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동물원 동물병원, 국내 동물원 최초 CT 도입‥진료 인프라 개선

‘확진에 목말라 있다’ 이물·종양 등 동물원 동물 진료에 도움..전문인력 양성 늘려야

등록 : 2022.05.11 06:03:27   수정 : 2022.05.10 17:09:52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청주동물원 동물병원이 CT를 도입했다. 동물원 동물병원이 자체적으로 CT를 마련한 것은 국내에서 처음이다.

사자, 호랑이, 곰 등 대형동물에는 특히 CT가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청주동물원은 2019년부터 지속적으로 추진한 사육환경 개선에 이어 진료 인프라 개선도 본격화한다.

 

3시간 걸리던 CT 촬영, 40분으로 단축

엑스레이 한계 있는 사자·호랑이·곰..이물 진단에도 도움 기대

청주동물원은 기존 동물병원 공간 일부를 CT실로 리모델링했다. 5년 리스 조건으로 지난주 기기를 설치했다. 시범운영 중인 9일 첫 촬영 동물은 사자로 낙점됐다.

청주동물원에는 암수 한 쌍의 사자가 지내고 있다. 이중 이날 촬영한 개체는 19세령의 수컷 사자다. 길어진 발톱으로 인한 외상과 회음부위에 신생물이 의심되는 염증 증상을 보였다.

발톱 처치를 위해 마취하면서 회음부위 증상의 원인을 밝히기 위한 촬영도 함께 진행했다.

청주동물원이 도입한 CT는 캐논社의 16채널 모델 아퀼리온 스타트다. 150kg이 넘는 사자, 호랑이 등을 촬영하기 위해 사람 규격의 카우치를 함께 설치했다.

자체 CT가 없었던 예전에는 인근 충북대 동물병원으로 촬영을 떠나야 했다. 같은 청주시내에 위치해 있지만 왕복 이동과 촬영과정을 합치면 최소 3시간이 소요됐다. 그동안 내내 마취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었다.

반면 이날은 계류사에서 마취된 사자를 실어 CT실로 옮기는데 1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처음 마취를 유도한 후 CT촬영을 마치고 복귀하기까지 소요된 시간은 40여분에 불과했다.

9일 시범 진행된 사자의 CT 촬영

CT 자체의 필요성도 지목했다. 덩치가 큰 사자, 호랑이, 반달가슴곰 등은 엑스레이로는 병변을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반면 3차원 영상을 확보할 수 있는 CT는 훨씬 큰 도움이 된다.

청주동물원 김정호 진료사육팀장은 “동물원 동물이 주로 아픈 원인 중 하나가 이물 섭취”라며 “CT가 빠른 진단과 치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동물복지 개선을 위해 행동풍부화 프로그램을 시도하면서 이것 저것 구조물들이 많아지며 이물 위험이 늘었다. 소일거리로 설치한 장난감이나 구조물들을 물면서 놀다가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전보다는 줄었지만 일부 관람객들이 장난 삼아 던지는 음식이나 물건이 문제가 될 가능성도 있다.

김정호 팀장은 “심증만 있다가 죽은 후에야 부검에서 (이물을) 발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CT를 활용해 조기 진단하여 치료하면 살릴 수 있다”며 “동물원 동물들이 오래 살면서 종양이 발생하는 경우도 많은데, 여기에도 CT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리모델링된 늑대사

동물복지 위해..사육환경 개선에 이어 진료환경 개선

전문진료인력 양성 위해서도 필요

청주동물원은 2019년부터 환경부 지원을 받아 동물원 동물을 위한 사육공간 리모델링을 이어오고 있다.

반달가슴곰을 시작으로 붉은여우, 호랑이, 산양, 수달, 사자 등의 사육공간을 동물복지형으로 재편했다. 최근에는 늑대들이 머물 공간을 새로이 꾸몄다.

동물복지 증진을 위해서는 이 같은 사육환경 개선뿐만 아니라 진료환경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증치료 위주에서 벗어나 정밀진단을 적극적으로 실시하며 관련 연구까지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자면 인력·설비 인프라가 요구된다.

김정호 팀장은 “동물원 동물의 특성상 CT와 같은 정밀진단은 더 중요하다”면서 “이제껏 필요성을 느껴왔는데, 예산지원과 함께 실제로 운용할 수 있는 인력까지 생겨 도입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홍성현, 변재원 수의사가 합류하면서 청주동물원의 수의사 인력은 3명으로 늘었다. 지역 동물원에서는 많은 편이다.

정규 공무원 신분이라 보직순환 위험에 노출된 다른 공공 동물원과 달리 청주동물원 진료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인 것도 장점이다.

아쿠아리움에서 일하다 청주동물원에 합류한 변재원 수의사는 충북대 수의대 수의영상의학교실에서 대학원 과정을 진행 중이다. 임상병리 전공자인 홍 수의사도 이날 사자의 회음 부위 병변에 FNA를 진행했다.

정밀검사기기를 도입해도 활용하기 어려웠던 예전과는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김정호 팀장은 “동물원 진료진은 ‘확진’에 목말라 있다. 죽고 나서야 사인을 뒤늦게 밝히는 일이 많다”며 제대로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야 부족한 야생동물 진료인력도 양성할 수 있다는 얘기다.

청주동물원은 CT 도입에 이어 올해 구조한 야생동물을 위한 방사훈련장과 보호시설을 신축한다. 내년에는 8억여원을 들여 아픈 동물을 위한 전용 수술시설을 설립할 계획이다.

김 팀장은 “야생동물 진료인력이 전문성을 기르고, 축적된 기술을 다른 동물원이나 야생동물센터에서 활용할 수 있는 2차기관으로 나아가고자 한다”며 충북대 수의대와 연계한 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도 내년부터 본격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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