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세 면세 확대에 동물병원은 손해? ‘부담 완화 체감될까’

반려동물 진료비 부가세 면세 확대 눈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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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진료비 부가가치세 면세 확대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기존에 알려졌던 100여개 항목으로의 면세 확대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일선에서는 반려동물에 대한 의료서비스도 사람의료처럼 부가세를 부과하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론에 공감대가 있다. 하지만 경영 측면에서 동물병원에 불이익이 있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부가세 면세대상 동물진료용역 고시 개정안 행정예고

농림축산식품부는 1일 ‘부가가치세 면제대상인 동물의 진료용역’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개정안은 앞서 관계기관 의견조회에 나섰던 내용과 거의 동일하다.

별표로 규정한 면세항목도 102개로 동일하다. ‘무릎뼈 안쪽 탈구’를 ‘무릎뼈 탈구’로 수정한 것을 제외하면 외이염, 점액성 이첨판막변성, 골절 등 세부적인 면세대상도 같다.

기존에 질병의 예방만을 대상으로 했던 면세용역의 범위에 치료행위를 추가하면서, 수의사법」 제20조의3에 따라 표준화된 분류체계가 작성·고시된 질병에 대해서는 해당 예방 및 치료행위에 대해 적용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이번 개정안의 102개 항목도 상당 부분 진료 표준화 연구용역 결과에서 도출됐다. 향후에도 진료 표준화 진행상황에 따라 면세 범위가 더 넓어질 수 있는 셈이다.

부가세 면세 대상 진료용역.
크게 기본적인 진료행위와 다빈도증상에 대한 처치, 질병 등으로 구분된다.

국가 세수만 주는 게 아니다..동물병원도 손해?

일선에서는 10월 이후 반려동물 진료의 대부분이 면세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빈도질환 상당수가 면세대상에 포함됐을 뿐만 아니라, 면세대상 질병이 아니라도 진찰, 입원, 조제·투약, 각종 검사와 증상에 따른 처치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진료매출에서 면세비율이 90%를 넘길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이에 따라 반려동물 진료비 부담이 일부 완화될 수 있다. 수의사회도 진료비 부담 문제에 대한 지적을 받을 때마다 개선과제로 부가세 문제를 지목해왔다.

하지만 전격적인 면세 확대가 동물병원에 금전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본지 세무칼럼에 따르면, 부가세가 면세된 항목의 진료비를 기존 공급가액으로만 청구할 경우 결과적으로 동물병원이 손해를 볼 수 있다.

기존에 11,000원(공급가액10,000원+부가세1,000원)이었던 항목의 진료비를 공급가액 10,000원만 받으면, 부가세 납부액은 줄지만 매출액과 소득세는 늘어나면서 실질소득은 감소할 수 있다(본지 2023년 9월 14일자 [박성훈 세무사의 세무칼럼 2023⑥] 부가세 면세 확대, 유리한가 불리한가 참고).

반려동물 진료비에서 부가세를 가져가지 않기로 결정한 국가의 세수는 당연히 줄지만, 그 과정에서 동물병원도 손해를 보는 셈이다. 이 같은 손해 위험은 기존에 매출·경비 규모가 크고 과세진료 비중이 높은 대형 동물병원일수록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이는 면세 확대 전후의 진료가 동일하다고 가정했을 때의 얘기다. 만약 세금 완화의 효과로 진료 자체가 늘면 소득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정권이 강력히 추진하는데..’ 대응 고민하는 개원가

지난달 부가세 면세 확대 고시 개정안 초안이 공개된 이후 여러 동물병원장에게 관련 대응을 물었다. 원장들은 반려동물 진료비에 부가세를 매기지 않아야 한다는 당위에 공감하면서도, 입게 될 손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지 고민을 내비쳤다.

경기도의 A원장은 “부가세를 뺀 공급가액으로 청구하면 동물병원에 결과적으로 손해가 돌아온다”면서도 “타격을 우려해 진료 단가를 조정하기에도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보호자들은 당장 10%가량 할인을 받게 되는 것으로 여길텐데 이를 저버리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인천의 B원장은 “정부가 이미 일부 진료비를 조사해갔는데, 내년에 단가가 어떻게 변했는지 비교해보지 않겠나”고 반문하면서 “정권이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사안인데 (단가 인상으로 대응했다가) 찍힐까 두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마다 진료비 조정이 불가피한데, 다가오는 신년에 어떻게 해야 할 지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대구의 C원장은 “실제로도 수익이 줄고, 매출 숫자 자체가 떨어지다 보면 동물병원이 위기감을 느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의 D원장은 “당장은 면세로 전환된 항목의 진료비를 기존의 공급가액으로만 청구할 생각”이라면서도 “인건비, 공급단가 상승이 이어지며 진료비 인상은 불가피하다. 내년에 진료비를 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의 E원장은 “부가세가 빠지면서 단가가 낮아졌는지 꼼꼼하게 챙기는 보호자들도 많을 것”이라며 “손해가 불가피하지만, 그렇다고 곧장 단가를 조정해 보전하기도 어렵다. 장기적으로 대응해야 할 문제”라고 내다봤다.

 

현장에서 효과 체감될까 부담

정착에 시간 걸릴 것..세무행정 주의 촉구

수의사회 관계자는 “소비자 부담 완화를 위해 정부가 나서서 부가세 면세를 확대했다. 여기에 수의사들의 손해까지 포함된다는 문제가 있지만 (부가세 면세 확대의) 효과가 체감되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면세 확대 방식이 일선 동물병원에 불편함을 끼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사람의료처럼 반려동물 진료용역을 원칙적으로 면세로 규정하고 예외적인 과세 대상만 별도로 명시하는 방식이어야 명확한데, 현재 추진되는 방식은 100가지 넘는 면세 항목을 나열하는 식이다 보니 수의사들도 어떻게 청구해야 할 지 헷갈리기 쉽다는 것이다.

가령 면세 대상인 설사, 기침, 소양증 등 증상에 따른 처치의 경우 이를 주증으로 내원한 환축에 대한 진료서비스를 언제까지 면세로 제공해야 하는지 헷갈릴 수 있다. 동물병원마다 해석이 달라지면, 자칫 탈세로 오인받을 여지가 생길 수도 있다.

이 관계자는 “(부가세 면세 확대가) 일선 병원이 헷갈릴 수 있는 방식으로 전격적으로 시행되는 것이다 보니 정착에 시간일 걸릴 수밖에 없다”면서 “당국이 이를 인지하고 세무행정을 펼쳐야 한다. 선의의 동물병원이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부가세 면세 확대에 동물병원은 손해? ‘부담 완화 체감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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