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개심장사상충의 예방에 왜 검사가 필수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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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 교수

전남대학교 수의과대학

사는 곳은 폐동맥, 이름은 개심장사상충

개와 고양이에서 발생하는 모기 매개성 선충류 기생충인 개심장사상충 Dirofilaria immitis (Leidy, 1856)은 반려동물, 특히 개에서 치명적인 질병을 일으킨다. 대표적인 vector-borne 감염병을 일으키는 이 기생충은 감염된 모기가 흡혈할 때 제3기 유충의 발육 단계로 자란 상태에서 동물의 피부에 침입한다.

이 유충은 모기가 흡혈한 동물의 국소 피부에서 수개월간 체류하면서 크기가 1~1.3mm에서 약 3.2~11.0cm로 자란다. 그 후 주위에 있는 정맥혈관으로 들어가 혈류를 따라 대정맥, 우심방 및 우심실을 지나 폐동맥 말단 모세혈관에 도착한다[1].

이곳에 도착한 충체는 폐동맥 모세혈관을 빠져나가지 못하고 멈추게 된다. 피부 조직에서 체류하는 동안 모세혈관의 직경보다 충체의 직경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폐동맥 모세혈관에서 머물며 성충으로 성장하게 된다.

즉, 개심장사상충이 체내에서 본격적으로 자라기 시작하는 부위는 심장이 아니고 폐동맥 말단이다. 사실 대정맥으로부터 혈류가 끊임없이 들어와서 지체없이 폐동맥으로 보내지는 우심방 및 우심실은 기생충이 안정적으로 머무를 수 있는 곳이 아니다.

폐동맥 말단에서 자리 잡고 기생하고 있는 심장사상충은 심장으로부터 혈류가 끊임없이 밀려오고 있기 때문에 혈류를 거슬러 심장 쪽으로 나갈 수 없다. 그런데 감염된 동물이 죽게 되면 심장으로부터 오는 혈류 압박이 없어졌기 때문에 탈출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직경이 더 큰 심장 쪽으로 기어 나오게 된다.

인간이 이 기생충을 목격할 때는 사망한 동물을 부검하면서 심장과 폐동맥을 절개하여 열어볼 때인데, 이때 충체들은 원래 살고 있었던 폐동맥에서 나와 우심방과 우심실, 심지어는 대정맥에까지 나와 있어서, 마치 원래부터 심장에서 기생하고 있었던 것처럼 보이게 된다.

동물이 살아 있을 때는 폐동맥에 살던 이 기생충의 이름을 심장사상충(heartworm)으로 부르게 된 이유다.

사진 1. 개심장사상충에 중감염된 개의 심장. 동물이 살아 있을 때의 우심방 및 우심실 내에는 이 기생충들이 없었고, 폐동맥 기시부에서만 관찰되었다. ©SungShik Shin

이 기생충의 학명을 지은 펜실베니아대학교의 Joseph Leidy 교수가 1850년에 이 기생충을 Filaria immitis의 이름으로 증례 보고한 때에도 당연히 죽은 개를 부검하면서 발견했다[2].

동물이 살아 있는 상태에서 개심장사상충의 존재를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심장초음파이다. 하지만 심장초음파로도 충체를 관찰하기는 쉽지 않다. 개심장사상충에 중감염되어 혈류가 느려지는 감염 말기이거나, 사진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다수의 충체로 중감염되어 있는 경우 등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성충들이 심장초음파로는 관찰하기 어려운 폐동맥 말단 쪽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대한기생충학회에서 제정한 이 기생충의 우리말 공식 명칭은 ‘심장사상충’이 아니고 ‘개심장사상충’이다. 하지만 개심장사상충은 개뿐만 아니라 개과의 야생동물과 고양이를 포함한 매우 다양한 동물에 기생할 수 있고, 드물게는 사람에서도 성충이 발견된다. 필자는 동물원에서 죽은 호랑이를 부검할 때 복강에서 수거된 기생충을 개심장사상충으로 동정한 적이 있다.

폐동맥 내에서 기생하고 있는 개심장사상충은 암컷은 25~30cm까지, 수컷은 15cm 정도까지의 크기로 성장하면서 폐동맥 벽에 지속적으로 염증을 일으켜 혈액순환을 방해한다. 특히 성충으로 다 자란 심장사상충들은 감염숫자가 많아질수록 폐동맥 기시부까지 나와 주위 폐동맥 내벽에 염증을 유발하게 되는데, 동맥 내막에 생긴 염증의 결과로 인해 폐동맥 벽이 심하게 두터워진다.

체내의 모든 혈액은 필수적으로 폐동맥을 통과해야 하는데, 성충이 이곳에서 혈류를 물리적으로 방해한다. 뿐만 아니라 더 심각한 문제를 유발하는데, 폐동맥 벽이 침입자인 기생충을 대항하기 위해 숙주가 일으키는 염증으로 인해 두터워져, 이 부위에서 혈류의 심한 병목현상이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참고로 폐동맥 벽이 이 기생충의 자극으로 인해 염증성으로 커지는 정도는 개의 품종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있는데, 염증반응이 클수록 병원성이 커지고 임상증세도 심해진다.

그로 인해 감염된 동물에서는 기침, 폐동맥 고혈압, 간울혈, 복수, 흉수 등을 포함하여 매우 다양하고 심각한 순환기 장애가 일어나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전신을 순환하는 혈액이 폐동맥에서 막혀 있으니 감염된 동물은 만성적으로 쉽게 피로해지고, 많은 산소를 필요로 하는 달리기 등을 점차 할 수 없게 된다.

충체가 폐동맥 혈류를 물리적으로 방해하는 것보다 폐동맥이 염증으로 인해 부은 것이 혈액순환에 훨씬 큰 장애를 유발하기 때문에 심장사상충 감염으로 인해 증세가 심한 동물에 prednisone 등 소염제를 처방하기만 해도 증세가 상당히 가벼워진다. 그러한 이유 때문에 개심장사상충 치료 프로토콜에서는 성충 구제제인 melarsomine dihydrochloride를 처방하기 두 달 전부터 한 달간 prednisone을 처방하여 임상증세를 개선시킨다.

 

예방백신의 부재, 그러나 희소식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에 의한 감염성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효과적인 백신이 가장 최선의 예방책 중의 하나이겠지만, 안타깝게도 선충류 기생충에 의한 감염병은 예방백신을 만들기가 매우 어려워 상용화된 백신이 거의 없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개심장사상충을 포함한 사상충류 기생충들에 대해 ivermectin을 대표로 하는 macrocyclic lactone 계열 약제들이 모기로부터 감염되는 제3기 유충을 매우 효과적으로 사멸하는 데다가, 유충 사멸에 필요한 혈중 유효농도가 평균적으로 28일간 지속되는 까닭에 한 달에 한 번 투약함으로써 개심장사상충증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

Macrocyclic lactone 약제들 중 moxidectin을 지질 성분의 미세구(glyceryl tristearate microspheres)에 넣고 피하에 주사하는 서방형 제제의 형태로 만들어 9개월 이상 예방효과를 내는 제품도 있다[3].

다만 아쉬운 점은 macrocyclic lactone 계열 약제들이 심장사상충의 감염기 유충 단계에 대해서는 탁월한 사멸 효과를 가지고 있지만, 다 자란 성충에 대해서는 효과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한때 macrocyclic lactone 계열 약제와 doxycycline을 1년 정도 용도에 맞게 투약하면 성충도 죽는다는 치료방법이 제기되었으나 완벽하게 제거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더 이상 추천하지 않는다. 성충 구제용으로는 melarsomine dihydrochloride라는 약제가 별도로 존재한다.

그런데 개심장사상충의 제3기 유충이 모기로부터 개에 감염된 후, 고작 1.3mm의 작은 크기에서부터 암컷 기준으로 30cm 정도의 성충이 되기까지는 6~7개월의 매우 긴 시간이 필요하다. 이렇게 긴 성숙전기(prepatent period)는 이 감염병의 정확한 진단과 효과적인 예방 전략에 아주 큰 장애요인이다.

Macrocyclic lactone 계열 약제들이 성충을 사멸시키지 못한다는 사실뿐만 아니라 이 질병을 계절적 출현성을 가진 모기가 매개한다는 사실, 그리고 약제의 광범위한 사용으로 인한 내성주가 출현하고 있는 사실 등은 개심장사상충 예방이 매우 복잡하고 세심한 관리를 필요하게 만든다. 여기에는 단순히 예방약만 투약하는 수준을 넘어 주기적으로 검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점을 포함한다.

다음 내용은 얼핏 쉬워 보이는 개심장사상충증의 예방에 있어서 검사가 필수인 이유를 기술한 것이다.

 

1) 예방약제를 투약하기 전에 심장사상충 성충이 이미 감염되어 있는지 여부를 혈액검사를 통해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이미 심장사상충 성충에 감염되어 있는 경우엔 예방약제 투약이 무의미하다. 이미 언급하였지만, 현재 심장사상충 예방약제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ivermectin, moxidectin, selamectin, milbemycine oxime 등과 같은 macrocyclic lactone계열 약제들은 개심장사상충 제3, 4기 유충을 매우 효과적으로 방어하지만, 이미 다 자라서 동물 체내 폐동맥 내에 자리 잡고 있는 성충에는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4].

그러므로 예방약제를 투약하기 전에 반드시 성충에 감염되어 있는지 여부를 주의 깊게 검사해야 한다.

심장사상충증을 치료하기 위해선 적지 않은 비용과 수개월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예방약을 투약하기 전에 이 기생충에 이미 감염되었는지 여부를 정확하게 파악하지도 않고 예방약제부터 처방하게 되면 소중한 동물의 생명을 위험에 빠트릴 수 있게 되며, 보호자의 항의와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심장사상충 제3기 유충이 모기로부터 개에 감염된 후 성충이 되기까지는 6~7개월이 소요되는데, 현재 상용화된 개심장사상충증 검사법들은 모기로부터 개에 감염된 후 4, 5개월간은 전혀 진단해 내지 못한다.

많은 바이러스와 세균 감염병들은 잠복기가 수 일에서 수 주에 불과한 경우가 많아 감염 후 증세가 나타나는 기간이 짧지만, 개심장사상충은 성충으로 성장하는 시간도 길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임상증세가 곧바로 발현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개심장사상충에 감염되어 있는 개들은 품종에 따라 증세의 발현이 많은 차이를 보이고, 성충으로 다 자란 후에도 증세가 관찰되지 않는 경우가 많게는 90%에 달한다.

필자가 국내에서 옥외 사육되는 700마리 이상의 개들을 대상으로 무작위로 개심장사상충을 조사하였을 때 22~25%의 동물들이 감염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눈에 띄는 임상증세가 없었다. 일부 동물에서 간헐적인 마른기침 증세를 보였을 뿐이었다[5,6]. 물론 동물병원을 방문하는 환자들은 당연히 임상증세가 발현되어서 온 경우가 훨씬 많겠지만 말이다.

감염 후 4, 5개월간은 진단을 하지 못한다는 점, 그리고 감염된 동물들에서 임상증세가 관찰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 등으로 인해 필자는 개심장사상충증을 대표적인 ‘스텔스’ 감염병 중의 하나로 꼽는다.

감염된 후 4, 5개월간 진단이 안 되는 이유는 성충으로 성장하고 있는 충체에서 말초혈액으로 유리되어 나오는 항원, 항체 또는 DNA의 양이 검사에서 양성으로 판정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개심장사상충의 감염여부를 판정하기 위한 검사는 한 번으로 끝내서는 안 된다. 최초 검사 후 6개월 후에 재검사를 해야만 감염여부를 비교적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 개심장사상충증의 진단 프로토콜은 보다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기에 별도의 지면을 통해 설명하고자 한다.

수의사는 개심장사상충 예방약제로서의 macrocyclic lactone 계열 약제들을 최초로 투약하거나 투약기록이 없는 동물에게 투약을 시작할 땐 반드시 개심장사상충에 이미 감염되어 있는지의 여부를 검사한 후에 시작하여야 한다. 그것도 한 번에 끝내지 않고 6개월 후 재검사를 실시하여 두 번 모두 음성인 것을 확인하여야 한다.

 

2)말초혈액에서 미세사상충이 발견되는 동물에 macrocyclic lactone계열 약제를 투약할 경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개심장사상충이 개에 감염되면 암컷과 수컷이 성충으로 발육하여 교미한 후, 암컷은 미세사상충(microfilaria)으로 부르는 유충을 무수하게 배출한다.

폐동맥에 있는 성충으로부터 배출된 이 유충들은 길이가 0.3mm이고 충체 직경이 적혈구 크기에 불과해 모세혈관을 마음대로 통과할 수 있다. 때문에 어미로부터 배출된 후 폐동맥 모세혈관을 통과하여 전신 혈액을 돌아다니다가 야간에 모기가 흡혈할 시간대에 집중적으로 말초 모세혈관으로 모인다.

사진2. 개심장사상충에 감염된 개의 말초 모세혈관에서 관찰되는 미세사상충(microfilaria). 이 사진은 Giema 염색을 한 것으로써 이 유충의 실제 색깔은 유백색이다.
아래에 유튜브 영상에서 희석하지 않은 전혈로 검경했을 때의 상태와 영상 후반부에 생리식염수로 희석한 상태에서의 미세사상충을 비교해 볼 수 있다.

 

희석하지 않은 전혈로 검경했을 때의 상태와 영상 후반부에 생리식염수로 희석한 상태에서의 미세사상충을 비교해 볼 수 있다.

미세사상충들의 ‘야간 정기 출현성’으로 부르는 이 현상은 모든 사상충류 기생충 감염에서 관찰되는데, 이것은 이 기생충의 전파에 모기가 관여하는 것과 깊은 관련이 있다.

바깥세상을 본 적도 없이 혈관 내에만 존재하는 이 미세사상충들이 낮에는 내부 장기들의 혈관 내에 모여 있다가 모기가 출현하는 밤 시간대에 집중적으로 말초 모세혈관으로 ‘출근’한다는 사실은 참 신기한 자연의 현상이다.

참고로 이 미세사상충은 개심장사상충에 감염된 모든 개에서 관찰되지는 않는다. 대표적인 예로는 암컷 또는 수컷만 감염되어 있을 때 말초혈액에 미세사상충이 관찰되지 않는다. 이 미세사상충들은 모기가 흡혈할 때 모기 체내로 들어가 2주에 걸쳐 개에 감염할 수 있는 제3기 유충으로 자라게 된다.

대부분의 macrocyclic lactone계열 약제들은 이 미세사상충들을 비록 완벽하지는 않지만 큰 부작용이 없이 사멸시킬 수 있다. 그러나 드물게는 동물의 건강상태와 품종에 따라 여러 가지 부작용을 초래하므로 수의사는 예방약제 투약 전후로 혈액검사를 포함한 검사를 한 후 투약하여야 하고, 부작용이 발생할 땐 적절한 조치를 취해 주어야 한다.

초기 개심장사상충증의 예방을 위해 사용되었던 dietylcarbamazine이 혈중 미세사상충이 양성인 개에서 아나필락시스 쇼크로 인한 폐사를 포함한 다양한 부작용의 문제가 제기되었던 반면, macrocyclic lactone계열 약제들은 혈중 미세사상충이 양성인 개에서의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덜한 편이다[7].

그러나 어떤 조사에서는 구토증세나 과도한 침흘림 증세가 관찰되는 등, 혈중 미세사상충이 존재하는 개에서 사전에 검사하지 않고 투약하게 되면 예기치 않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 보고되었다[8].

말초혈관 내에 존재하는 무수히 많은 미세사상충들이 약제에 의해 일시에 사멸되면 충체가 파괴되는 과정 중에 충체 내부에 있던 수많은 외계 항원들이 숙주 방어면역계에 한꺼번에 노출이 되는데, 이들에 대해 숙주가 아나필락시스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미국심장사상충학회의 공식 가이드라인과 대부분의 심장사상충 예방약제 제조사들은 예방약제를 투약하기 전에 성충에 감염되어 있는지, 그리고 혈중 미세사상충이 존재하는지 여부를 수의사의 검사를 통해 확인하라고 지시하고 있다.

만일 사전 검사를 통해 환자가 개심장사상충에 감염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말초 모세혈관에서 채혈한 혈액 내에 미세사상충이 관찰된다면 성충 구제용 치료 프로토콜에 따라 일련의 성충 제거 프로그램을 시작하여야 하며, 미세사상충이 사멸되면서 일어날 수 있는 아나필락시스의 발현 여부를 세심하게 관찰하여 필요할 경우 안전조치를 취해야 한다.

 

3) 예방약제를 투약하고 있는데도 개심장사상충이 감염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정기적으로 검사하여 예방약제가 안전하게 동물을 질병으로부터 지켜주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Loss of efficacy(LoE)로 알려진 이 현상은 대부분 보호자가 심장사상충 예방약제를 수의사의 지시에 따라 성실하게 투약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 대표적으로 모기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생각되는 계절에 예방약제를 투약하지 않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보호자가 잘못된 지식, 또는 실수로 인해 예방약제를 지시된 대로 투약하지 않아 심장사상충에 감염되는 경우도 꽤 많다.

필자가 과거에 멧돼지 사냥용으로 훈련된 200마리 이상의 개들을 대상으로 심장사상충 감염률을 조사했을 때, 놀랍게도 약 20%의 사냥개들이 감염되어 있었다. 그런데 혈액검사와 함께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대부분의 사냥개 주인들은 개심장사상충증의 위험성을 알고 있었고, 예방약제를 정기적으로 투약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결국 수의사의 투약 지도를 받지 않고 동료나 비전문가의 말을 듣고 투약했을 가능성이 높은 예이다.

그러므로 수의사가 개심장사상충 예방약제를 처방할 땐 정기적으로 심장사상충 양성여부를 혈액검사를 통해 파악하면서 투약 지도를 하여야 한다.

 

4) 예방약제에 대한 내성을 가진 심장사상충이 발생하고 있어 예방약제 투약 후에도 정기적으로 감염여부를 검사하는 것을 포함한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Ivermectin으로 대표되는 macrocyclic lactone계열 약제들은 1970년에 일본 기타사오대학교의 사토시 오무라(Satoshi Omura) 교수가 일본 혼슈 남동쪽 해안가의 시즈오카현의 Izu반도에 위치한 골프장의 토양에서 분리한 Streptomyces avermitilis라는 세균에서 유래하였다.

골프를 좋아하는 오무라 교수가 골프를 치던 중 골프장 인근의 토양 샘플을 채집하여 실험실로 가져와 토양 속에 있는 세균들을 분리 배양한 것이다.

오무라 교수는 당시 미국의 머크(Merck)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던 윌리엄 캠벨(William Campbell) 박사에게 선충류 구충제로서의 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이 세균주를 포함하여 50여 종의 Strpetomyces속 세균들을 보냈고, 켐벨 박사는 이 특정 세균에서 추출한 물질들이 선충류와 일부 절지동물에 탁월한 사멸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9].

켐벨 박사를 중심으로 Merck사(Merck Sharp & Dohme or MSD)는 이 세균에서 추출한 성분들 중 4가지, 특히 avermectin B1 계열로 분류한 성분들, 즉 avermectin B1a와 B1b가 특히 선충류 구충효과가 뛰어나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래서 이 성분들이 핵심구조로 된 두 가지 유도체, 즉 22,23-dihydro-avermectin B1a와 22,23-dihydro-avermectin B1b를 만들어 80:20의 비율로 혼합하여 ivermectin으로 명명하고, 1981년에 가축의 구충제로 출시하였다[10].

그 후 ivermectin은 반려동물 분야에서도 개심장사상충의 예방약제로서 Heartgard 30®라는 상품명으로 시판되어 큰 성공을 거두었다.

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에서 river blindness라는 실명을 일으키는 인체 질병의 원인체인 Onchocerca volvulus와 상피증을 일으키는 Wuchereria bancrofti라는 기생충을 박멸하는 탁월한 공을 세워 기생충 구충제로서는 가히 기적의 약으로 간주되었다.

이 공이 인정되어 2015년도 노벨의학상이 수여된 세 명의 학자 중 켐벨 박사와 오무라 교수가 포함되었다. 그렇다. 자신의 일에 열정이 있는 사람은 골프를 치다가도 노벨상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그동안 개심장사상충 예방약제로 ivermectin을 포함한 macrocyclic lactone계열 약제들을 워낙 광범위하게 사용한 탓에 약제 내성을 보이는 심장사상충의 출현이 일반화되고 있다.

Macrocyclic lactone 약제에 대한 내성이 의심되기 시작한 것은 미국에서 2005년부터였으며, 2014년도에 ivermectin에 대한 저항성을 가진 심장사상충의 존재가 확인되었다[11]. 태생이 항생제이다 보니 오랫동안 광범위하게 사용하게 되면 항생제 내성 문제가 발생할 것은 필연적이고 불가피한 일인 것이다.

예방약제를 수의사의 처방에 따라 빠짐없이 투약하고 있다 해도 모기로부터 감염하는 심장사상충이 예방약제에 대한 내성을 가진 종류라면 예방 약제가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수의사는 예방약제를 투약하고 있는 개에 대해서도 최소한 1년에 1회 정도 반드시 정기적인 심장사상충 감염여부를 혈액검사를 통해 확인하면서 예방약제를 투약하도록 해야 한다.

 

참고문헌

[1] Kume S, and Itagaki S.  On the life-cycle of Dirofilaria immtis in the dog as the final host.  British Veterinary Journal. 1955;111:16-24.

[2] Leidy J.  November 26th: Descriptions of Three Filariæ.  Proceedings of the Academy of Natural Sciences of Philadelphia. 1850;117-118.

[3] Krautmann MJ, Mahabir S, Fielder A, Collard W, Wolthuis TL, Esch K, et al.  Safety of an extended-release injectable moxidectin suspension formulation (ProHeart® 12) in dogs.  Parasites & vectors. 2019;12:1-13.

[4] McCall JW.  The safety-net story about macrocyclic lactone heartworm preventives: a review, an update, and recommendations.  Veterinary parasitology. 2005;133:197-206.

[5] Suh G-H, Ahn K-S, Ahn J-H, Kim H-J, Leutenegger C, and Shin S.  Serological and molecular prevalence of canine vector-borne diseases (CVBDs) in Korea.  Parasites & Vectors. 2017;10:1-8, https://doi.org/10.1186/s13071-13017-12076-x.

[6] Lim S, Irwin PJ, Lee S, Oh M, Ahn K, Myung B, et al.  Comparison of selected canine vector-borne diseases between urban animal shelter and rural hunting dogs in Korea.  Parasites & Vectors. 2010;3:1-5, https://doi.org/10.1186/1756-3305-1183-1132.

[7] Bowman DD, and Mannella C.  Macrocyclic lactones and Dirofilaria immitis microfilariae.  Topics in companion animal medicine. 2011;26:160-172.

[8] Schlotthauer J, Stromberg B, Paul A, Todd Jr K, McCall J, Dzimianski M, et al. 1986. Presented at the Heartworm Symposium’86, New Orleans (USA), 21-23 Mar 1986.

[9] Laing R, Gillan V, and Devaney E.  Ivermectin–old drug, new tricks?  Trends in parasitology. 2017;33:463-472.

[10] Canga AG, Prieto AMS, Liébana MJD, Martínez NF, Vega MS, and Vieitez JJG.  The pharmacokinetics and metabolism of ivermectin in domestic animal species.  The Veterinary Journal. 2009;179:25-37.

[11] Pulaski CN, Malone JB, Bourguinat C, Prichard R, Geary T, Ward D, et al.  Establishment of macrocyclic lactone resistant Dirofilaria immitis isolates in experimentally infected laboratory dogs.  Parasites & vectors. 2014;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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