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도 약국도 동물병원도 진료비·약값 다 달라요

병원상황·진료세부내용 따라 진료비 차이 불가피..정보공개 확산에 수의계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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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병원 진료비는 부르는 게 값, 천차만별`..이러한 제목의 언론보도는 이제 친숙하다. 잊을만하면 다시 나온다.

올해 들어서도 지상파 뉴스부터 일간지, 지역언론까지 가리지 않고 매달 관련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일선 수의사들 사이에서 ‘특정 단체가 비판여론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냐’는 소문이 돌 정도다.

 

사람 비급여진료비 7.5배, 일반의약품 판매가 2배까지 차이

반려동물 진료비는 동물병원마다 차이가 있다. 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이나 일본 등 해외 대부분의 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다만 건강보험이 있는 사람에서 통상적인 진료(급여항목)의 비용이 저렴하면서도 동일하다는 점과 비교되면서, 동물병원 진료비의 편차나 가격수준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사람의 의료에서도 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진료항목이나 의약품의 비용은 천차만별이긴 마찬가지다.

8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6년 다소비 일반의약품 가격조사결과’에 따르면, 동일한 일반의약품의 가격도 약국마다 최대 2배 가량의 차이를 보였다.

복지부와 대한약사회는 올해 상반기 전국 2,700여개 약국을 대상으로 주로 소비되는 일반의약품 50품목의 평균가격과 최저·최고가, 분포비율을 조사했다. 이중 영진구론산바몬드, 잔탁정 등 6개 품목에서 최저가와 최고가의 차이가 2배에 이르렀다.

건강보험에 포함되지 않는 병의원의 비급여 진료비도 편차가 심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감사원이 발표한 ‘의료서비스 관리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비급여진료 955개 항목의 병원별 가격차이가 평균 7.5배에 이른다.

대표적인 예로 제시한 ‘추간판 내 고주파 열 치료술’의 경우 병원별로 20만원에서 350만원까지 가격차이가 17.5배에 달했다.

올해 국감에서 비급여 진료비의 편차 문제를 지적한 윤소하 국회의원에 따르면, 2015년도 기준 상급종합병원간 1인실 상급병실료의 최저·최고가 격차는 4.9배, 치과 임플란트 비용은 5배에 달했다.

동물병원마다 차이를 보이는 반려동물 진료비도 비급여 진료비(비보험)라고 이해하면 쉽다.

 

이유 없는 편차는 없다..‘진료비가 다르면 진료내용도 다르다’

병의원, 약국, 동물병원 간 진료비나 약품가의 편차를 문제 삼는데 대한 의사, 약사, 수의사들의 입장에는 공통점이 있다.

병원이나 약국마다 상황이 다르고, 환자상태나 세부적인 치료내용이 다르기 때문에 비용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으므로, ‘A항목은 몇만원’ 식의 단순비교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많다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는 10월 28일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비급여 진료비는 환자 상태나 치료방식, 경과 등에 따라 의료기관별로 상이하게 책정될 수 밖에 없다”면서 “단순히 형식적 가격만 비교하는 자료 공개는 국민 불신을 가중시키고 의료선택권을 저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소하 국회의원도 국감에서 비급여 진료비 차이를 지적하면서도 “비급여 진료비 공개자료가 의료진 및 의료기기 수준 등 개별 병원 여건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 점은 한계”라고 전제했다.

동물병원 진료비도 마찬가지다. 주로 문제로 지적되는 중성화수술이나 슬개골탈구교정술 등 다빈도수술도 병원마다 세부내용에서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같은 슬개골탈구교정술이라도 의료진의 숙련도나 의료기기의 성능, 수술전 검사항목의 내용, 실시한 수술내용, 후처치 내용 등이 다르면 그에 따른 비용도 달리 책정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A병원에서 50만원인 슬개골수술이 B병원에서 100만원’이라고만 지적하면 전문지식이 부족한 소비자 입장에서는 은연중에 두 병원의 수술 세부내용이 같은데 가격만 다르다는 식으로 오해하기 쉽다는 것이다.

 

가격정보 공개 움직임, 동물병원가 파급도 ‘시간문제’

이 같은 비용 편차 문제에 대한 정부정책 방향은 ‘정보공개’로 요약된다.

2015년 감사원이 비급여 진료비를 문제 삼으면서 관련 정보 수집 및 공개대책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고, 비급여 진료비 조사공개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이 이어졌다.

지난해 12월 의료법이 개정되면서 당초 300병상 이상의 대형 종합병원에 국한됐던 비급여 진료비 공개범위는 병원급으로 대폭 확대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150병상 초과 병원급 의료기관의 비급여 진료 52개 항목 가격조사결과를 오는 12월 1일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150병상 이하 병원은 내년 4월에 추가로 공개할 계획이다.

게다가 조사대상 비급여 진료항목을 내년까지 100개 이상으로 확대하고, 조사대상 의료기관을 의원급으로까지 확대하자는 법안 발의가 이어지고 있어 의료계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앞서 인용한 의료계 3대 단체의 공동성명도 이 같은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남인순, 전혜숙 의원 대표발의)에 반대한다는 취지로 마련된 것이다. 해당 의료법 개정안은 이달 초 국회 보건복지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의원 간 견해차를 보이며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약국의 다소비 일반의약품 가격실태를 매년 조사해 발표하는 것도 ‘정보공개’를 통해 가격편차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정책이 동물병원으로도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이다. 동물병원 진료비 편차에 대한 문제제기가 정부의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로 점차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방향성은 이미 포착된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에 동물병원 표준수가체계 도입과 관련 보험 활성화에 대한 연구용역을 실시할 계획이다.

병원별로 주요 질병의 예상 진료비용 범위를 고지할 의무를 부과하는 방안도 연구대상에 포함된다.

 

진료비 문제 자구책 마련 나서야..기초자료 조사, 진료항목 세분화 등

때문에 동물병원 진료비 현황에 대한 기초자료 확보부터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년마다 한 번씩 동물병원의 진료비를 항목별로 표본조사하는 일본수의사회나 미국동물병원협회의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려동물 진료비 편차에 대한 언론보도가 나와도 원론적으로 반박할 뿐, 정작 실제로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는 수의사들조차 잘 모르는 상황이다.

수의사 관점에서 극단적인 비교로 보이는 주장이더라도 기초자료가 없으니 객관적으로 반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이번 ‘2016 다소비 일반의약품 가격조사’ 발표가 던지는 시사점도 있다. 복지부와 약사회의 협의에 따라, 최저가와 최고가를 발표할 때 해당 가격을 제시한 약국의 비율도 함께 표기했다. 극소수의 약국에서만 제시한 극단적인 최저가나 최고가는 ‘예외적인 경우’로 해석될 수 있도록 안내한 것이다.

아울러 ‘진료비가 다르면 진료내용도 다르다’는 설명을 뒷받침할 진료문화 개선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진료항목 세분화와 수가 산출의 객관화가 그것이다.

가령 특정 수술이라면 수술전 검사와 처치비용, 수술비용, 수술재료비, 후처치 등 포함된 항목을 세분화하고 이를 보호자에게 주지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수도권 지역에서 동물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한 임상수의사는 “동물병원 진료비가 비싸다거나 차이가 심하다는 문제제기가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지만 별다른 대응도 못하고 있다”며 “수의사 차원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병원도 약국도 동물병원도 진료비·약값 다 달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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