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어능 갖춘 아프리카돼지열병 백신 프로토타입 나왔다

케어사이드·스페인 연구진, 재조합 약독화 백신주 개발..국내 효능 시험, 실험실 기준 마련돼야

등록 : 2020.07.23 07:24:28   수정 : 2020.07.23 13:22:49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예방에 청신호가 켜질까. 케어사이드와 스페인 CSIC 요란다 세비야 박사팀이 ASF 유전자재조합 약독화 백신주 프로토타입을 개발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날 더케이호텔서울에서 열린 ‘아프리카돼지열병 현황과 백신개발’ 세미나에서 유영국 케어사이드 대표는 “백신주의 효능·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해 국내 ASF 바이러스를 활용한 공격접종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며 “백신 생산을 준비하는데 필요한 실험실, 설비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요란다 세비야 박사의 강연은 동영상으로 진행됐다

국내 언제 어디서든 ASF 발생할 수 있다 ‘결국은 백신 필요해’

레비야 박사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로 재조합 약독화 백신 프로토타입 개발

지난해 9월 국내 양돈농가에서 처음으로 발생한 ASF는 10월 이후 재발하지 않고 있다. ASF 발생시군 돼지를 모두 예방적으로 살처분한 후 아직까지 재입식을 시작하지 않았고, 멧돼지에서의 ASF 감염도 경기·강원 북부 지역에 머무르고 있다.

하지만 재발 위험은 여전하다. 북한에서는 이미 ASF가 상재화되어 언제든 국내로 유입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경기·강원 북부지역에만 국한될 것이란 보장도 없다. 류영수 건국대 교수는 동유럽에서 서쪽으로 확산하던 ASF가 폴란드에서 독일을 거치지 않고 벨기에까지 점프한 사례를 들며 “전염 매개체에 따라 (ASF가) 먼 거리를 한 번에 이동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때문에 전국 양돈농장의 차단방역 수준향상과 함께 장기적으로는 백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세계적으로 아직 상용화된 ASF 백신은 없다. 돼지 감염 시 형성되는 중화항체가 ASF 감염을 방어하지 못하는 ASF 바이러스의 특성은 백신 개발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이날 스페인에서 촬영한 동영상 녹화 강의를 통해 ASF 백신 개발 현황을 전한 요란다 레비야 박사는 “사독백신, DNA백신, 서브유닛 백신은 안전하지만 방어능을 부여하지 못한다”며 “방어능을 확보하려면 약독화 생독백신이 유일한 옵션”이라고 지목했다.

다만 돼지에서 자연적으로 약독화된 균주는 피부괴사나 관절염 등 만성형 ASF 증상을 보여 백신으로 활용하기에 부적합하다. 방어능은 유도할 수 있으면 부작용은 없는 백신주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레비야 박사팀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CRISPR/CAS9) 기술을 활용해, 부작용이 없으면서(안전성) ASF 감염을 방어할 수 있고(효능), 야외주 감염과 감별할 수 있는(DIVA) 유전자재조합 약독화 백신바이러스의 프로토타입을 개발했다.

류영수 교수는 “대량생산으로 이어질 마지막 조각을 맞춰야 한다”면서도 “’ASF는 백신이 없다’는 교과서의 내용이 바뀔 날이 멀지 않았다”고 말했다.

케어사이드, ASF 백신 국내생산 노린다..허가·생산에 필요한 기준 수립 서둘러야

‘ASF 등 바이러스 민간연구기관에 제공 안돼 문제’ 활성화 필요 지적도

아르헨티나산 구제역 백신을 국내에 공급하고 있는 케어사이드는 올해 초 스페인 CBMSO-CSIC 연구소와 ASF 백신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요란다 레비야 박사팀이 개발한 ASF 백신을 국내에서 생산해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유영국 대표는 “재조합 약독화 생백신의 프로토타입 개발을 완료한 상태”라며 “실험실적 테스트는 스페인에서 했지만, 국내에서 발생한 ASF 바이러스를 활용한 공격접종 시험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ASF 백신이 전세계적으로 개발된 적이 없다는데 있다. ASF 백신 바이러스를 대량생산하기 위해서는 생산세포주를 확립해야 하는데, 이에 필요한 실험을 어떤 시설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유전자재조합 기술로 병원성이 삭제된 ASF 백신주의 실험이나 생산도 BSL3 수준의 시설을 강제할 지 여부도 관건이다.

유영국 대표는 “ASF 백신주에 대한 실험시설이나 인허가 기준, 생산시설 기준이 없는 상태”라며 “검역본부와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때문에 양돈농가에서 사용할 수 있는 ASF 백신이 출시될 시점을 예상하기는 아직 어렵다.

유영국 대표는 “(ASF 백신주 실험에 필요한) 실험실 기준만 마련된다면, 대량생산이 가능한 세포주 확립은 이르면 1년 안에도 가능하다”고 예상했다.

ASF 백신을 포함한 민간 차원의 연구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학 등 민간 연구기관에 국내에서 확보한 바이러스를 좀처럼 분양하지 않다 보니 기초연구가 어렵다는 것이다.

류영수 교수는 “코로나19 방역 성공의 한 축은 민간에 바이러스를 적극 제공해 연구를 촉진한 당국의 태도에 있다”면서 “동물 방역 분야에서는 돼지 한 마리 없는 서울에서도 구제역, ASF 바이러스를 다룰 수 없게 한다. 옛날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당국의 전향적인 연구지원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