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입 위험 해외 악성 가축전염병, 다음 타자는 소 럼피스킨병?

ASF처럼 아프리카 출발해 중국·동남아까지 동진(東進)..국내 위험은 상대적으로 낮다

등록 : 2022.06.08 12:24:46   수정 : 2022.06.08 12:24:48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2019년 국내에 유입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은 멧돼지를 중심으로 지속 발생하고 있다. 근절은 고사하고 뾰족한 확산 방지책도 찾지 못하고 있다.

소에서도 ASF와 비슷한 해외전염병이 있다. 럼피스킨병(Lumpy Skin Disease)이다.

7일 대전 KT인재개발원에서 열린 한국우병학회 제27차 학술대회에서는 럼피스킨병의 주변국 발생 현황과 유입 위험을 조명했다.

아프리카를 출발해 동진한 럼피스킨병.
ASF와 달리 서유럽으로 확산되지는 않았다.

 

아프리카 출발해 아시아로 동진, ASF와 유사

환경저항성 강한 대형 바이러스

이날 연자로 나선 검역본부 신종외래질병연구실 신연경 수의연구관은 럼피스킨병과 ASF의 유사성을 지목했다.

아프리카에서만 주로 발생하던 ASF는 2007년 조지아에 유입된 후 전세계적으로 확산됐다. 사람·차량으로 인한 기계적 전파는 물론 멧돼지를 통한 확산까지 더해 유라시아 대륙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럼피스킨병도 유사하다. 아프리카의 토착 전염병으로 머물다 2013년 이스라엘 발생을 기점으로 확산됐다. 서쪽으로는 터키, 동쪽으로는 러시아·서남아시아·중국을 거쳐 동남아시아까지 전파됐다.

중국에 도착한 시기도 비슷하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2018년 8월 중국 동북부 심양에서 처음 보고됐다. 럼피스킨병은 2019년 8월 중국 서북부 카자흐스탄 접경지에서 처음 발생했다. 두 질병 모두 곧장 중국 전역으로 확산됐고 대만, 태국 등 동남아 지역으로 이어졌다.

바이러스가 크고 환경저항성이 세다는 점도 유사하다.

ASF 바이러스는 170~190kbp에 달하는 대형 바이러스다. 럼피스킨병 바이러스도 151kpb로 이에 못지 않다. ASF와 마찬가지로 환경저항성도 센 편이다. 더럽고 어두운 축사 환경에서 6개월 이상 생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럼피스킨병으로 인한 피부병변
(자료 : 호주 농업환경부)

 

피부 결절 병변 특징적

럼피스킨병은 이름 그대로 피부에 발생하는 결절·궤양성 병변이 특징이다. 회음부나 유방, 목 주위 부분에서 두드러진다.

구강점막에 발생한 결절로 인해 잘 먹지 못하고 침을 흘리는 증상은 구제역과도 비슷하다.

신연경 연구관은 “럼피스킨병에 감염된 소의 절반 가량이 증상을 보이며, 증상을 보인 소들 중 10% 이하에서 폐사가 일어난다”며 “피부결절로 인해 가죽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며, 잘 먹지 못하면서 생기는 체중·유량 감소와 번식 장애 등 경제적 피해가 특징적”이라고 설명했다.

감염동물 대다수가 심각한 급성 증상을 보이며 폐사하는 ASF와는 다른 점이다.

그러면서 “럼피스킨병이 발생한 국가는 관련 축산물, 살아있는 동물의 국제 교역에서 전면 제외된다”고 강조했다.

현행 가축전염병예방법은 럼피스킨병을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지정하고 있다.

검역본부 신연경 수의연구관

 

멧돼지는 있지만 야생 물소는 없다

야생동물 통한 확산 위험 낮아

발생하면 조기진단+긴급백신

럼피스킨병은 혈액·체액으로 전염되거나 오염된 주사기 사용, 교배, 인공수정, 감염된 생축 이동 등 기계적 요인에 의해 확산된다. 진드기 같은 흡혈곤충에 의해서도 전파된다.

신 연구관은 생축을 통해 해외에서 국내로 유입될 가능성은 낮게 평가했다. 럼피스킨병 발생국으로부터의 수입이 금지되는데다 검역 과정에서 잡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ASF처럼 북한을 경유해 유입될 가능성도 낮게 봤다. 럼피스킨병이 양두(sheep pox)나 산양두(goat pox) 바이러스와 유사하긴 하지만, 어쨌든 소만 감염시키기 때문이다.

국내에는 럼피스킨병의 야생 숙주인 물소(buffalo)가 서식하지 않는다. 전국적으로 서식하는 멧돼지가 매개체 역할을 하는 ASF와는 다른 점이다. 설령 유입되더라도 야생동물에 의한 추가 확산 위험은 덜한 셈이다.

UN식량농업기구(FAO)도 2020년 아시아 지역 각국의 럼피스킨병 위험도를 평가하면서 한국을 일본과 함께 아주 낮은 위험(very low risk)국으로 분류했다.

발병 시 백신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도 ASF와 다른 점이다. 터키, 러시아 등지에서 이미 백신이 개발돼 사용됐다. 세계동물보건기구(WOAH, OIE)도 조기 진단에 따른 긴급백신을 가장 효율적인 방역전략으로 권고한다.

신 연구관은 “백신 없이는 럼피스킨병을 근절할 수 없다는 것이 OIE 권고다. 세계 각국에서 이미 개발됐고 구제역에서의 경험도 있는 만큼 (국내발생 시) 긴급백신을 어렵지 않게 수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국내 유입을 조기에 잡아낼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신 연구관은 “수의사에게도 럼피스킨병은 학교에서 이름만 들어본 질병이다. 농가도 잘 모른다”며 “리플렛 배포, 동물위생시험소 교육 등을 진행하고 있다. 2021년부터는 국내 예찰사업에 럼피스킨병도 포함시켰다”고 전했다.

이날 발표에 좌장을 맡은 유한상 서울대 교수도 “국내에 없었던 해외전염병을 가장 먼저 만나는 곳도 결국 농장”이라며 “현장 수의사들이 유념해두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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