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더 잘 진료하고 싶은 수의사, 내일 당장 하나만 바꾼다면
한국고양이수의사회, 임상 초심자 위한 KSFM 캣캠프 개최

한국고양이수의사회(KSFM, 회장 박찬우)가 고양이 임상 초심자를 위한 세미나 ‘KSFM CAT CAMP’를 개최했다.
9월 13일(일) 세종대학교 대양AI센터에서 열린 이날 세미나에는 150명이 넘는 수강생들이 몰렸다. 젊은 수의대생부터 80년대 학번인 장년의 일선 임상수의사까지 다양한 연령대를 망라했다.
한국고양이수의사회 이사진들은 ‘Rookie to Feline Clinician’을 주제로 고양이 임상에 진입하는 수의사들이 우선적으로 알아야 하는 지식과 다빈도 케이스들을 소개했다.
세미나의 문을 연 최혜현 원장은 백신, 중성화, 집에서의 양육관리 지도 등 ‘첫 내원’에 초점을 맞췄다. 이어 권정현 원장이 ‘고양이 친화진료’의 핵심 요소를 소개했다. 임상 지식을 배우고 익히는 데에도 시간이 부족한 초임수의사들을 위해 진료 전후로 챙겨야 할 스트레스 저감 방법과 진료실 환경 구성, 기록 관리의 실무를 제시했다.
최성영·김수정·김기웅·손성지 원장은 구토와 다빈도 응급 상황에 대한 대응, 진료의 기본이 되는 수액·세포학적 진단을 다뤘다. 나응식 원장과 조우재 소장은 ‘소변 실수를 해요’, ‘뭐 먹이면 되나요?’ 등 진료실에서 반려묘 보호자들에게 자주 듣는 질문에서 출발해 행동의학적 진료와 영양학 강연으로 이어갔다.
인공지능(AI) 활용도 조언했다.
고양이 다빈도 질환의 세포학적 진단을 강연한 김기웅 이사는 “1년 전만 해도 ‘아직 멀었다’라고 답했지만, 이제는 (AI의) 수준이 많이 올라왔다”면서도 “AI에게 물어보려고 해도 제대로 된 슬라이드 이미지부터 만들어야 한다. 어디를 중요하게, 어떻게 살펴야 할지 판단하는 것은 결국 임상수의사의 역할”이라고 지목했다.
손지희 원장은 녹음과 전사록 생성, 차트 작성을 자동화하는 인공지능(AI) 디바이스를 소개하면서 “차트 작성하는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어 큰 도움을 받고 있다. 저년차 수의사에게는 차트 작성하는 연습에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조별 멘토링 프로그램에 토크콘서트, 고양이 진료의 고민과 조언을 나누다
‘노령견’과 ‘자묘’ 키워드..반려묘 환자는 늘어난다
직접 고양이 길러본 경험이 중요
이번 캣캠프는 고양이 진료에 대한 진솔한 소통도 병행했다. 점심시간을 활용해 수강생들이 조별로 고양이수의사회 이사진과 이야기를 나누는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세미나 말미에 진행된 토크 콘서트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에서도 생생한 경험과 조언을 나눴다. 한국고양이수의사회 박찬우 회장과 김지헌 전 회장, 박지희(조이고양이병원)·손지희(VIP동물의료센터 청담점) 원장이 패널로 나섰다.
패널들은 고양이 진료에 도전할 가치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김지헌 전 회장은 “최근 임상 환경의 키워드는 ‘노령견’과 ‘자묘’다. 개는 줄고 고양이는 늘어난다”며 “몇 년만 지나면 병원에 내원하는 고양이 환자 개체수는 더 많아질 것이다. 지금이 고양이 전문병원으로서 자리 잡을 적기”라고 말했다.
박지희 원장도 “고양이 진료는 많이 다양해졌다. 접종부터 종양까지, 새로운 치료가 다양하게 도입되고 있다”면서 향후 노령묘가 더 많아진다면 동물병원의 수익 측면에서도 고양이 진료의 비중이 더 커질 것이라 전망했다.
고양이를 진료할 수의사가 갖춰야 할 요건으로는 ‘실제로 고양이를 키워본 경험’을 첫 번째로 꼽았다.
손지희 원장은 “개에 비해 고양이는 그 습성에 익숙하지 않으면 진료하기가 더 어렵다”면서 “(채용 시)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인지 여부를 1순위로 본다. 우리 병원의 모든 고양이 진료 스태프는 모두 반려묘 보호자”라고 전했다.
김지헌 전 회장도 “개인적으로 알레르기가 심해 최근에서야 고양이를 키우고 있지만, 그간 보호자가 공감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많이 했다는 점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며 양육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찬우 회장은 “반려묘 보호자의 성향이 다양한 만큼 상황에 맞게 교감하며 이야기를 이끌어갈 수 있는 센스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사나워서 진료받지 못하는 고양이는 없다
고양이 친화적인 진료는 ‘스피드’
진정 약물 적극 활용도
고양이 진료에 입문하는 초임 수의사들의 고민도 엿보였다. 이날 접수된 질문인 ‘사나운 고양이를 진료하기가 너무 힘들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가바펜틴 활용이 늘었지만 매번 복용 후 내원하길 기대하기는 어렵고, 고양이 친화적 진료에 대한 국제적 가이드라인도 있지만 현장에서 완벽히 따르기도 어렵다.
패널들은 “사납다는 이유로 진료를 못 받고 가는 경우는 없다”고 선을 그으며 약물 활용과 속도전, 숙련된 보조인력을 강조했다.
박지희 원장은 “제가 생각하는 고양이 친화적 진료는 결국 ‘스피드’”라고 말했다. 가능한 진료 소요시간을 줄이고 다루는 횟수도 줄여야 환자의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손지희 원장은 “환자 안정을 위한 약물을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보호자 분들도 충분히 설명드리면 대부분 받아들인다”면서 투약을 위한 핸들링조차 어려운 경우 마취용 박스까지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박찬우 회장도 “진정·마취가 환자에게 더 편안한 방법일 수 있다. 진정 없이 처치나 검사를 진행했을 때 집으로 돌아가 다른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면서 약물 활용 필요성을 언급했다.
김지헌 전 회장은 “10년 넘는 테크니션들과 함께하다 보니 진정까지 요구되는 케이스가 드물기는 하다”면서도 “진정 후 검사·처치를 진행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지만, 서면동의 등 준비를 신경 쓴다면 두려워할 일은 아니다”라고 조언했다.

고양이를 잘 진료하고 싶은 당신, 내일 당장 바꿀 최우선 과제는
이날 토크콘서트의 마지막은 핵심을 겨냥했다. 이날 캣캠프에 참석한 저년차 수의사가 내일부터 고양이 진료를 위해 단 하나만 바꾼다면 어떤 조언을 건네겠냐는 질문을 던졌다.
손지희 원장은 진료를 효율화할 수 있는 실질적인 도구를 손에 꼽았다. 진료기록 작성을 도와주는 인공지능 디바이스, 환자 스트레스를 줄이고 진료진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진정 약물의 활용이다. 손 원장은 “(가바펜틴·로라제팜 등은) 환자 상황에 따라 용량을 조절하는 경우도 있지만, 거의 모든 환자가 복용 후 내원하도록 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지희 원장은 보호자에게 보다 집중할 것을 조언했다. 저년차 수의사일수록 보호자의 이야기에서 주호소(chief complaint)를 뽑아내고 나면 그 후에 이어질 검사나 처치에 경도되는데, 그에 앞서 ‘보호자가 지금 병원에 왜 왔는지’ 근본적인 이유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원장은 “지금 아이가 아픈 상황이 맞는지 확인받고 싶은 건지, 보다 정확한 진단을 원하는지, 그저 약만 받고 싶은지 상황은 다양하다”며 “진료를 진행하며 필요한 검사나 처치로 설득해나가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 시작을 보호자의 니즈에 두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양이수의사회 회장단은 진료에 임하는 자세와 수의사 간의 협력에 방점을 찍었다.
김지헌 전 회장은 “본인이 이 환자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양이 진료는 어렵고, 난해한 환자도 많지만, ‘다음 수의사’가 없는 경우가 분명 있다는 것이다.
김 전 회장은 “난해한 케이스에 완전히 막혔을 때 동료수의사와의 토론을 통해 생명을 살릴 기회를 만들었던 것이 한국고양이수의사회에서 얻었던 가장 큰 도움”이라며 “소통의 창구를 만들어 두시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박찬우 회장도 “부끄러우시더라도 좀 더 적극적으로 뻔뻔해지길 바란다. 언제든지 두드리면 흔쾌히 도와줄 수의사들이 많다”며 네트워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국고양이수의사회는 오는 11월 심화교육으로 학술교류를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