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미야옹철에게 고양이를 부탁해` 김명철 원장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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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옹철’이라는 닉네임으로 TV 출연, 집필, 유튜브 제작 등 동물병원 밖에서도 종횡무진 활약하는 백산동물병원 김명철 원장을 데일리벳 학생기자단이 만났습니다.

김명철 원장은 고양이 임상에 집중하며 얻은 전문적인 역량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고양이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개선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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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고양이 전문병원 백산동물병원의 김명철 수의사입니다. 현재 EBS ‘고양이를 부탁해’에서 고양이 행동전문가로 출연하고 있고, 최근에는 “미야옹철의 묘한진료실”이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어요.

Q. 고양이 전문 동물병원에서 고양이만 전문적으로 진료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제가 처음 임상을 시작한 곳이 바로 지금의 백산동물병원이었습니다. 당시에는 개와 고양이를 함께 진료했는데, 그 때도 고양이 진료의 비율이 40%정도였어요. 다른 동물병원에 비하면 엄청 높은 비율이었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고양이에게 더 관심이 가더라구요. 제 성격이 개보다는 고양이와 더 잘 맞는 측면도 물론 있고요.

그러다가 백산동물병원의 원장으로 합류한 후 ‘고양이만을 위한 동물병원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고양이들은 가뜩이나 동물병원이라는 환경도 낯선데, 개와 같은 공간에 있으면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거든요.

그렇게 만들어진 병원이 지금의 ‘고양이병원 백산동물병원’이예요.

Q. 고양이를 진료하면서 뿌듯했거나 잊지 못하는 일이 있나요?

당뇨 합병증으로 쓰러져 병원에 온 ‘호동’이라는 아이가 있어요. 의식이 흐린 채로 왔는데 일주일 동안 밤낮으로 관리하니 컨디션이 눈에 띄게 좋아졌어요.

‘호동’처럼 당뇨합병증으로 췌장염이 온 경우 수명을 보통 3년 안팎으로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보호자와 함께 꾸준히 치료한 결과 호동이는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는데도 아직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이렇게 중증 환자가 병원에 내원하면 사실 수의사가 해줄 수 있는 일은 정확히 진단하고 밸런스가 깨진 환묘의 몸이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거든요.

그 시간을 무사히 벌어서 고비를 넘기고 퇴원해서 건강하게 나이 드는 것을 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보람찬 일인 것 같아요.

Q. 뿌듯한 일이 많은 만큼 힘든 점도 많을 것 같아요

10년 전 저희 집 아이가 전염성복막염으로 고양이 별로 갔어요. 내가 수의사인데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느낄 때, 치료가 아닌 단순히 통증을 완화시켜주는 연명치료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을 때가 가장 힘든 것 같아요.

생명은 인간의 영역 밖의 일이니까요. 아직도 그런 순간들은 너무 힘들어요. 너무나 살리고 싶은 아이를 떠나 보낼 때요.

Q. 앞으로 고양이 전문동물병원으로서 ‘백산동물병원’의 목표가 있다면?

고양이에 있어서 ‘최고의 병원이 되는 것’입니다. 고양이에 대해서 가장 잘 알고, 가장 정확하게 진단하고, 가장 정확하게 치료할 수 있는 하나의 교과서 같은 병원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고양이는 개에 비해 사람과 함께한 역사가 짧아요. 개와 비교했을 때 반려동물로 인식되기 시작한지도 얼마 지나지 않았어요.

때문에 모두 비슷한 위치에서 시작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새롭고 다양한 질병, 질환 케이스들을 모아 세계고양이수의사회에 발표하고 싶습니다. 저희들의 노력으로 이전에는 치료할 수 없었던 아이들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나가는 것. 그게 목표입니다.

Q. 앞으로 고양이 전문 병원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고양이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면 개 짖는 소리에 노출이 안되어야 하니까 아무래도 개와 같은 공간을 공유해서 진료하기는 힘듭니다. 그렇다고 진료공간을 분리하는 것은 규모가 정말 큰 병원에서만 가능하죠.

때문에 고양이만 진료하는 작은 1차 동물병원의 수요가 늘고 있는 것 같아요. 다만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학부생들이 고양이를 접하고 깊게 배우기가 점점 힘들어진다는 점이죠.

Q. 그렇다면 고양이에 대해 배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수의대 재학생들이 고양이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곳이 많이 없다는 것이 안타까워요. 고양이에 전문성을 갖춘 수의사가 되기 위한 진입장벽도 아직까지는 높다고 봅니다.

이런 안타까움 때문에 백산동물병원은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임상 경험을 제공하고자 매년 4차례 ‘백산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어요.

백산아카데미는 3주 동안 고양이 병원의 다양한 케이스를 접하고 고양이를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수의사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자연스럽게 고양이병원의 분위기도 익힐 수 있죠.

또 백산아카데미 출신 학생들에게는 백산동물병원에서 진행하는 세미나에도 참석할 수 있도록 우선 초대권을 드리고 있어요.

개인적으로 고양이 진료에 대해 관심있는 학생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은 ELSEVIER의 [The Cat]와 [BSAVA Manual of Feline medicine]입니다.

Q. 최근 EBS ‘고양이를 부탁해’로 많은 사랑을 받고 계신데요. 출연하시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과거에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출연했어요. FT아일랜드의 ‘홍기’씨 고양이와 촬영하는 컨셉이었는데, 영역동물인 고양이가 구석으로 숨고 나오지 않아서 고양이 없는 고양이 방송이 되었죠.

때문에 마리텔 촬영 후, 고양이에게 맞는 컨텐츠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방송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SNS에 올리기도 했고요.

그러다가 EBS에서 ‘세나개(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처럼 고양이 행동교정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하고 싶다는 제의가 들어왔어요.

처음에는 ‘세나개’처럼 고양이도 행동교정이 가능한지 물어보시더라구요. 고양이도 물론 행동교정이 가능합니다. 다만 개보다는 확실히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가요.

기존의 동물 방송들이 개 위주로 치우쳐 있었던 만큼, 고양이를 주제로 한 프로그램이 매우 반가웠죠. 하지만 한편으로는 ‘세나개와 같은 포맷이 고양이에게 맞을까?’하는 걱정도 들었습니다.

저를 포함해서 PD님, 작가님도 모두 고양이를 주제로 한 방송은 처음이라 시행착오도 많았어요. 취재를 가면 문제묘가 일단 밖으로 나와야 하는데 낯선 사람이 방문하니 숨어서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고, 갑자기 평소엔 잘하던 문제행동을 하지 않는 경우 등 돌발상황이 정말 많거든요.

시즌3를 앞두고 있는 지금은 PD님, 작가님도 모두가 고양이 전문가가 된 느낌으로 손발을 맞춰가고 있어요.

Q. TV 방송을 출연한 후 좋은 점이나 나쁜 점이 있나요?

영향력이 생긴다는 것이 좋은 점 같아요. 예를 들면 4-5년 전까지만 해도 저의 큰 꿈 중 하나인 ‘고양이 마을’에 대해서 대중들이 큰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어요. 방송 후, 파급력이 커진거죠.

덕분에 고양이에 대해 그동안 제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더 편하게 할 기회가 많아지고, 또 많이들 좋아해주시는 점이 정말 좋아요. 고양이에 대해 잘못 알려진 인식들을 점점 바꿔나가는 것도 좋구요.

나쁜 점은 너무 바쁘다는 것 말고는 없는 것 같네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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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최근 [미야옹철의 묘한 진료소]라는 책을 책을 출간하셨어요. 책이 출간되자마자 바로 취미교양부문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라갔더라고요! 책 소개도 간단히 부탁드립니다.

진료를 보다 보면 고양이에게 꼭 필요한 부분임에도 사소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서 놓치는 보호자 분들이 많더라구요.

막연히 수직공간이 있으면 좋다는 것은 알지만 잘못된 위치에 캣타워를 둔다거나, 개처럼 밥그릇 물그릇을 같이 둔다거나하는 것이 대표적이예요. 고양이들은 신선한 물을 좋아하기 때문에 사료 부스러기가 떨어지면 음수량이 더 떨어지게 되거든요.

그렇게 사소하다고 생각하지만 꼭 채워 주어야하는 행복요소들을 정확하게 한번 더 짚어줘서 우리나라의 고양이 평균 행복지수를 한 단계 끌어올리고 싶었어요.

Q. 그렇다면 앞으로 ‘미야옹철’ 선생님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일단 4월부터 다시 시작하는 유튜브 ‘미야옹철의 냥냥펀치’ 채널이 대표적인 고양이채널로 자리잡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고양이 식구인 ‘사모님’과 함께 행복한 2019년을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사모님’은 EBS 고양이를 부탁해의 입양프로젝트를 통해 저희 가족이 되었는데 가족이 된 지는 얼마 안됐지만 이미 저에게 너무 소중한 존재가 되어버렸어요. 엉뚱미 넘치고 귀여워서 요즘 너무 행복한 상태입니다!

Q. 후배들에게 한마디 해주신다면

요즘 후배들은 재능이 많은 것 같아요. 다들 개성이 넘치고 똑똑해요.

자신만의 색을 찾고 그걸 발전시켜 나간다면 틀에 갇히지 않는 멋진 수의사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학업도 물론 중요하지만 학업 외에도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경험을 했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또 수의사라는 직업은 굉장히 매력 있는 직업이니 자부심과 함께 생명을 다룬다는 책임감을 동시에 가졌으면 좋겠어요.

채민경 기자 chaemgb@naver.com

[인터뷰] `미야옹철에게 고양이를 부탁해` 김명철 원장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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