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AVA에 가다 [2부] 이시다 타쿠오 회장 인터뷰/이덕원

등록 : 2019.10.30 14:24:41   수정 : 2019.10.30 14:24:59 이덕원 객원기자 ysj@dailyv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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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원 수의사(프리랜서 기자, 사진)의 기고문 3개를 시리즈로 게재합니다. 1. FASAVA 2019 참관기(클릭) 2. 아카사카동물병원 방문기 3. TRVA 응급전문동물병원 방문기 중 두 번째로 아카사카동물병원 방문기(이시다 타쿠오 원장 인터뷰)를 소개합니다(편집자 주).

  
일본 도쿄 중심지 중 하나인 아카사카에 있는 아카사카 동물병원은 올해로 설립 56년째를 맞는 동물병원이다. 그동안 병원을 찾은 보호자들이 이제 3대를 넘어 4대에 걸쳐 병원에 다니고 있다니 그 긴 역사를 실감할 수 있다. FASAVA 2019 행사가 끝난 뒤 아카사카 동물병원을 방문하여 공동 원장이자 일본 임상수의학회(JBVP) 회장인 타쿠오 이시다 원장을 만나 인터뷰했다.

이시다 타쿠오 원장(사진 병원 제공)

이시다 타쿠오 원장(사진 병원 제공)

Q. 바쁜 시간 내주셔서 감사드린다. FASAVA 행사 조직위원장으로서 큰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소감은 어떠한가. 

행사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일들이 있었지만 큰 탈 없이 행사를 마무리할 수 있어 기쁘다.

Q. 이번 FASAVA 대회는 반려동물 임상수의사가 어떻게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특히 많이 담긴 것 같다. 개막식 연설에서도 수의사의 역할에 대해 강조했다.

정확히 봤다. 수의사들은 최신의 수의학적 지식을 공유하기 위해 이런 국제행사를 열고 모임을 갖는다. 하지만 나는 이것들은 어디까지나 수의사에게 주어진 사회적 역할을 잘 수행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다.

수의학은 누구를 위한 학문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가 돌보는 반려동물은 가정에 속하고 가정은 사회에 속한다. 즉, 수의학도 반려동물뿐 아니라 그들과 함께 사는 인간과 우리 사회 모두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번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수의사의 역량을 향상하는 것뿐 아니라 수의사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했다.

FASAVA 2019 폐막식에서 전, 현직 FASAVA 회장단과 이시다 타쿠오 조직위원장(왼쪽 두 번째)

FASAVA 2019 폐막식에서 전, 현직 FASAVA 회장단과 이시다 타쿠오 조직위원장(왼쪽 두 번째)

Q. 2022년 FASAVA 대회는 한국 대구에서 열릴 예정이다. 행사를 운영해본 경험을 바탕으로 조언하고 싶은 점은?

대구는 몇 차례 방문해본 일이 있다. 외국에서 접근할 때 교통은 조금 불편하지만 아름다운 도시로 기억한다. 대구는 이전에도 국제 수의학계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른 경험이 있다. 허주형 KAHA 회장과 동료들이 좋은 행사를 준비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는 이번 FASAVA 대회를 준비할 때 두 가지를 가장 염두에 두었다.

첫번째로는 최고 수준의 연자들을 초청하여 최고 수준의 강의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FASAVA는 아시아 수의사대회지만 전 세계적인 행사라고 생각하고 준비해야 한다. 동아시아뿐 아니라 서아시아, 호주와 뉴질랜드 등 FASAVA는 다양한 국가를 포함하고 있다.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새로 발전하고 있는 나라의 참여도 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행사를 준비할 때 언어와 문화를 포함해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두 번째로는 참가자들이 일본의 환대를 느낄 수 있도록 노력했다.

행사를 위해 도쿄를 방문한 모든 참가자와 가족들이 우리의 문화와 그들을 환영하는 마음을 느끼길 바랐다. 시 정부의 협조도 중요하다. 도쿄 관광청이 공항에 안내 부스를 설치하고 참가자들에게 무료 시내 투어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등 많은 도움을 받았다.

Q. 오랜 시간 동안 반려동물 임상에 종사하며 여러 가지 변화들을 몸소 겪어왔다. 그간 반려동물 수의학에서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과거부터 지금까지 반려동물의 의미와 지위는 크게 변했다. 우리가 애완동물 대신 반려동물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단순히 명칭만 바뀐 것이 아니라 그들이 인간에게 가족의 일원으로서 그 의미가 변했다는 것을 뜻한다. 반려동물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었기 때문에 이제 사회는 반려동물에 대해 거의 인간과 비슷한 수준의 의학적 관리를 원하고 있다.

반려동물 수의사의 역할도 더욱 중요해졌다. 수의사는 항상 최선의 의료를 펼 수 있도록 준비하고 공부해야 한다. 또 수의사는 반려동물의 마음과 상태를 대변해주고 보호자가 최선의 의료 옵션을 선택하도록 조언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같은 질병의 환자라도 보호자나 가족의 상황에 따라 선택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수의사들은 보호자와 함께 공감하고 고민할 수 있어야 한다.

Q. 아카사카 동물병원은 역사가 아주 오랜 병원이라고 알고 있다. 병원을 소개해달라.

이 병원을 설립한 초대 원장은 일본 최초의 여성 수의사 중 하나다. 지금으로부터 거의 60년 전 처음 병원을 설립했을 때부터 선생은 동물과 사람의 관계를 강조했다.

요즘 들어 언급되는 human animal bond와 같은 용어나 개념이 없던 시절에도 그것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던 것이다.

우리 병원의 목표는 반려동물 의료를 통해 사람과 동물 모두의 복지, 교육, 의료 풍요로운 사회를 만드는데 공헌하는 것이다.

즉, 단순히 동물의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반려동물과 보호자의 관계를 최상으로 유지하기 위한 모든 활동을 지원하고자 한다. 때문에 반려동물 문화와 관련된 사업과 강좌들도 제공하고 있다.

Q. 지금까지 수의사들과 동물병원은 큰 변화를 겪으며 성장했고 앞으로도 더 큰 변화가 있으리라고 예상된다. 앞으로 수의사들이 미래에 마주칠 가장 큰 도전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현재 일본의 반려동물 수는 정체되어 있다. 반려견 숫자는 심지어 감소하는 추세다. 그동안 계속 성장해왔던 반려동물 규모가 더 이상 늘지 않는다는 것은 수의사들에게도 커다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어려운 점도 많겠지만 그래도 나는 낙관적으로 생각한다.

미국 인구가 일본의 3배 정도 된다. 반면 반려동물 수는 미국이 7배나 많다. 즉 아직 일본의 반려동물 수도 더 늘어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러 가지 제한 요인이 있을 텐데 우선 주거형태의 차이가 크다. 따라서 앞으로 반려견보다도 반려묘의 비중이 더욱더 커질 것으로 생각한다.

또한, 반려동물 수가 늘지 않는 것이 반려동물 시장이 정체된다는 것은 아닐 것이다. 키포인트는 새로운 세대가 반려동물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포함한 생명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할수록 수의학은 더욱더 발전할 수 있다.

그것이 수의사들이 새로운 세대에게 생명의 귀중함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교육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아카사카 동물병원은 대로변 2층에 자리하고 있었다. 처음 병원으로 들어갔을 땐 생각보다 규모가 작다는 느낌을 받았다. FASAVA가 열린 도쿄 뉴오타니호텔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거리이니 도쿄 한복판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덕분에 건물 임대료는 살인적인 수준이라고 한다. 그 때문인지 40여 명의 수의사와 직원들이 근무하는 병원은 온갖 장비와 입원장 그리고 사람들로 빈틈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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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마친 후 이시다 원장은 병원 이곳저곳을 안내해주었다.

대기실은 크지 않은 규모였지만 칸막이를 두고 반려견 보호자와 반려묘 보호자를 분리해두고 있었다. 대기실 모니터에는 반려동물과 여행 시 주의할 점이나 산책줄의 중요성 등 반려동물 보호자가 알아두면 좋을 내용들이 애니메이션으로 방영되고 있었다. 각종 수술이나 질환에 대해 보호자가 알아두면 좋을 내용도 브로셔로 비치되어 있었다. 모두 병원에서 자체 제작한 것들이라고 한다.

진료공간은 많은 인원과 장비로 빈틈없이 채워져 있었다. 병원은 2개 층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대기실과 진료공간 위층에는 큰 세미나 공간이 있었다. 최근에도 고양이 내원준비 세미나와 강아지 훈육 세미나 등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또 병원 자체적으로 PCR 장비를 사용하고 있었다. 임상병리 전문가인 이시다 원장답게 다양한 검사장비가 마련되어 있었다.

병원 대기실에 위치한 추모 공간. 일명 '무지개다리'

병원 대기실에 위치한 추모 공간. 일명 ‘무지개다리’

병원 대기실에는 병원에서 가장 인상 깊은 공간이 있었다. 바로 죽은 반려동물들을 위한 추모 공간이었다. 이시다 타쿠오 원장은 “어떤 수의사는 병원 안에 이런 추모 공간을 두는 것이 보호자들에게 불필요하게 죽음을 상기시킨다는 이유로 좋지 않게 생각한다”며 “하지만 죽음은 피할 수 없는 일이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도 중요하다. 소중한 반려동물이 살아가고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는 과정에서 느낀 감정들을 표현하는 것은 반려동물을 보낸 보호자와 아직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는 보호자들 모두에게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고를 지향하는 진료의 수준뿐 아니라 수의사의 역할에 대한 고민과 성찰 그리고 반려동물과 인간을 대하는 관점이 수 대에 걸쳐 보호자들이 찾아오게 만든 이 병원의 특별함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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