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임상피부학회장 박희명 교수, `피부 전문의과정 수년내 도입`

진료의 표준화 위해 전문의 과정 마련해야..객관화된 평가지표로 자격기준 구성이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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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리스트(전문의) 제도 도입은 임상 수의계에서 계속 이어져 온 화두 중 하나다.

반려동물 임상을 중심으로 여러 과목별로 세분화하여 발전하고 있고 안과, 영양학, 심장, 외과 등 다양한 임상 과목에서 독립된 학술단체가 출범하기도 했다.

전문의 과정 도입을 구체적으로 추진하는 임상과목은 아직 없다. 하지만 최근 출범한 한국수의임상피부학회는 수 년 내 피부과 스페셜리스트 배출을 목표로 전문의 과정을 도입할 뜻을 내비쳤다.

아래는 한국수의임상피부학회의 초대회장으로 추대된 박희명 건국대 교수와의 일문 일답.

141030 박희명 전문의
한국수의임상피부학회 초대회장 박희명 건국대 교수

Q. 임상피부학회의 주요 목표 중 하나가 수년 내로 한국에 피부과 스페셜리스트(이하 전문의로 표기)를 배출하는 것이라고 들었다

3년 이내에 아시아임상피부학회를 조직해 공동으로 전문의 제도를 출범시키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현재 중국과 대만,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이 가입 의사를 밝혔다. 미국수의피부학회 회장이자 북미 수의피부학 전문의인 로잔나 마르셀라 교수도 적극 도와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수의피부학 저변은 이미 일본을 앞서 아시아 최고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수의피부학 박사학위자도 많이 배출됐다. 한국수의임상피부학회가 중심이 되어 전문의 제도를 마련할 것이다.

Q. 전문의 과정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전문의 과정이 필요한 진정한 이유는 ‘진료의 표준화’에 있다.

‘어떤 질병을 치료할 때 최소한 해당 임상과목 전문의를 배출하는 학회가 인정한 방법으로 치료해야 한다’는 개념을 잡는 것이다.

표준화되지 않은 진료는 의학이 아니다. 하나의 질병을 보고 이 수의사 저 수의사가 각각 다르게 대응한다면 그것은 과학이 아니다. 재현성은 과학의 필수 요소다.

하지만 우리나라 수의학에는 이러한 부분에 대한 대처가 전혀 없다. 전문의가 없기 때문이다.

Q. 아직 우리나라 수의임상과목 중에서 전문의를 배출한 분야는 없다. 외과나 안과 등 다른 분야와 전문의 도입 시기를 조율해야 할 필요는 없나

꼭 같이 해야 하는 문제는 아니다. 어차피 그러한 부분을 합의할 협의체도 없고, 전문의 과정 도입을 위한 정부의 지원정책도 없다.

결국 각 임상과목의 학회가 나서서 전문의 과정 도입을 시도해야 하는 상황이다.

Q. 전문의 과정을 운영해 새로운 전문의를 배출할 수 있는 사람은 전문의 뿐이라고 알고 있다. 애초에 전문의가 없는 우리나라에서 전문의 과정을 만들려면 특별한 경과규정이 필요할 것 같은데

맞다. 알다시피 인턴, 레지던트 과정을 거치고 관련 자격을 갖춰 전문의 위원회가 출제하는 시험에 합격해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해당 과정은 전문의가 감독하여 운영해야 하는데 최초에는 전문의가 없는 상태에서 제도를 만들어내야 하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디팩토(De Facto, 사실상의) 스페셜리스트’라는 규정이 있다. 전문의를 배출할만한 자격을 갖춘 이를 ‘사실상의 전문의’로 인정해 그들로 하여금 1기 전문의를 양성하도록 하는 제도다.

의료계에서도 처음에는 미국 전문의를 멘토로 삼아 디팩토 전문의를 배출한 후 그들이 전문의 과정을 만들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과정이 자리를 잡자 정부도 참여해 제도화한 것이다.

디팩토 전문의는 실제 전문의와 다르다. 명예 전문의라고 이해하면 맞을 것 같다.

Q. 디팩토 전문의가 누가 될 것이냐를 놓고 논란이 일 여지가 있을 것 같다

전문의 과정의 성패는 해당 과정을 누구든지 인정할 수 있도록 만드는데 있다. 여기에는 객관화된 평가지표를 수립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실 일본에서 이미 자체적으로 전문의 제도를 출범한 적 있지만, 이러한 객관화된 지표 없이 친분관계나 정치적인 측면에서 운영되는 바람에 아무도 인정하지 않는, 있으나마나 한 타이틀이 되어 버렸다.

자신이 관련 대학원을 나왔고 케이스를 많이 봤다고 주장하면서 스스로를 전문의 자격이 있다고판단하는 것은 오산이다. 그런 전문의 타이틀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관련 진료를 몇 건이나 봤는지, 증례를 몇 건이나 보고했는지, 논문은 얼마나 발표했는지 등등 세분화되고 구체적인 평가지표를 마련하고 이를 권위 있는 전문의 위원회로부터 인정 받아야 한다. 향후 배출될 정식 전문의뿐만 아니라 디팩토 전문의 자격도 이러한 기준에 부합하는 수의사에게 주어져야 한다.

누구나 ‘저 정도 했으면 전문의가 될 만하지’ 인정할 수 있을 정도의 자격규정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Q. 피부과 전문의 과정을 수립하는데 몇 년이나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나

관련 규정 마련과 디팩토 전문의 선정 등 준비과정을 임상피부학회장 임기 3년 내에 마무리하는 것이 내 목표다. 이후 정식 전문의 교육과정을 거치는데 3~4년의 시간이 필요하니 빨라도 7년 정도는 걸릴 것이다.

Q. 의사들도 대학병원에서 인턴, 레지던트 과정을 진행한다. 교육장소가 필요할 듯 한데

물론 수의과대학 교수들도 디팩토로서 참여해야 할 것이다. 사실상 교육은 학교에서 진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전문의 과정과 대학원 지도는 성격이 다르다. 전문의 과정은 멘티(지원자)가 멘토(전문의)에게 교육을 받는 형식이기 때문에, 한 명의 지원자에게 여러 명의 멘토가 있어도 관계 없다. 대학이 아닌 외부 병원에 디팩토 전문의가 있다면 거기서도 일부 교육을 진행할 수 있는 것이다.

Q. 이후 전문의 과정이 도입되면 이미 임상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수의사들도 지원할 수 있을까

쉽지는 않겠지만 가능할 것이다. 꼭 갓 졸업한 수의사들만 지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도 파트 대학원 등을 통해 박사학위를 받는 수의사들이 많다. 현재 한국수의임상피부학회 창립을 이끈 멤버들 중 많은 수의사들이 동물병원 원장이면서도 피부를 주제로 논문도 발표하고 학위도 받은 분들이다.

Q. 많은 임상과목이 전문의 제도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지는 않다. 만약 피부 전문의가 구체적인 도입과정에 돌입한다면 모델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연구년을 마치고 내년 귀국해서는 본격적으로 준비를 추진할 것이다.

나는 전문의 자격을 딸 생각이 없다. 교수로서 연구와 후학양성에 힘쓰는 것만도 벅차다. 다만 전문의 과정이 우리나라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확립하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전문의 과정을 통해 아직 우리나라 수의사 양성에 남아 있는 도제식 성격을 걷어내야 한다.

전문의 과정에 들어오는 수의사 누구든지 해당 임상과목의 전문가로서 배출될 수 있도록 체계화해야 한다.

     

수의임상피부학회장 박희명 교수, `피부 전문의과정 수년내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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