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검역견 실험논란` 서울대에서 열린 `비윤리적 동물실험 규탄` 회견

4월 24일, 세계 실험동물의 날에 열린 기자회견

등록 : 2019.04.24 14:56:28   수정 : 2019.04.24 18:26:34 이학범 기자 dvmlee@dailyv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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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의 은퇴 탐지견 실험 논란이 거센 가운데, 동물보호단체들이 서울대에 모여 ‘비윤리적 사역견 동물실험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동물권행동 카라, 동물자유연대, 비글구조네트워크가 참여했다.

현재 서울대 수의대 L교수팀은 2013년부터 5년간 인천공항에서 검역탐지견으로 일했던 복제 탐지견 비글 ‘메이’, ‘페브’, ‘천왕이’ 등 3마리를 이관받아 동물실험을 했고, 그중 현재 사망한 ‘메이’가 앙상하게 마를 때까지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동물단체들은 “국가 사역견을 동물실험용으로 쓴 사례는 불명예스러운 뉴스거리이자 조롱거리”라며 “동물보호법에 사역견은 동물실험에 이용될 수 없다고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동물실험을 심의하고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시스템인 동물실험윤리위원회(IACUC)의 역할 부재도 문제”라며 “국가 사역견을 동원한 동물실험이 승인되었거나 아예 심의조차 받지 않았을 것이라는 강한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L교수팀이 실제로 은퇴 검역탐지견을 실험에 이용했다 하더라도, 이것이 불법인지 아닌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현행 동물보호법에서는 사역견의 동물실험을 금지하고 있지만, 같은 법 시행규칙에서 ‘생태, 습성 등에 관한 과학적 연구를 위한 실험’을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물실험윤리위원회에서 제대로 계획서를 검토해 이번 실험이 승인됐다고 가정하면, 이러한 예외조항이 적용됐다고 추정할 수 있다. 실제 이번 연구 역시 동물실험윤리위원회 승인을 받아 시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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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합법적인 동물실험이었다 하더라도 도의적인 책임이 없다고 볼 수는 없다.

이날 모인 단체들은 “법적인 문제를 떠나 국가와 국민을 위해 희생했던 동물을 고통스러운 실험용으로 이용한 것은 현재 우리나라 동물실험의 심각한 문제점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특수 목적견 복제사업’의 타당성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었다.

단체들은 공동성명서에서 “특수 목적견 복제사업은 어떠한 과학적·객관적 근거가 없이 이루어졌다”며 “국민의 소중한 세금을 일개 교수 한 사람의 주장만으로 국가사업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고, 국민이 아닌 L교수와 일부 공무원, 의혹을 사고 있는 복제견 공급사업자에게만 혜택이 돌아간 것으로 밝혀졌다”고 전했다.

이들은 최종적으로 ▲서울대 총장 명의의 사과 ▲L교수 파면 ▲서울대 동물복제 연구 사업 영구 폐지 ▲국회의 실험동물법 및 동물보호법 개정 추진 ▲국가 주도 동물복제 사업 백지화 ▲페브와 천왕이의 동물권단체로의 이관 등을 요구했다.

“서울대·정부 공식 입장 발표 기다려보자”라는 신중론도 제기

“생명공학 분야 연구 위축으로 이어져서는 안 돼” 우려도…

L 교수팀, 사육관리 담당자 동물학대 혐의로 고발

한편, 이번 사건에 대해 서울대와 정부의 입장 발표를 기다려보자는 신중론도 흘러나온다. 현재 서울대 수의대 차원의 진상조사는 마무리됐고, 서울대 본부 차원의 조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농식품부도 “조사에 착수했고 법 위반 사항이 확인되면 법령에 따라 제재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험과정이 부적절했는지, 관리 중에 동물학대 행위가 있었는지, 동물학대 행위가 있었다면 학대행위의 당사자는 누구인지 등에 대한 공식 조사 결과 발표를 기다려야지, 그전까지는 무분별한 추측을 자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L교수팀은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CCTV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사육관리를 하던 직원의 학대 행위를 확인하고, 해당 직원을 동물학대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이 직원의 학대행위가 사실이라면, 메이가 극도로 마른 원인은 연구진의 비윤리적인 과도한 실험이나 고의적인 학대가 아닌 사육관리 직원의 개인적인 일탈일 가능성이 크다.

동물단체들은 또한 “중앙부처 공무원과 서울대 간의 유착관계를 철저히 조사하여 엄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국책 사업 입찰 과정에서 비리가 없었냐는 지적이다. 그러나 국가연구개발 사업에 대한 의혹제기도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기본적으로 국가연구개발사업은 다단계의 기술수요조사 및 평가를 거쳐 발굴, 선정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수의대 관계자는 “개 복제 연구사업이 불필요하고 과학적·객관적 근거가 없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며 “이번 사건을 동물실험 환경을 개선하는 계기로 삼아야지, 마녀사냥식 비판을 통해 생명공학 연구의 동력을 잃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수의대 학생 중에서도 생명공학 분야에 관심을 보이는 학생이 많은데, 수의 분야에서 진행되는 모든 연구가 마치 적폐처럼 취급되어 학생들이 꿈이 꺾일까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참고로, L교수팀의 검역탐지견 복제연구는 ’2014년도 국가연구개발우수성과 100선’에 선정된 바 있다.

당시 발표된 자료에는 “복제 검역탐지견 3두에 대해 8개월간 자질평가 및 탐지훈련을 실시한 결과, 자연 번식을 통한 일반 탐지견보다 높은 선발비율로 100% 현장투입에 성공했다”, “이 연구로 검역탐지견 생산 비용을 연간 5~6억원 절감하는 경제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등의 내용이 나온다.

또다시 제기된 수의사 윤리의식…사회가 요구하는 높은 수준의 동물보호복지 인지해야

이번 사건이 수의계에 주는 교훈은 명확하다. 합법·불법 여부와 진상조사 결과를 차치하더라도, 사회가 수의사에게 요구하는 동물보호복지 수준이 높아졌음을 수의계 내부에서 더 절실히 인지해야 한다는 점이다.

<동물실험을 위해 불법 개 번식장으로부터 개를 공급받는 수의대, 유기견을 수술 실습용으로 사용한 공수의사 및 공중방역수의사, 살충제 계란 파동 당시 농약 불법제조·판매에 직접 관여한 수의사, 대학원생 제자로부터 뇌물을 받은 교수, ‘탐욕의 동물병원’이라는 이름의 방송에 소개된 상식 이하의 동물병원, 향정신성의약품을 불법 유통한 동물병원 원장과 불법 투약한 수의대 학생. 대학동물병원 입원실에서 전자 담배를 흡연한 수의사>

이 모든 사건이 최근 3년 이내에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수의계 사건이다.

수의사와 관련된 규제가 늘어나고, 관련 법안도 지속 발의되는 분위기 속에서 수의계 스스로 내부 자정을 하지 못하면 수의사들이 설 자리가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자조의 말이 수의계 곳곳에서 들려온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동물보호단체 대표는 본지와의 대화에서 “동물보호복지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증가하면서, 수의사와 수의대에 대한 기대와 요구사항도 높아지고 있다. 이를 잘 인지하는 사람도 있지만, 과거 자신의 경험에 사로잡혀 사회적 요구를 무시하는 수의사·수의대 교수도 있는 것 같다”고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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