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새로운 반려동물 문화 위해 체계적인 인수공통감염병 관리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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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전염병학교실 유한상

우리나라 반려동물의 숫자와 종류는 지난 몇 년 동안 지속적으로 증가 및 다양화되어왔고,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약 23.7%의 가정에서 반려동물을 양육하고 있고, 이중 개(76.0%), 고양이(16.6%), 기타동물(13.1%) 순으로 대부분의 가구에서 개, 고양이를 양육하고 있었다. 기타동물로는 수족관동물, 토끼, 랫, 파충류, 조류, 곤충 등으로 다양화되어 가고 있다.

가구당 양육두수는 평균 개는 1.3마리, 고양이는 1.5마리등 평균 2.9마리정도 양육 중이였으며, 두 마리 이상과 두 종류 이상의 반려동물을 양육하는 가구도 많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국내 양육되고 있는 반려동물들은 대부분 지인을 통하거나, 펫샵에 구입하여 양육하고 있었다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보고서(2018)].

과거 ‘애완동물(Pet animal)’에서 ‘반려동물 (Companion animal)’로의 의식전환은 1983년에 국제적으로 제안이 되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2014년 이후부터 반려동물이라는 말을 더 많이 사용하게 되었다[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보고서(2018)].

이러한 의식의 변화로 동물과 사람이 관계가 더 긴밀해지고, 이에 따른 직접적인 접촉이 더 증가하게 된다. 이는 감염병 측면에서 그 위험도가 증가하는 것이다.

반려동물 양육이 증가하는 것은 반려동물이 사람에게 줄 수 있는 많은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려동물 양육의 증가에 따른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여 사회적인 이슈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이들 중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문제점 중 하나가 반려동물 유래 또는 매개에 의한 감염병의 발생이다.

반려동물에 의한 인수공통감염병 발생에 대하여는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고, 이에 대한 연구도 많이 수행되었으며, 이들 바탕으로 많은 예방대책들이 제시되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새로운 반려동물문화 정립을 위해서 꼭 해결되어야 할 부분들이 많이 남아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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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현재 우리나라에 반려동물 양육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반려동물에 대한 자료들은 여러 가지 자료들을 바탕으로 추정하여 양육되는 반려동물의 숫자, 종류, 사육가구수 등을 제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에서 양육되는 반려동물에 대한 질병 통계자료는 전무한 실정이다. 특히 사람의 건강과 직접 관련된 인수공통감염병에 대한 자료는 더욱 그렇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떠한가? 즉, 반려동물과 사람이 행복하고 건강하게 잘 살기 위해서는 인수공통감염병의 숙주 또는 매개체가 될 수 있는 반려동물에 대한 정확한 자료 작성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우선 해결하여야 할 것이다. 이중에서도 특히 인수공통감염병에 대한 자료는 매우 시급한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농림축산식품부가 반려견에 대한 등록제를 시행하고 있으나, 위 보고서는 ‘양육되는 반려견의 약 절반 정도만 등록하였다’고 답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2018년도 총 등록수는 약 130만 4077마리이다(2018년 반려동물 보호, 복지 실태조사결과, 농림축산식품부). 이 숫자가 어느 정도의 비중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등록상황은 저조한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유기동물에 대한 상황은 어떠한가? 더욱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조사가 효율적으로 수행되기 위해서는 환경부, 통계청 등 여러 부처의 협조를 받아 다각적으로 진행하여야 효과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두 번째는 반려동물 유래 또는 매개 인수공통감염병에 대한 인식도의 변화이다.

반려동물 유래 인수공통감염병은 공수병(Rabies)과 같은 질병에 대하여 국한되어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국내·외 사회는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고, 이에 따라서 다양한 신종 또는 재출현 인수공통감염병들이 발생하고 있다.

우리는 반려동물에 대한 인수공통감염병은 고전적인 것들을 주로 생각하는데, 현실은 전혀 다르다.

우리가 병원성이 없을 것이라고 쉽게 생각하는 균들이 사람에 감염되어 가벼운 발열 증상부터 패혈증에 의한 사망까지 다양한 형태의 임상증상을 나타낸다.

무엇보다 일반적인 정상 세균들도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 항생제 내성 또는 병원성 유전자를 획득·보유할 수 있고, 이들 유전자를 다른 병원성 세균에 전달함으로써 항생제 내성과 병원성을 키우고, 확산시켜 나갈 수 있다.

이러한 균들이 반려동물을 통해서 사람에게 또는 다른 반려동물에게 전파·확산시킬 수 있다.

 

셋째는 토양 등 다양한 환경에 존재하는 병원균을 포함한 다양한 미생물들이다.

이들 균의 병원성은 숙주 즉, 반려동물이나 사람의 상태, 감염경로 등에 따라서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균들이 반려동물에도 병원성을 나타낼 수 있지만, 반려동물을 매개체로 사람, 특히 어린이들과 면역이 약해진 사람들에 감염되어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사람의 결핵을 포함한 다양한 마이코박테리움의 감염이 문제시 되고 있다. 이들 중 토양 등 환경 유래 비결핵성 마이코박테리움 Non-tuberculosis mycobacteria, NTM)의 발생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도 이들 균에서 항생제 내성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반려동물문화 활성화를 위하여 여러 곳에 반려동물들의 운동을 위한 공간들을 마련하고 있다. 이러한 공간에 올 수 있는 다양한 미생물들에 의한 감염에 특히 주의하여야 한다.

이 공간은 다양한 반려동물과 반려동물 소유주들이 사용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토양, 반려동물, 사람 등에서 유래한 다양한 종류의 미생물, 특히 병원성 미생물이 존재할 수 있고, 감염 및 전파도 가능하다. 이러한 균들 중 하나가 토양유래 NTM들인 것이다.

필자의 연구실에서 몇 곳을 조사한결과에 따르면, 여러 종류의 NTM 들이 검출되고, 이들 균주들은 다양한 형태로 항생제 내성을 나타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공간에 대한 위생관리가 철저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 사실들은 반려동물 운동장뿐만 아니라, 다양한 야외활동에 같은 개념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반려동물의 야외활동 후에는 꼭 위생적인 처치가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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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 반려동물과 사람 간에 인수공통감염병이 발생할 수 있다.

만약 반려동물유래 인수공통감염병의 발생이 증가되면 어떻게 될까? 많은 유기동물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고 이로 인해 다양한 인수공통감염병의 확산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우려를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진정한 반려동물문화 정착으로 이어지고, 이를 통해 선진문화 창달과 진정한 선진국민이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처럼 동물의 건강이 곧 사람의 건강이고, 이 모든 것이 환경에서 유래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 모두가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One Health’ 개념을 바탕으로 다부처가 협력하는 형태의 체계적인 반려동물 유래 인수공통감염병 관리대책 수립이 시급한 때라고 생각한다.

[기고] 새로운 반려동물 문화 위해 체계적인 인수공통감염병 관리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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