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영국왕립수의과대학 고양이 CKD 전문가 `레베카 게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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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21R Geddes1

영국왕립수의과대학(RVC) 출신의 미국수의내과학전문의 레베카 게데스 박사(사진)는 신장학과 고양이 만성신장병 분야 전문가입니다. 게데스 박사는 지난 5월, 한국베링거인겔하임동물약품(주) 초청으로 내한해 수의대생을 대상으로 특강을 하고, 영남수의컨퍼런스에서도 강의를 진행했습니다.

6월 24일(월)에는 관련 웨비나도 열립니다(웨비나 신청 링크(클릭))

게데스 박사의 강의를 인상 깊게 들은 뒤 고양이 만성신장병(CKD)와 왕립수의과대학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어져 게데스 박사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도움을 주신 한국베링거인겔하임동물약품 이비함 수의사님께 감사드립니다).

인터뷰는 ▲영국왕립수의과대학(RVC) 및 전문의 제도 ▲만성신장병(CKD) 등 2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 영국왕립수의과대학(RVC) 및 전문의 제도

Q. 한국 방문은 처음으로 들었습니다. 한국의 수의대생과 수의사를 만나 본 소감은 어떠셨는지요. 

먼저 초대에 감사드립니다. 새로운 장소를 방문하고 다른 나라 수의사, 수의대생과 만나는 것을 좋아합니다. 장시간 비행이었지만 색다른 여행이었습니다.

다음에 다시 한국을 방문하고 싶고, 그때는 관광에 더 시간을 할애하고 싶네요. 많은 한국 수의대생들이 토요일임에도 강연을 들으러 왔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물론 공통의 언어가 있다면 편했을 것 같지만, 영국의 수의사와 한국 수의사 사이에서 별반 다른 점을 느끼지는 못했습니다.

한국 수의대생 대상 강의 후 단체사진
한국 수의대생 대상 강의 후 단체사진

Q. 한국의 경우, 과거에는 고양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많았으나, 최근에는 고양이 양육자가 많이 늘어났습니다. 영국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영국은 고양이가 약 1천1백만 마리로 개(약 9백만 마리)보다 더 많습니다. 영국 성인의 25%가 고양이를 기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마 고양이를 키우는 데 드는 수고스러움이 적기 때문에 많이 양육하는 것 같습니다. 

Q. 한국에는 이제 막 전문의(specialist) 제도가 만들어지는 추세입니다. 한국 수의대생 상당수가 전문의에 관심이 있는데요, 영국왕립수의과대학의 상황이 궁금합니다. 매년 300명 정도가 입학한다고 들었는데, 그중 전문의과정(residency program)을 밟는 수의사는 몇 명이나 되나요? 

상당수가 일반의(GP, general practitioner)가 됩니다. 왕립수의과대학 소동물병원에서는 매년 10~15명의 레지던트를 수용합니다. 그리고 레지던트 프로그램은 매우 치열합니다. 

Q. 최근 많은 미국 학생들이 왕립수의과대학에 진학하기를 희망한다고 들었습니다. 왕립수의과대학의 장점이 있다면요?

제가 가르치는 미국 학생들에게 직접 이유를 물어보았습니다.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먼저 QS 세계 수의대 평가에서 1위를 했다는 명성과 다른 나라에서 유학하는 경험, 그리고 졸업 후 영국에서 수의사 생활을 할 가능성 등이 이유였습니다. 학비가 미국 주립대학교에 비해 적게 드는 것도 장점이라고 하더라고요.

QS 세계 수의과대학 순위 기사. 클릭 시 볼 수 있습니다.
QS 세계 수의과대학 순위 기사. 클릭 시 볼 수 있습니다.

Q. 전문의제도가 궁금합니다. 영국에서는 전문의가 로컬동물병원에서 주로 어떤 입지를 갖고 어떤 역할을 담당하게 되나요?

석/박사 학위를 갖는 것과 전문의는 완전히 다릅니다. 박사 학위는 한 분야의 전문가를 의미합니다. 전문의는 보통 3년의 기간 동안 수백 개의 복합적인 케이스를 접합니다. 내과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생리학과 아주 세부적인 이론을 배우며, 최근 5년간의 모든 논문을 복습합니다. 이를 통해 깊이 있는 지식을 얻고 더 어려운 환자가 오더라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됩니다. 

보통 영국에서는 본인 능력 밖의 케이스를 (전문의, 전문가에게) 리퍼 보내도록 추천하는데요, 실력 있고 경험이 많을수록 리퍼를 보내기보다 스스로 많은 케이스를 해결할 수 있겠죠. 

제9회 영남수의컨퍼런스 및 제71회 한국임상수의학회 춘계학술대회에 강사로 참여한 레베카 게데스
제9회 영남수의컨퍼런스 및 제71회 한국임상수의학회 춘계학술대회에 강사로 참여한 레베카 게데스

2) 고양이 만성신장병(CKD, 만성신부전, 만성신장질환)

Q. 신장학에 관심을 갖게 된 개인적인 일화가 있으신가요?

임상을 시작한 첫 2~3년 동안 노령고양이 의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때 두 마리의 노령 반려묘를 키웠는데, 스머지라는 아이는 당뇨와 골관절염을 앓았고, 비스킷이란 아이는 CKD와 갑상선기능항진증, 고혈압을 앓고 있었습니다. 이 아이들을 치료하며 스스로가 무지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왕립수의과대학에서 CKD를 공부할 수 있는 박사 자리에 지원할 기회가 생기자마자 바로 기회를 잡았습니다! 

Q. 영국왕립수의과대학(RVC)은 영국 내의 타 대학교와 비교해 신장학 커리큘럼이 더 많은가요? 영국 내 다른 수의대 중 신장학으로 유명한 곳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RVC와 다른 영국 수의대의 신장학 강의는 거의 유사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RVC의 장점을 꼽자면, 급성신부전(AKI) 개나 고양이의 투석(continuous renal replacement therapy (dialysis))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유일한 센터고, 많은 연구진이 포진해 있다는 점입니다. 고양이 고혈압 및 CKD 환자만 연간 4000마리 이상입니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을 동반하는 케이스도 많습니다. 덕분에 자연발생적인 고혈압 및 CKD에 대한 많은 논문이 출간될 수 있었습니다. 

Q. CKD에서 조기진단의 중요성은 매우 큽니다. 최근 SDMA가 CKD 조기진단 마커로 유용하게 사용되는데요, 이외에 CKD 조기진단에 도움이 되는 수단이 있을까요?

현재로서는 크레아티닌 수치와 SDMA 수치 변동을 지속적으로 확인하며, 단백뇨의 징후가 있거나 신장에 대한 영상진단으로 이상소견이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또한, 희석뇨 여부도 확인합니다. 물론 이 자체로 CKD의 특이소견이 될 수 없으므로 다른 원인을 감별해 제외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래에는 CKD를 더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신장 관련 바이오마커가 생겨나 진료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Q. 많은 보호자들이 CKD 말기에 식사량, 음수량 저하로 고민하곤 합니다. 튜브나 기구로 강제급여하는 방법 외에 어떤 방법을 사용해볼 수 있을까요?

고양이에게 주사기 등으로 강제급여하는 방법이 사용되곤 하지만, 추천하지는 않습니다.

말기 CKD에서 식욕이 낮다면, mirtazapine투여가 권장됩니다. 식욕을 높여주고 구토를 방지하는 데 효과가 있거든요. 구토 방지제로 maropitant를 사용하거나, 위궤양/식도염에 대한 우려가 있을 시 omeprazole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Omeprazole은 고양이에서 흔히 투여되진 않습니다만, maropitant와 병용 할 수 있습니다. 만약, 그런데도 문제가 지속된다면, 식도절개튜브 (esophagostomy tube)를 장착하거나 안락사를 심각하게 고려해봐야 합니다. 

Q. 이번 영남수의컨퍼런스 강의 때 세민트라(Semintra, Telmisartan)와 메타캄(Metacam, Meloxicam) 병용에 관한 얘기가 나왔습니다. 100명의 현직 수의사 중 약 50%가 소화기계 이상이나 신장 관류 저하 등을 우려해서 메타캄을 절반 이하의 용량으로 투여한다고 했는데요, 세민트라와 메타캄 병용 시 메타캄 감량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meloxicam을 비롯한 NSAID의 사용에 대해서는 괄목할만한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몇 연구에 따르면, 만성적으로 meloxicam을 투여하는 경우는 CKD 고양이의 생존 기간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하며, CKD시 meloxicam을 투여하지 않은 개체군보다 더 상태가 안정적이었다고 합니다. 또한, meloxicam의 신장 영향에 관해서, CKD 실험묘를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 GFR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합니다. 물론 meloxicam의 부작용에 대해 보호자들에게 안내할 필요는 있습니다만, 삶의 질도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만약 골관절염을 앓는 고양이라면 통증 때문에 물그릇에 잘 가지 않을 것이고, 그러면 음수량 저하로 CKD에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골관절염과 CKD가 병발한 개체라면 먼저 CKD 안정화에 주력합니다. 그리고, 상태가 양호하고 잘 먹고 잘 마시는 고양이라면 meloxicam을 짧게 쓸 것을 추천합니다. 만약 고양이가 식욕이 없고 음수량도 없으며 구토나 설사 등을 보인다면 meloxicam을 즉각 중단합니다. 

Q. 노령묘에서 CKD 이외에 위험이 큰 질환은 무엇이 있나요?

고혈압, 갑상선기능항진증이 가장 빈번합니다. 골관절염도 흔하지만, 보통 고양이에서는 저평가되는데, 그 이유는 개 골관절염보다 임상 증상 발현이 적기 때문입니다. 

Q. 마지막으로 신장 전문가로서 어떤 꿈이나 목표가 있나요?

저는 CKD를 매우 초기에 진단할 수 있고 말기까지 진행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치료법이 개발되길 바랍니다. 또한, 결석에도 관심이 있는데, 고양이에서 많은 결석이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 밝히고 싶습니다.

임지현 기자 kohcel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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