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사경 수의사 ˝한방수의학은 임상의 플러스 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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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수의학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에서 한방수의학에 대해 깊게 공부하고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이에 최근 한방수의학 과정을 개설하고, 미국의 한방수의학 학원 ‘chi institute’의 강사로 활동 중인 신사경 수의사님을 만나 한방수의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Q. 어떻게 수의사가 되었나?

어릴 때부터 꾸준히 개를 키워왔다. 그런데 그 때 나는 ‘개는 밖에서만 길러야 한다’고 생각했고, 실제 당시 집에서 기르던 개들은 모두 집 밖에서 키웠다. 어머님도 집 근처에 오는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챙겨주고는 하셨다. 그런데 우연한 기회에 치와와 한 마리를 입양해 키우게 됐다. 집 안에서 처음으로 키운 강아지였다. 그렇게 강아지를 집 안에서 키우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고, 결국 충남대 91학번으로 수의과대학에 입학하게 됐다. 마당에서 어머니가 길고양이도 밥 주고 챙겨주시고 했다. 당시에는 집안에서 강아지 키우는 게 별로 없을 때였는데, 강아지를 키우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Q. 한방수의학에 관심 갖게 된 계기가 특별히 있나?

수의대 졸업하고 바로 일본 오비히로 대학으로 유학을 갔다. 한국은 4년제고 일본은 6년제였을 때라, 연구원 형태로 가서 일본의 수의대 5~6학년 학생들과 함께 생활했다.

‘고양이 스트루바이트 결석에 사포닌이 미치는 영향’ 연구도 했고, 말 연구도 하는 등 열심히 생활했고, 졸업논문을 쓰고 기후 대학교 박사과정에 입학했다. 그런데 박사과정을 마치기 전에 결혼을 계기로 한국에 돌아오게됐다. 결혼 후에는 평범한 엄마/주부로 생활하다가 30살이 넘은 2002년 다시 임상을 시작하고자 서울대 동물병원 인턴생활을 시작했다. 그 때 똑똑한 후배들을 보면서 ‘차별화 할 수 있는 걸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이후 2007년 충남대학교 수의과대학 석사 과정에 입학했다. 석사 대학원생으로 공부하고 있을 때 우연히 전통수의학회에서 김민수 교수님(전북대 수의대)의 한방수의학 강의를 듣고 호기심을 갖게 됐다. 그래서 김민수 교수님께서 한방수의학을 공부했다는 chi institute를 알게됐다. 그곳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chi institute가 있는 미국으로 가기 1년 반 전부터 준비를 시작했다. 그리고 석사를 마친 2010년 미국으로 건너가 chi institute에서 한방수의학 과정을 밟았다.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chi institute의 설립자인 xie 교수님(플로리다대학교)과 함께 ‘노령견의 삶의 질과 관련된 한방치료’ 연구를 할 수 있는 연구원으로 활동할 수 있게 됐다. 그렇게 chi institute에서 1년간 visiting practitioner로 활동하며 한방수의학을 공부했다. 현재는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에서 박사과정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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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 institute veterinary acupuncture 2015 가을 과정 졸업식 사진

Q. chi institute는 어떤 곳인가?

플로리다 대학교의 수의한방학과 교수인 xie교수님께서 1998년 설립한 한방수의학 학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현재까지 55개국 5000명이 넘는 수의사들이 이 학원에서 한방수의학을 수료 받았다. 침 5코스, 한약 5코스, 음식치료, 추나마사지 코스도 있다. 침 코스의 경우 1년에 2번 코스가 개설되는데 150명의 수강생이 강좌 개설 3개월 전에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테크니션 코스가 별도로 1개 있을 뿐 나머지는 수의사만 참가할 수 있다.

나도 chi institute instructor로 활동 중이다. 

DVM 외 CVA라는 타이틀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CVA(Certified Veterinary Acupuncture) 수의사들이 chi institute를 통해 인증을 받은 분들이고, 이들은 공통된 프로토콜로 한방수의학을 이용해 치료하기 때문에 세계 어디에서도 CVA에게 동일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또 매년 국제 수의한방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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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 institute instructor로 활동 중인 신사경 수의사

Q. 한방수의학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은?

동물은 말 기준으로 173자리 혈자리를 가지고 있다. 사람의 경우 5천년 이상 한의학이 발전됐고 한방수의학의 경우 말을 중심으로 1500~2000년 전부터 연구·전파되기 시작했다. 근골격계 질환의 경우 침이 큰 도움이 된다.

동물에게 적용 가능한 한약 또한 200~300가지나 되며, 내과에서도 분명 한약의 가치가 있다.

이처럼 한방수의학이 발전하고 있음에도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한방수의학을 가르치는 학교가 서울대, 전북대 외에는 없고, 한방수의학을 하는 수의사가 적어서 안타깝다.

미국 수의사들은 우리나라보다 한방수의학에 더 관심 많다. 한방수의학, 재활의학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종양 환자의 경우에도 항암제 쓰기 전 후로 침을 놓거나 큰 종양 제거 수술 전에 침을 놓는 등 굉장히 활발하게 활용한다.

수의사와 동물병원들이 점점 전문화 되어 가고 있다. 그러면서 수의사도 그렇고 보호자들 역시 기존의 정형화된 프로토콜에 ‘플러스 알파’를 원한다. 한방수의학이 바로 그 ‘플러스 알파’가 될 수 있다.

단, 한방수의학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된다기 보다 양한방이 같이 가야 한다. 그래서 우선 양방수의학에 대한 지식이 충분히 많아야 한다. 양방을 모르고 한방만 하는 것은 안 된다.

한방수의학은 점점 발전할 것이다. 나에게도 18~19살의 노령동물이 많이 찾아온다. 반려동물의 노령화가 진행되면 될수록 한방수의학 쪽에서 도와줄 수 있는 것이 많아진다. 만성적인 질병도 한방수의학으로 가능하다.

하지만, 어설프게 한방수의학을 공부하여 한약을 조제하는 일은 삼가야 한다. 미국에는 동물전용 한약회사가 5개나 있다. chi institute 같은 경우에도 한약을 만들고 있기 때문에, 한방수의학에 조예가 깊은 분이 아니라면 제품화된 한약을 이용하는 게 좋을 것 같다.

Q. 한방수의학에 관심이 많아도 배울 곳이 적은 게 사실이다. 5월에 광저우에서 좋은 과정이 열린다고 하는데 소개해 달라.

5단계 코스 중 1, 2단계에 대한 과정이 5월 광저우에서 진행된다. 3월 1일부터 5월 19일까지 온라인을 통해 과정을 듣고 5월 20~23일까지 광저우에서 직접 실습과 함께 과정을 밟게 된다. 4년 전부터 chi institute 중국 지사가 생기면서 만들어진 코스이며 이번이 4번째다. 올해가 4번째 인데, 참가자 수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지난 3회 과정에서는 18개국 77명의 수의사가 참여했는데, 올해는 100명 이상 참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3회 코스에는 우리나라 수의사도 12명 참가했다.

실습이 함께 진행되고 강사분들이 워낙 친절하게 가르쳐주기 때문에 과정을 밟은 후 바로 진료에 적용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신청 중이고 수의대 학생들도 신청할 수 있다. 학생들의 경우 장학금 신청도 가능하다.

전통수의학회 회장을 역임했던 강무숙 원장님(동물제중원 금손이)도 광저우 과정을 수료한 바 있는 만큼, 전통수의학회 강사분들도 함께 해주셨으면 좋겠다.

(참고 http://www.tcvm.com/Programs/AcupuncturePrograms/AcupunctureinChina.aspx)

이 외에도 한방수의학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저변을 확대하고자 ‘임상을 위한 기본적인 침자리와 음양학설, 오행학설, 경맥 이론 교육과정’을 주제로 2016년 전통 한방수의학 기초과정을 개설했다. 2월 16일(화)부터 3월 11일(금)까지 진행된다.

(참고 http://me2.do/5Dig5bKw)

Q. 앞으로의 꿈이 있다면?

한국에서도 이런 한방수의학 과정이나 학원을 열어 한방수의학 발전에 기여했으면 좋겠다. 미국 수의사들이 한방수의학에 열광하는 이유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전통수의학회와 함께 한국 실정에 맞는 한방수의학을 연구 발전시키고 그에 맞는 교육과정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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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신사경 수의사 ˝한방수의학은 임상의 플러스 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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