고 모두 비만으로 관찰됐다고 한다.

최태규 수의사는 “걸음이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고도 비만인 개체도 있었다”며 “좁은 공간에서 사람이 주는 먹이만 먹고 살게 때문에 비만이 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왈라비, 미어캣 등에서 지나치게 길어진 발톱 때문에 발가락이 휘어지는 지경에 이른 개체들도 관찰됐다. 땅을 파거나 달리면서 자연스럽게 발톱이 닳아야 하지만, 미끄러운 실내 바닥에서는 그런 행동이 불가능하다.

캥거루과 동물인 왈라비가 미끄러운 바닥 때문에 바닥을 박차고 점프하지 못하고 엉거주춤 기어 다니는 모습도 관찰됐다.

스트레스 때문에 다른 동물이나 사람을 공격하는 경우도 있었다. 무의미한 행동을 반복하는 정형행동은 라쿤은 물론, 미어캣, 코아티, 바위너구리에서도 관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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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상 및 감염병 전파 위험 커

국제적 멸종위기종(CITES종) 인터넷 거래도..

여러 종을 한 공간에 합사할 때 갖춰야 할 조건들을 만족시키지 못하다 보니 외상 및 감염병 전파 가능성도 컸다.

특히, 무분별한 이종 합사는 감염병 전파의 위험을 높이는데, 자연상태에서 서로 마주칠 일이 없던 동물은 서로 질병을 공유할 기회도 없었기에 각자에게 증상이 없는 병원체가 다른 대륙이나 지역에서 온 동물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고, 예측하지 못한 질병을 일으킬 수도 있다.

최태규 수의사는 “생태적으로 관계가 없는 동물들을 동일 공간에 합사하는 행위는 서로를 새로운 병원체에 노출시키고 전파를 촉진시키는 매우 위험한 행위인 것으로 보여진다”고 밝혔다.

야생동물 거래 증가와 이로 인한 야생동물 유기·생태계 교란, 공중보건학적 위협도 큰 문제다.

조사대상 12개 업체 중 7개 업체에서 동물을 판매하고 있었으며, 인터넷 업체에서 개인 간 야생동물 거래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대표적인 사이트 한 곳에서만 올해 5월 1일부터 7월 31일까지 3개월간 라쿤 91마리, 미어캣 50마리, 여우 13마리가 거래됐다. 희귀동물(대형동물) 카테고리에서도 24종 81마리가 거래됐는데, 이 중에는 하이에나 등 맹수류 및 일본원숭이 등 국제적 멸종위기종(CITES종) 등 개인 거래가 금지된 종도 포함되어 있었다.

무분별한 개인 간 야생동물 거래는 동물의 유기 및 탈출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곧 생태계 교란 위험성을 높인다.

이형주 대표는 “야생동물은 유기되거나 관리 부실로 탈출하더라도 시민들이 외래종 야생동물에 대한 지식이 없기 때문에 자연에 서식하는 동물로 인식하기 쉬우며, 탈출한 야생동물은 야생에서 고통스럽게 폐사하거나, 폐사하지 않고 생존·적응하여 생태계를 교란한 위험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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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수족관 외 장소에서 야생동물 전시 금지, 야생동물 개인소유 제한 방안 마련 필요

어웨어와 휴메인벳은 ▲동물원·수족관 외 장소에서 야생동물 전시 금지 ▲ 동물원수족관 허가제 및 검사관 제도 도입 ▲생물종 별 적정한 서식환경 및 관리 제공 의무화 ▲ 관람객과의 직접적 접촉 규제 ▲야생동물 거래 규제 및 개인소유 제한 방안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를 위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야생생물법), 동물원 및 수족관 관리에 관한 법률(동물원수족관법) 개정안들이 20대 국회 회기 내에 통과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휴메인벳의 최태규 수의사는 “야생동물의 복지에서 가장 기본은 원서식지의 재현인데, 야생동물카페는 대부분 실내에 있으므로 바닥 재질이나 냄새, 햇빛, 바람 등을 재현할 수가 없다. 실내 건물에서 운영되는 카페는 동물의 습성에 맞는 서식환경 조성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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