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률 1위 직업 수의사..호주에서는 수의사 정신상담 지원

WSAVA2026에서 수의사 자살 문제 정조준..호주수의사회 사례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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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는 전 세계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은 직업이다. 10월 13~15일(화~목)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2026년 제51회 세계소동물수의사대회(WSAVA 콩그레스 2026)에서 수의사 자살만을 다룬 세션이 마련됐다.

이 자리에서 수의사의 정신건강을 위해 호주에서 시행되는 정책이 주목받았다. 호주는 수의사의 정신건강이 반려동물의 건강과 복지와 직결되어 있고, 이는 곧 반려동물 보호자들의 삶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판단 아래, 수의사들의 정신과 상담비를 지원하고, 전화 상담센터도 운영한다.

자살 강의를 한 호주의 Cat Walker 대표

강의는 수의테크니션 출신이자 법학 및 정신건강을 전공한 캣 워커 대표가 맡았다. 워커 대표는 수의사를 전 세계적으로 자살률이 가장 높은 직업으로 표현했다. 문헌에 따르면, 수의사는 일반인보다 1.7배에서 5.9배 더 자살을 많이 한다. 호주의 한 연구에서는 더 높은 수치가 나왔다.

미국에서 1979년부터 2015년까지 분석한 논문을 보면, 남성 수의사는 일반인보다 2.1배, 여성 수의사는 3.5배 더 많이 자살했으며, 자살을 시도한 나이는 남성은 57세, 여성은 42세로 남자 수의사보다 여자 수의사의 자살 문제가 더 심각했다.

워커 대표는 “여성 수의사의 자살 문제가 더 심각하기 때문에 수의테크니션 대상 자살 연구도 필요하다. 수의테크니션 대부분이 여자인데, 관련 연구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수의사의 높은 자살률은 의학계열 종사자라는 이유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조사에 의하면, 의사·치과의사 등 의료인도 일반인보다 자살률이 높은 편이지만, 수의사는 다른 의료인보다 자살률이 2배가량 더 높았다.

워커 대표는 “수의사가 의료인이고 (자살에 사용할) 약물을 쉽게 구할 수 있어서 자살률이 높다고만 생각하면 안 된다”며 “같은 조건의 의사들보다 수의사의 자살률이 2배 높다”고 말했다.

수의사의 높은 자살률은 높은 감정적 스트레스와 윤리적 딜레마에 기인한다. 수의사는 과도한 근무 시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휴식을 취한다. 캣 워커 대표의 남편도 수의사인데, 워커 대표는 “남편을 만나기 전에는 수의사가 이렇게 오랫동안 일하는 줄 몰랐다”고 전했다.

수의대의 높은 학비도 원인 중 하나다. 수의사가 됐을 때 이미 억 단위의 학자금 대출을 받은 상황이 많다. 워커 대표는 “학자금 대출은 많이 많지만, 졸업 후 수의사가 그렇게 돈을 많이 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자살 전염(Suicidal contagion)도 문제다. 주변 수의사가 자살한 것을 보면, 나도 따라서 자살을 하고 싶어지는 현상이다.

많은 수의사가 이른 아침부터 캣 워커 대표의 자살 예방 강의를 들었다.

가장 큰 원인은 ‘안락사’다. 동물을 살리기 위해 수의사가 됐지만, 동물의 안락사를 지속적으로 수행하면서 감정적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죄책감을 느낀다. 특히, 보호자의 경제적 상황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안락사해야 하는 상황(경제적 안락사)에 큰 심리적 상처를 입는다.

안락사를 많이 수행하는 수의사들이 더 많이 자살을 시도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노르웨이 수의사 2,596명 대상 연구를 보면, 주당 5회 이상 안락사를 시행하는 수의사가 0~4회 안락사 시행 수의사보다 자살 생각을 2.56배 더 많이 했다. 선행 연구에서는 수의사 중 27%가 지난 1년간 삶이 살 가치가 없다고 느꼈고, 20%가 자살 생각을 했으며, 약 5%가 심각한 자살 생각을 했다고 답했다.

이탈리아의 한 연구에서도 안락사 빈도와 수의사의 자살 위험 증가가 연관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자살을 예방하고, 수의사의 정신건강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약물 관리를 강화하는 것이다. 워커 대표에 따르면, 약물관리 규정은 나라별로 다른데, 의료용마약류를 이중금고에 보관하는 나라도 있지만, 특별한 규제 없이 관리하는 곳도 있다고 한다.

워커 대표는 “자살을 생각한 사람 3명 중 2명이 1시간 이내에 시도하고, 이중 절반 정도는 10분 이내에 자살한다”며 “약을 찾는 과정이 조금이라도 더 복잡하고 시간이 더 걸리면, 더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부와 수의사협회 차원의 지원도 중요하다. 이날 워커 대표는 호주에서 시행하는 다양한 자살 방지 정책을 소개해 강의에 참석한 전 세계 수의사들의 관심을 받았다.

호주수의사회(AVA)가 운영하는 수의사 정신건강 강화·자살예방 프로그램 THRIVE

우선, 호주는 국가 차원에서 전문적인 정신건강 상담 비용을 지원하는 제도를 운용 중이다. 연간 최대 10회 상담 비용을 지원하는데, 수의사들도 이 제도를 많이 활용한다고 한다.

호주수의사회(Australian Veterinary Association, AVA)는 더 직접적인 정책을 편다.

호주수의사회는 수의사의 정신건강 문제를 개인의 회복탄력성에만 맡기지 않는다. 정신건강 및 자살 예방을 위한 ‘THRIVE’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THRIVE는 예방(Prevent), 증진(Promote), 보호(Protect) 3가지 축(3P)을 가지고 있다. 예방 측면에서는 수의사의 과도한 업무 부담을 줄이고, 수의사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만든다. 증진 측면에서는 정신건강과 웰빙에 대한 교육을 확대하고, 구성원 간 소통과 회복을 돕는 문화를 조성한다. 보호 측면에서는 수의사가 직업 특성에 맞는 심리 지원을 받고 전문 상담 서비스를 통해 적절한 도움을 받도록 한다.

호주수의사회는 외부 전문 상담 기관인 Converge International과 협약을 맺고, 수의사를 위한 24시간 전화상담 서비스를 운영하는데, 회원 1인당 연 3회까지 무료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수의사회의 권유에 따라, 대형동물병원이나 기업형 동물병원에서는 근로자 지원 프로그램(EAP)을 도입했다. 소속 수의사 및 수의테크니션이 비공개로 전문 심리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비용을 전액 부담한다.

정부에도 수의사의 정신건강을 챙길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 중이다.

호주수의사회는 “수의사 등 동물의료 종사자의 정신건강을 중요한 정책 과제로 다뤄야 한다”며 “직업의 특수성을 반영한 예방·교육·심리지원 체계를 국가 정신건강 정책에 포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호주 정부가 시행하는 국가 정신건강 및 자살 예방 협정(NMHSPA)에 공식 제안을 했다.

호주수의사회가 호주 정부에 제출한 공식 제안서
호주수의사회(AVA) 제안서에 담긴 수의사의 정신건강 위기 실태(AI 정리)

호주수의사회는 제안서에서 “호주에서 수의사는 가장 높은 신뢰를 받는 상위 10개 직업에 선정됐으나 화려한 겉모습 뒤에는 심각한 정신건강 위기가 숨어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반인 대비 높은 자살률 ▲신규 수의사의 35%가 5년 내 이직 고민 ▲시골 및 지방의 수의사 부족현상 등을 나열했다.

특별히, 수의사의 정신건강 문제는 단순히 수의사에게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라 반려동물의 건강과 복지를 저해하고, 반려동물 보호자의 삶에도 악영향을 준다고 강조했다. 농장동물 수의사의 부족은 가축전염병 확산과 축산물위생 문제를 일으키고 국가 식량 안보에도 직결된다고 덧붙였다.

수의사의 정신건강 문제가 동물 및 일반 국민의 삶에도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호주수의사회는 정부의 국가 정신건강 및 자살 예방 협정(NMHSPA)을 개정해 수의사를 국가 차원의 ‘고위험군’으로 공식 지정하고, 수의사의 특수성을 이해하는 전문 정신건강 상담, 동료 지원 프로그램을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수의대 학자금 대출 감면, 주거 보조금 지원, 수의사 연수교육에 정신건강 교육 포함, 수의사 정신건강에 대한 연구 지원, 수의사 자살률·번아웃·이직률에 관한 연례 보고서 발간 등을 요청했다.

캣 워커 대표는 “수의사의 정신건강 상담을 지원하고 수의사의 (상담에 대한) 경제적 부담을 줄여야 한다”며 “수의사 정신건강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해 HAB 개념을 바탕으로 수의사가 동물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동물이 사람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기여한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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