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獸)타트:정치인은 처음이라] 윤혜영 인천 연수구의회 의원

‘수의사는 당을 초월하는 정체성..수의사만 할 수 있는 정치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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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하면서부터 수의사들은 여러 번에 걸쳐 새로운 문을 두드립니다. 인턴으로 불리는 1년차 임상수의사뿐만 아니라 직장에 취직해도, 결혼을 해도, 이직을 해도 심지어 은퇴를 해도 1년차가 됩니다. 

데일리벳 학생기자단 10기는 다양한 진로 앞에서 고민하는 수의대생, 새로운 생활에 직면하는 수의사들을 위해 [수(獣)타트 : OO은 처음이라] 프로젝트를 준비했습니다. 

수타트 프로젝트는 임상, 기업, 공직, 학계 등 여러 분야에서 1년차에 도전하고 있는 수의사들을 만날 예정입니다. 유학, 결혼, 입사, 개원, 창업, 은퇴 1년차인 수의사들의 이야기도 궁금한데요,

지난 2022년 6월 1일 열린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3명의 수의사 당선자가 배출됐습니다.

7월부터 김영기 경기도의회 의원(의왕시 제1선거구), 김영심 서울시 송파구의원(마선거구), 윤혜영 인천시 연수구의원(마선거구) 3명의 수의사가 직접 정치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정말로 우리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고 일하고 있습니다. 정치하는 수의사는 수의사를 대변하기 위해 꼭 필요합니다.

수타트 프로젝트 9번째 주인공, 1년차 기초의회 정치인으로 일하고 있는 윤혜영 수의사(사진)를 데일리벳 학생기자단이 만났습니다. 인터뷰는 올초 인천시수의사회 정기총회에서 진행됐습니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경상대학교 수의과대학 95학번으로 입학해 졸업했습니다. 이후 동물병원을 약 6년간 운영했어요. 상하이로 건너가 13년을 보낸 후 귀국해 연수구의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2022년 6월 1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당선돼 7월 1일부로 임기를 시작했습니다.

 

Q. 처음 수의사가 되기로 결심한 계기가 있나요?

마당이 있는 집에서 외동딸로 태어나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동물과 같이 살았습니다. 마당에 여러 동물이 왕래하는 것을 보다 보니 동물이 태어나는 것도, 죽는 것도 많이 보게 됐죠. 반려동물을 진료하는 동물병원이 적던 시절이라 개나 고양이의 죽음 앞에서 아쉬움을 느낀 적도 있고요.

고등학교 3학년 때 친한 친구와 이야기하며 수의사라는 직업을 고려해 보게 됐어요. 되돌아보니 동물과 함께하는 것이 이미 제 삶에서 익숙하더라고요. 동물을 치료함으로써 함께할 수 있는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어 선택했습니다.

 

Q. 사실 수의사가 정계에 입문하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니잖아요. 왜 정계 입문을 선택하게 되셨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이런 질문을 많이 받다 보니 저 스스로도 어떤 지점이 계기였는지 생각을 많이 해 봤어요. 사실 정치에 대한 관심은 늘 가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외국에 있다 보면 애국하는 마음이 더 생기게 됩니다. 상하이에서 재외국민투표에 임하며 정치 판도를 더 자세히 들여다봤어요.

귀국해 연수구 송도에 자리잡은 후 우연히 주변 지방정치인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습니다. 선거에 도움을 주다 보니 자연스럽게 정계 입문을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수의사를 선택했던 것처럼, 과거에 이미 익숙했던 것이 결정에 녹아 들었던 거죠.

여성 수의사라는 정체성을 대변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서 출마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Q. 선거공보 표지부터 수의사임을 강조하셨습니다. 수의사로서의 정체성이 지역 주민들을 대변하고 선거에 나서는 데 있어, 또 의원으로서 의정활동하는데 장점이 있나요?

처음에는 수의사라는 직업의 이미지가 한정적일 수 있다고 느껴 고민을 많이 했어요. 동물 반려가족이 아닌 유권자에게는 다소 멀어 보이지 않을까 걱정했죠.

학부모이기도 하니 ‘엄마’ 등의 슬로건도 고민했으나, 결국 수의사라는 전문적 이미지가 차별화될 수 있다고 생각하여 슬로건으로 내걸게 되었습니다. 사실 지방의원이 그렇게 주목받는 일이 없는데, 수의사 구의원이라는 슬로건이 주목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한 거죠.

실제로 선거운동을 하다 보니, 수의사 이미지를 강조하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아지와 함께 산책하는 주민 분들을 만나도 참 좋아해 주시더라고요. 지방선거에 수의사 후보가 나왔다는 게 각인이 되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선거사무실로 반려동물 건강상담 전화가 걸려온 적도 있습니다.

최근 10여년 사이 사회적으로 수의사의 이미지가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해요. 코로나 시기를 기점으로 반려가족도 무척 늘었고요.

수의사라는 정체성은 당을 초월하는 힘이 있다고 생각해요. 정치 성향에 관계없이, 수의사가 대변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연수구 직영 동물보호센터 건립, 반려동물 테마파크와 문화축제 등 동물 반려가족을 위한 공약이 눈에 띄었습니다. 동물학대 상시신고시스템 구축과 TNR, 마당개 돌봄사업 지원과 같은 동물복지와 관련된 공약도 인상적이었어요

수의사만이 제안할 수 있는 공약을 내려고 노력했습니다. 수의사라면 동물의 건강과 반려가족의 삶을 위해 노력해야 하죠. 진료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 있기도 하고요. 이러한 부분을 정책적으로 접근해 해결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연수구는 자체 동물보호센터가 없었어요. 인천시수의사회와 연계된 계양구 센터에서 4개 자치구 것을 관리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독립된 지방자치단체이니, 연수구의 유기동물은 연수구에서 보호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단순히 유기동물을 구조해 보호하는 시설이 아니라 교육이나 문화, 봉사 활동을 통해 반려가족이 아니더라도 이용하고 공감할 수 있는 한 차원 높은 시설을 만들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이런 시설이 자리잡으면 지역 내 반려동물의 거점이 될 수 있고, 궁극적으로는 반려동물의 인식이 높아지고 유기동물이 감소되는 효과가 생길 수도 있겠죠. 펫로스 가족을 보듬을 수도 있고요.

이렇게 지역 내에서 유기적으로 사람들과 동물들이 연결되는 반려문화센터를 설립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이자 공약입니다.

 

Q. 최근 연수구의회에서 발족한 의원연구단체 ‘함께 반려동물복지문화연구회’의 대표의원을 맡게 되셨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반려동물 정책, 복지, 산업 관련 토론회, 발표, 연구 등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그러나 단순히 의원들만의 단체가 아니라, 지역구 사람들과 연계하는 단체가 되었으면 합니다. 지역의 반려인과 비반려인 모두의 반려동물 관련 의견을 많이 듣고 수렴하고 싶어요. 지역 문화예술가나 학생들과 연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요.

반려동물 친화도시 연수구로 거듭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기대가 많이 됩니다.

‘함께’반려동물문화복지연구회는 이달 10일 열린대화마당을 개최했다.

Q. 반려동물 관련이 아닌 주요 공약도 궁금한데요

수의사라 그런지 사람의 건강에도 관심이 있는데, 특히 척추측만증에 관심이 많아요. 외국에서도 한국에서도 학부모로 살다 보니 한국 교육환경 안에서 학생들이 너무 오래 앉아 있고, 운동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심지어 지역별 교육열과 척추측만증 유병률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연구도 있어요.

척추측만은 뒤늦게 치료하기 어려운 질병이예요. 반면 엑스레이만 찍어도 진단 확률이 높습니다. 연수구 송도는 학구열이 어마무시한 곳인데, 어떻게 보면 내재적인 척추측만증 환자가 많은 지역일 수도 있어요.

그래서 학생들의 척추측만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를 지원할 수 있는 조례를 만들고 싶다는 목표가 있습니다.

 

Q. 실제 지방의회에서 의정활동을 해 보신 건 처음이잖아요. 원래 생각하시던 부분과 달랐던 점이 있나요?

처음에 지방의원의 업무를 다소 만만하게 보고 시작한 감이 있어요. 그러나 실제로 해 보니 정말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의원으로서 소화해야 하는 업무들이 참 많더라고요.

첫 6개월은 정말 고시 공부하듯 밤새 공부하고 일했던 것 같아요. 제가 수의사라는 직종의 이미지를 대표하게 될 수 있기 때문에 더 열심히 했던 것 같습니다.

 

Q. 지금까지 재직하시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힘들 때 거리에서 산책 중인 강아지들에게 말을 걸다 보면 주민들의 말문이 트여요. 최근에 어떤 아버님으로부터 이전 강아지를 떠나보낸 이야기, 지금 강아지를 처음 만나게 된 순간부터 지금에 오기까지의 이야기를 길게 들은 적이 있어요.

이렇게 강아지에게 편하게 다가감으로써 지역주민들과 교류하는 순간이 기억에 남습니다. 가족 하나하나의 이야기도 깊게 새겨지고요. 이런 시간을 보내다 보면 이 동물 반려가족들의 행복을 위해 더 고민하게 됩니다.

 

Q. 의정활동을 하시며 가장 중시하고 계신 가치가 궁금합니다

지역주민의 표를 받은 선출직이라는 책임감을 갖고 일하고 있습니다. ‘기존에 없던 수의사 지방의원을 뽑아 놨더니 일을 잘 하더’라는 생각이 들게 하고 싶어요.

지역구 현안 중에도 수의사다 보니까 더 잘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요. 수의사를 지방의원으로 뽑았더니 다른 구에는 없는 특색 있는 정책이 생기고, 발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Q. 수의사로서 지방의회에, 정당에 있는 것에 어떤 역할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수의사만이 제시할 수 있는 필요한 의제를 끊임없이 제시해야 하죠. 반려동물이나 동물복지와 같은 정책의 필요성을 꾸준히 피력해야 하고요.

수의사 지방의원인 저로 인해서, 그동안 논의되지 않던 동물 정책에 대한 시선의 전환이 이루어져 관심이 생기게 되길 바랍니다.

 

Q. 최근 수의사들의 정치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현재 수의사 지방의회의원으로는 의원님을 포함해서 세 분이 계시는 데 비해, 국회에는 수의사 출신 의원이 없습니다

수의사가 정치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많이 가지셨으면 해요. 꼭 제가 아니더라도 수의사 출신 국회의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입법 과정에서 수의사를 대변할 수 있는 국회의원이 반드시 필요해요.

 

Q. 저희 같은 수의대생이나 수의사들이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살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에 관심 있는 현안이 있다면, 의회나 의원에 관련 의견을 제시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지방선거 때 공약을 살펴보고 의견을 제시하는 것도 좋고요.

지방의회는 관심을 좋아하고, 실제 수의학을 전공하고 있는 학생들의 시각이 도움이 될 수도 있거든요. 수의대 학생들이 반려동물한마당과 행사를 개최할 때 지방의회에 도움을 요청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Q. 앞으로 정치에 도전하려는 수의사가 준비해야 할 것이나 키워야 할 역량이 있을까요?

관심을 가지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역량으로 보면 가장 중요한 것은 스피치 능력인 것 같아요. 의정활동을 하다 보면 말을 잘 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수의과대학을 다니다 보면 여러모로 발표할 기회가 생길 텐데, 기회가 왔을 때 물러서지 않고 무조건 임해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Q. 스스로 생각하시기에 그리는 미래 자신의 모습이 궁금합니다. 1년 후 근미래와 10년 후 미래로 나누어 듣고 싶어요

‘함께반려동물복지문화연구회’가 순항하여, 1년 후에는 조금 더 발전된 모습으로 이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3년 후 임기 마지막까지 반려동물에 관련된 좋은 정책이 많이 개발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윤혜영’ 하면 연수구의 반려동물정책 생각이 들면 좋겠고, 다른 지역에도 수의사 지방의원의 좋은 선례가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10년뒤쯤에는 주 공약인 반려동물문화센터가 자리를 잡아 다른 지역에서 벤치마킹할 수 있을 정도가 되면 좋겠네요.

 

Q. 마지막 질문입니다. 1년차 정치입문 수의사로서, 정치에 관심 있는 젊은 수의사들과 수의대생, 정치 0년차에게 해 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정치색을 나타내면 안 되는 것이 불문율처럼 자리잡은 게 안타까워요. 사실 저는 정치에 대한 생각이 다르더라도 서로 인정하면서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분위기가 좋다고 생각합니다. 정치는 실제로 삶을 바꿀 수 있거든요.

실제 사회나 정책을 바꾸려면 사람들을 설득해서 생각을 바꿔야 하고, 그러려면 한 단계 위로 올라가서 참정권을 발휘하고 정치에 내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내 생각을 잘 대변해 줄 수 있고 올바른 정치인을 뽑아야 하고, 그게 가능하려면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겠죠.

정치가 바뀌고, 정치가 제대로 된 길을 걸어야 우리 삶이 옳게 바뀔 수 있으니, 정치가 멀리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어요. 내 근처에서, 내 삶을 바꿔 줄 수 있는 그게 정치라는 생각을 해요.

물론 정치를 보다 보면 마음에 안 드는 모습이 있을 수 있죠. 그런 모습을 덮어두고 싫어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관심을 가지고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마음에 안 드는 그 모습을 바꿀 수 있어요. 아니면 한 단계 더 나아가 직접 정치에 뛰어들 수도 있고요!

강주호 기자 zoology@kakao.com

[수(獸)타트:정치인은 처음이라] 윤혜영 인천 연수구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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