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獸)타트:공방수는 처음이라] 충남동물위생시험소 장민혁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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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하면서부터 수의사들은 여러 번에 걸쳐 새로운 문을 두드립니다. 인턴으로 불리는 1년차 임상수의사 뿐만 아니라 직장에 취직해도, 결혼을 해도, 이직을 해도 심지어 은퇴를 해도 1년차가 됩니다.

데일리벳 학생기자단 10기는 다양한 진로 앞에서 고민하는 수의대생, 새로운 생활에 직면하는 수의사들을 위해 [수()타트 : OO은 처음이라] 프로젝트를 준비했습니다.

수타트 프로젝트는 임상, 기업, 공직, 학계 등 여러 분야에서 1년차에 도전하고 있는 수의사들을 만날 예정입니다. 유학, 결혼, 입사, 개원, 창업, 은퇴 1년차인 수의사들의 이야기도 궁금한데요,

이번에는 시·군청, 동물위생시험소, 검역본부에서 복무하며 우리나라 동물방역 일선에서 활약하는 공중방역수의사를 데일리벳 학생기자단이 만났습니다. [수(獣)타트 프로젝트] 16번째 주인공은 충남동물위생시험소에서 복무 중인 장민혁 수의사입니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올해 초 수의사 국가시험에 합격하고 현재는 충청남도 동물위생시험소 태안지소에서 근무 중인 1년차 공중방역수의사 장민혁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고양이 달리와 토리를 키우고 있는 아빠 집사이기도 합니다(웃음).

 

Q. 공중방역수의사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많은 분들이 공중방역수의사를 단순히 ‘수의대 남학생들이 군 복무를 대체하기 위해 하는 것’ 정도로만 알고 있을 텐데요, 가축방역업무에 종사하기 위해 병역법에 따라 편입된 공중방역수의사는 농식품부장관으로부터 가축방역업무에 종사할 것을 명령받은 사람입니다.

그래서 농식품부 소속 임기제공무원 신분이고요, 복무기간은 군사교육 소집기간 외에 3년입니다. 해당 기간까지 포함하면 3년 3주가 되겠네요.

또한 많은 분들이 급여도 궁금해하실 것 같은데요, 1년차 공중방역수의사는 중위 1호봉을 기준으로 본봉을 받습니다. 2년차면 중위 2호봉, 3년차는 중위 3호봉이죠. 그 외에 방역활동장려금, 출장비, 초과근무수당, 위험수당 등도 수령하고 있습니다(대한공중방역수의사협회에 따르면 2023년 1월 기준 공중방역수의사의 평균 월소득은 358만원으로 조사됐습니다-편집자주).

공중방역수의사의 배치기관은 크게 시·군청, 동물위생시험소, 검역본부입니다. 올해는 훈련 수료 후 신규 공중방역수의사들이 모두 모여 배치지를 추첨했습니다. 1~127번의 번호표를 뽑고, 1번을 뽑은 분부터 차례로 원하는 지역을 지명하는 방식이죠. 그렇게 지역 배정이 끝나면 같은 지역 내에서 다시 세부 근무지를 정했습니다.

17기까지 공중방역수의사는 예과 성적 50%, 수학·영어 수능 성적 50%로 선발됐습니다. 수능 성적은 다들 비슷하니 사실상 예과 성적이 중요한데, 합격 여부가 본1 여름방학에 문자로 날라오기 때문에 떨면서 결과를 받았던 기억이 있네요.

현재는 본과 1학년과 2학년 성적으로만 공중방역수의사 합격 여부가 결정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먼저 학부생 때 공중방역수의사에 합격한 뒤, 다음으로는 수의사 국가시험에 합격하여 수의사의 자격을 얻고, 마지막으로 수의장교에 편입되지 않으면 공중방역수의사가 될 수 있습니다.

Q. 최근 공중방역수의사 지원자가 줄어들고 있다고 들었는데, 처우에 개선이 필요한 점이 있나요?

개인적으로 공중방역수의사의 정원 미달은 현역병의 처우가 개선되면서 현역 입대의 장점이 커졌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역병은 복무기간이 18개월로 단축됐고, 월급도 늘고, 핸드폰 사용도 가능해졌으니까요.

따라서 공중방역수의사는 현역 입대에 비해 복무기간이 더 긴 만큼 더 확실한 메리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이 듭니다.

다양한 지역에 다양한 근무지가 있는 만큼 일반화하여 말씀드리긴 조심스럽지만, 몇몇 근무지는 공중방역수의사의 업무가 아닌 터무니없는 일까지 맡기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점들은 당연히 해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공중방역수의사들은 보통 연고가 전혀 없는 곳에 배치되는데요, 지금도 주거지원비나 관사를 지원해주는 근무지가 많지만 그렇지 못한 곳은 이러한 상황을 더 배려해주셨으면 합니다.

또한 현역병의 복무기간이 18개월로 단축된 만큼 공중방역수의사의 복무기간 역시 가능하다면 조금이라도 단축되면 더 좋을 것 같아요. 방역활동장려금도 절반 이상의 근무지가 90만원을 받는 만큼 60만원을 받는 근무지는 90만원으로 올리는 것을 고려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현역병의 처우가 개선되는 만큼 공중방역수의사의 처우 역시 개선되어 현재 공중방역수의사들의 만족도가 높아져야 후배들 역시 공중방역수의사에 관심이 더 커지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Q. 공중방역수의사 1년차로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아무래도 공중방역수의사가 된 후 첫 출장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그때 업무가 닭 채혈이었는데 근무를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라 조금은 미숙한 상태였죠. 닭 채혈에 관한 지식은 ‘닭 채혈은 날개정맥(wing vein)에서 한다’ 정도밖에 없었고, 그 마저도 이론적으로만 아는 정도였죠.

햇병아리 수의사라 약간 긴장도 되고, 닭을 채혈해본 경험도 전혀 없었기 때문에 스스로에게 잘 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팀장님께서 먼저 시범을 보여주시고 바로 실전 투입이었는데, 막상 해보니 조금 서툴긴 하지만 해낼 수 있었죠. 그렇게 20마리 정도 채혈했던 것 같습니다. 농장주께서도 ‘처음 치고는 굉장히 잘했다’고 칭찬해 주시더라고요.

사실 평범한 출장이었을 수 있는데 마지막에 받은 칭찬 덕분에 기억에 남는 순간이 된 것 같습니다.

Q. 공통 질문인데요, 1년 후와 10년 후 혹은 미래의 자신의 모습을 그려본다면

1년 후의 저는 2년차 공중방역수의사이겠네요. 2년차 때부터는 제가 원하는 수의학 공부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지 않을까 합니다. 제가 워낙 이것저것 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10년 후의 제 자신은 솔직히 무엇을 하고 있을지 확신이 들지는 않습니다.

학부생 때는 수의학이라는 전공을 살려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봉사하는 것이 제가 가장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하여 매달 봉사를 다녔어요. 미래의 제가 무엇을 하든 학부생 때보다 더 전문적으로 능력을 베풀고 봉사하며 살고 싶습니다.

제 자신과 주변 동물에게만 좋은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 아닌, 많은 사람들과 동물들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기여하고 싶어요. 모든 동물이 행복할 수는 없겠지만 저로 인해 조금이라도 행복해지는 동물의 수가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Q. 1년차가 0년차에게, 공중방역수의사 임용을 앞둔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은

“학교를 다니면서 현역으로 입대하고 싶은 유혹이 몇 번 있을 건데, 그 유혹에 절대 넘어가지 말고 무조건 공방수 가라” 예과 때 선배님께 들은 말이 기억이 나네요. 당시에는 졸업이 먼 미래였으니 별 생각이 없었어요.

지금 현재는 공중방역수의사로 복무하는 것도 괜찮다고 느껴요. 특히 훈련소 첫날 밤에 ‘아, 공방수 가길 잘했다’라고 가장 느낀 것 같습니다.

공중방역수의사도 수의사가 되어야 할 수 있으니, 학업에 신경쓰셔서 유급 없이 학교를 잘 졸업하시고 국가시험도 무사히 합격하시기 바랍니다.

3년, 할 수 있다면 많은 것들을 이룰 수 있는 기간이고 헛되이 보낸다면 한없이 낭비할 수 있는 기간입니다. 미래에 돌이켜 봤을 때 인생에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이 들 만큼 모두들 건강하고 건설적인 공중방역수의사 복무가 되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박지수 기자 deu04194@naver.com

[수(獸)타트:공방수는 처음이라] 충남동물위생시험소 장민혁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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