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비 상한액 정하면 병원 여건 차 반영 어려워..의료 품질 저하 우려”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 ‘동물 진료비 상한액 설정법’에 국회 전문위원실도 우려
동물 진료비에 항목별 상한액을 정할 수 있도록 한 수의사법 개정안에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문위원실이 우려 섞인 검토 결과를 내놨다.
정부가 진료비 상한액을 일률적으로 정하면 병원별 여건 차이를 반영하기 어렵고, 의료서비스 품질 저하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앞서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성남시중원구)은 농식품부 장관이 고시한 동물 진료의 표준화된 분류체계에 따라 표준진료비의 상한액을 설정하도록 하는 수의사법 개정안을 9월 대표발의했다.
동물병원 운영비, 동물의약품 가격 등을 고려해 대한수의사회, 동물보호단체, 소비자단체 등과 협의해 상한액을 정하고 이를 매년 검토·조정하도록 하는 형태다.
이미 농식품부가 연구용역을 거쳐 질병 3,511종·진료행위 4,930종에 대한 코드와 다빈도 질환 100종에 대한 표준진료절차 도식을 ‘동물 진료의 권장 표준’으로 고시했다. 해당 고시에 규정된 진료항목에 대해 진료비 상한선을 만들겠다는 셈이다.
이에 대해 농해수위 전문위원실은 “진료비 상한액을 정부가 일률적으로 정할 경우, 병원 규모·임대료·인건비 등 지역별·병원별 운영 여건 차이를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면서 “진료 난이도에 따른 의료서비스 다양성을 반영하지 못해 자칫 품질 저하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표준수가제 도입에 대해 일선 수의사들이 가진 우려와도 일맥상통한다.
게다가 이수진 의원안은 특정 금액으로 정하는 ‘표준수가’가 아닌 상한선만 설정하는 방식으로, 진료비의 하향 평준화를 막을 수 없는 형태다. 이 같은 우려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전문위원실은 2022년부터 시행 중인 동물 진료비 공개제도가 정착 단계에 있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지목했다.
개·고양이를 진료하는 전국 동물병원을 대상으로 이미 공시제가 시행되고 있다. 주요 백신과 초·재진비, 입원비, 엑스선 촬영 등의 비용이 전국적으로 조사돼 지역별 최저금액, 최고금액, 평균값 및 중간값이 공개됐다.
올해부터는 혈액화학 검사, 초음파 검사, CT, MRI, 심장사상충 예방 등을 더해 20개 항목으로 조사·공개 범위가 더 넓어진다.
이번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농식품부도 강제적인 수가제 도입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진료비 부담 경감 및 병원간 진료비 편차 완화를 위한 제도 도입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진료비 상한액을 법적으로 의무화하기보다는 자율적 준수를 전제하면서 이를 이행하는 동물병원에 행정적·재정적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는 이재명 정부가 국정과제로 제시한 ‘공익형 표준수가제 도입’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부 진료항목에 수가를 설정해 공공동물병원에 먼저 시범 적용하고, 이를 도입한 민간동물병원을 ‘상생동물병원’으로 지정해 지원하겠다는 구상이다.
대한수의사회는 이 같은 정부 구상에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애초에 공공동물병원이 일반 시민의 반려동물을 대상으로 통상적인 진료행위를 하는 것 자체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수진 의원안에 대해서도 “동물진료는 본질적으로 민간 서비스 영역에 해당한다”며 “진료비 상한제 도입은 시장 자율성과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으며, 과도한 가격 규제는 장비 투자 위축과 진료 서비스 품질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