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 개원한 동물병원 절반은 5년을 못 버텼다

코로나19에 감소한 신규 대비 폐업 비율 2022년 다시 증가..자치구별 온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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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동물병원은 코로나19 기간 동안 폐업이 줄고, 2022년 들어서는 개업이 주춤한 경향을 보였다(본지 2월 3일자 ‘국내 동물병원수 10년간 1,400개 증가..코로나 여파로 폐업 줄었다?’ 참고).

대표적인 레드오션으로 꼽히는 서울도 그럴까.

2019-2022년 서울시 동물병원 연도별 신규 대비 폐업 비율
(자료 : 행정안전부 동물병원 데이터 분석 ⓒ이규영)

코로나 기간 신규 대비 폐업 비율 감소했지만..2022년 91%로 다시 악화

2022년말 기준 서울시내 동물병원은 911개소다. 2019년부터 4년간 60개소가 증가했다.

하지만 연도별로는 온도차가 크다. 특히 코로나가 변수였다. 2019년 84%였던 서울 동물병원의 신규 대비 폐업 비율은 2020~2021년 50%대에 머물렀다.

특정 기간의 폐업건수를 개업건수로 나눈 ‘신규 대비 폐업 비율(%)’은 전체 숫자의 증감을 반영한다. 100%를 넘기면 해당 기간 동안 전체 숫자는 감소했다는 뜻이다.

2020년과 2021년 서울의 동물병원 숫자는 20개씩 증가했다. 신규 대비 폐업 비율은 낮았지만, 개업건수도 50건 내외로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2022년 들어서는 개업건수가 34건을 기록했다. 201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폐업 비율도 91%까지 상승하면서 ‘다시 레드오션이 심화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019-2022년 서울시 자치구별 동물병원 개·폐업 통계.
푸른색은 개업 우세, 붉은색은 폐업 우세를 나타낸다. 노란색은 동률을 의미한다.
(자료 : 행정안전부 동물병원 데이터 분석 ⓒ이규영)

광진구 4년 합계 신규 대비 폐업 비율 450%

자치구별로 다른 경향도 확인됐다. 서울의 동물병원수가 전체적으로 증가한 만큼,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동안 동물병원 숫자가 늘어난 자치구가 17개로 더 많았다.

개∙폐업 동률이 3개(관악∙용산∙중랑), 폐업이 더 많았던 곳이 5개 자치구였다(광진∙동작∙마포∙서대문∙성동).

특히 강동구, 영등포구는 4년간 매년 증가세를 유지했다. 반면 광진구는 4년간 매년 폐업이 더 많았다. 4년간 신규 대비 폐업 비율이 450%에 달해 서울시 중에서 가장 힘겨운 지역으로 꼽혔다.

한 해 동안 가장 많은 동물병원이 개업한 경우는 2021년 강남구(9개소)였다. 2022년 송파구(8), 2019년 중구(7)가 뒤를 이었다.

하지만 서울시내 각 자치구의 연도별 개∙폐업건수는 10건을 넘기지 못하는 만큼 한 두 군데의 개폐업에도 수치가 크게 변화할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자치구별로는 한 해 개∙폐업건수가 1건 내외에 그쳐, 큰 변화가 없는 경우도 많았다.

2019-2022년 서울시 자치구별 동물병원 신규 대비 폐업 비율
(자료 : 행정안전부 동물병원 데이터 분석 ⓒ이규영)
2019-2022년 서울시 자치구별 동물병원 누적폐업비율.
누적폐업비율은 전체 병원수 대비 폐업건수를 측정한 지표로, 동물병원의 폐업 강도를 간접적으로 시사한다.
(자료 : 행정안전부 동물병원 데이터 분석 ⓒ이규영)

서울 동물병원 5년 생존율 68.5%..전국 평균보다 낮아

강남 개원 동물병원 절반이 5년 못 버텨

서울이 타 지역에 비해 경쟁이 치열하다는 인식은 ‘5년 생존율’에서도 확인됐다.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서울에서 개원한 동물병원 669개소 중 개업 직후 5년간 생존한 비율은 68.5%(458개소)로 분석됐다.

이는 같은 기간 전국 평균(73.5%)보다 낮은 수치로, 서울이 상대적으로 5년을 버티기 어려운 축에 속하는 셈이다.

5년 생존율에서도 자치구별로 분위기가 달랐다.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서울시내 각 자치구별로 개원한 동물병원의 5년 생존율을 분석한 결과, 가장 높은 성북구(93%)와 가장 낮은 영등포구(53%) 사이의 격차가 40%p에 달했다.

영등포구와 함께 강남구(57%), 은평구(59%) 등도 병원 10곳이 개업하면 5곳만 살아남았다. 반면 중랑구(90%), 중구(86%), 종로구(83%) 등의 5년 생존율은 상대적으로 양호했다.

특히 강남은 9년간 114개 병원이 개업해 49개가 폐업했다. 개업건수만 해도 2위 송파구(57)에 2배에 달하는데다 5년 생존율도 낮아, 서울 최대의 격전지임을 증명했다.

강남구에서는 2010년부터 2017년까지 매년 10개 이상의 동물병원이 개업했는데, 2015년∙2017년 개업병원을 제외하면 5년 생존율은 각각 50% 안팎에 머물렀다.

서울의 한 동물병원장은 “2022년말부터 경기가 나빠진 것이 체감된다. 상대적으로 비용이 더 요구되는 진료를 망설이거나 미루는 보호자들이 많아지면서 매출에도 타격이 있다”고 말했다.

향후 폐업 비율이나 5년 생존율이 악화되면서 더 진해진 레드오션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수도권인 경기도인천의 경향을 다룬 후속기사가 이어집니다-편집자주>

강남에 개원한 동물병원 절반은 5년을 못 버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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