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진료 동물병원 인터뷰6] 특수동물 전문 `아크리스동물의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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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나라 반려동물병원은 무한 경쟁에 직면해 있습니다. 수의사·동물병원의 폭발적 증가, 신규 개원입지 포화, 보호자 기대수준 향상, 경기불황 등이 동물병원 경영을 점차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병원 경영 여건 악화는 비단 수의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의료계 역시 1990년대 중반 이후로 비슷한 문제를 겪으며 병원 경영의 차별화 전략을 고민하게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진료과목의 전문화’가 급속도로 이뤄졌습니다.

이미 내과, 안과, 피부과, 정형외과, 신경과 등 전문의 제도가 도입되어있는 인의 쪽에서도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의료서비스를 점차 더 전문화하고 있습니다. 성형외과의 경우 지방흡입전문, 모발이식전문, 얼굴뼈 전문에 이어 다크서클 전문 성형외과까지 등장 할 정도입니다.

특정 전문 진료 과목에 초점을 맞춘 전문병원이 모든 진료과목을 다루는 종합병원보다 경영 효율성 개선에 훨씬 유리하다는 연구 결과도 많이 나와있습니다.

임상 수의계를 돌아보면, 아직 전문의 제도는 없지만 임상대학원에서 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하는 수의사들이 많아졌기 때문에 사실상 특정 진료 분야 전문 수의사(전공의)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수의계도 이제 모든 진료과목을 다루는 동물병원보다, 자신이 잘 할 수 있고 자신있는 분야에 집중하여 그 진료 과목을 특화시킨 ‘전문진료 동물병원’ 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에 따라 데일리벳에서 특정 진료과목을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전문진료 동물병원’을 탐방하고, 원장님의 생각을 들어보는 ‘전문진료 동물병원 인터뷰’를 시리즈로 준비했습니다.

 

그 여섯번째 주인공은 특수동물 전문 ‘아크리스동물의료센터’ 입니다. 아크리스동물의료센터는 치과, 피부과 등 진료 과목을 특화한 병원은 아니지만, 다른 동물병원에 비해 특수동물 진료 비율이 매우 높은 병원입니다.

인터뷰를 위해 병원을 방문한 날에도 대기실에서 페럿, 새, 고슴도치, 토끼 등 다양한 특수동물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데일리벳에서 특수동물 진료 매출이 전체 매출의 60%이상을 차지하는 아크리스동물의료센터의 박천식 원장님을 만나 특수동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 특수동물 분야를 공부한 방법, 특수동물 분야의 미래, 원장님 개인의 목표·꿈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아크리스동물의료센터
아크리스동물의료센터 모습.
1층에는 애견카페가 들어서있다.

Q. 특수동물에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되었나. 

91년도에 처음으로 2층에 10평 정도 규모의 동물병원을 차렸다. 이후 93~94년도 쯤 분당에서 개원을 했다. 그런데 개인적인 사정으로 그 병원을 정리하고 다른 수의사 밑에서 일하다 95~96년도에 광명에서 다시 병원을 하게 됐다. 당시에는 24시간 병원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7~8시면 퇴근을 했는데, 퇴근 후 심심하니까 여러가지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주변에 새 농장, 햄스터 농장을 운영 하는 분들이 많았는데, 그 분들이 어떻게 관리하는지 궁금해서 농장에 가봤다. 내가 수의사니까 그 분들이 이것저것 질문하기 시작하더라. 그래서 외국 책으로 특수동물 공부를 시작했다.

그리고, 1999년이 토끼의 해였는데 그 때 토끼 번식·분양이 활발하게 시작됐다. 그 때 토끼 쪽 공부를 많이 하게 됐다. 농장 분들과 알고 지내다 보니 아픈 특수동물을 볼 기회가 많았고, 치료나 부검 등을 해볼 기회도 많았다. 그런 쪽으로 계속 관심을 갖다보니 여러 기회가 온 것이다.

경제적으로 힘들 때도 토끼관리에 관한 책을 만들어 전국 동물병원에 판매/배포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특수동물 수의사로 서서히 알려지기 시작한 것 같다.

 

Q. 특수동물에 대한 공부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외국 책, CD를 보거나, 실제로 부검 등을 해보면서 공부했다.

최근에는 동물병원 수의사들이 많이 분과되어 있기 때문에, 그런 수의사들(내과, 외과 등)과 같이 ‘이 아이는 어떻게 할까’ 함께 고민하면서 점점 발전하는 것 같다. 외국 교과서를 많이 참고하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우리가 더 앞서있는 면도 있는 것 같다. 또 관심이 있다 보니, 기회가 있을 때 마다 특수동물, 치과 파트 쪽을 많이 듣고 접하려고 노력했다.

 

Q. 병원을 가장 많이 찾는 특수동물은 무엇인가. 또 특수동물 진료비율은?

토끼가 제일 많은 것 같다. 그 외에도 고슴도치, 햄스터, 페릿, 새, 뱀, 이구아나, 거북이 등 다양한 동물이 병원을 찾는다. 현재 진료 보지 않는 동물은 물고기와 양서류 정도라고 보면 된다.

간단한 케이스들은 로컬병원에서 원장님들이 직접 많이 하는 것 같은데, 진단이나 치료가 어려우면 우리 병원으로 오는 경우가 많다. 전국에서 찾아온다.

매출의 경우는, 전체 매출의 60% 정도가 특수동물에서 나온다. 그 이상 될 때도 있다. 특수동물 진료 비율이 높다보니 주변 병원과 다툴 일도 없다.

박천식원장님1
치근농양으로 내원한 토끼를 수술하고 있는
박천식 원장.

Q. 인상깊었던 케이스를 소개한다면?

다른 수의사들이 하지 않는 걸 하다 보니 어려움이 많다.

최근에는 육지거북이가 요산 결석이 있어서 밥을 먹지 않았던 케이스가 있었다. 거북이는 일반 피부 절개를 통해 수술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구를 만들어 수술해야 했다. 그런식으로 아이디어를 짜서 치료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작은 특수동물을 위해 피딩튜브로 ET튜브를 만들어 사용하거나, 호흡마취 챔버를 만드는 등 노력하는 부분이 많다.

진료 케이스는 강아지하고 똑같다. 혈액검사, 초음파, 엑스레이, 수술 등 다한다.

진료를 볼 때 느끼는 감동 역시 같다. 반려동물과 특수동물을 구분 짓는 경우도 있지만, 보호자 입장에서는 특수동물 역시 반려동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특수동물 진료도 똑같다. 진료비도 마찬가지다. 특수동물이라도 진료비가 개, 고양이보다 저렴해야 할 이유는 없다.

 

아크리스동물의료센터인터뷰_토끼마취
수술을 위해 토끼를 마취하고 있는 모습.
병원에서 직접 만든 챔버를 이용한다.

 

Q. 특수동물병원으로만 진료하는 로컬 병원이 앞으로 생길 수 있을까.

아직까지 전국에 특수동물만 진료하는 병원은 없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언젠가는 충분히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단, 특화 진료 병원이 되려면 네임밸류가 생길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 병원의 경우는 특수동물로 잘 알려져 있고, 나도 특수동물 수의사로 많이 알려져 있기 때문에 시도한다면 가능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단, 처음부터 특수동물 진료만 본다고 한다면 인지도를 얻을 때 까지 시간이 상당히 걸릴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할 지 의문이다.

 

Q. 많은 사람들이 수의과대학의 특수동물 교육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어떻게 생각하나.

내가 수의과대학을 다닐 때도 야생동물 교수님이 있는 학교는 있었지만, 특수동물 교수님이 있는 곳은 없었다. 특수동물에 대한 수의학교육이 많이 발전해야 한다. 특수동물을 한 학기만 가르치는 건 말이 안 된다. 그걸로는 부족하다. 아직까지도 전국 수의과대학에 특수동물 전문 교수님이 없다. 고양이 수가 크게 늘고 있지만 고양이 전문 교수님도 없는 상황에서 특수동물 교수님이 과연 언제 생길 수 있을까..아마 다음 세대에 생기려나?(웃음).

어쨌든 앞으로 특수동물이 더 늘어날 테니까 수의대학생들을 위해서라도 특수동물 분야 교육은 늘어나야 할 것 같다.

 

Q. 특수동물 임상 분야의 발전 가능성은?

우리나라 통계는 아니지만 2013년까지의 미국 통계를 보면 수의사들에게 “너희 병원에서 바꾸고 싶은 것이나 더 배우고 싶은 부분이 무엇이냐?”고 질문했을 때 20% 이상이 ‘특수동물’이라고 대답했다. 우리나라 역시 특수동물 수가 늘어나고 있으며, 특수동물 진료도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박천식원장님2
새 진료를 보고 있는 박천식 원장.
해당 환자는 간 문제로 인해 정기적으로
혈액검사 등 검진를 받고 약 처방을 받는다.

Q. 특수동물에 관심 있는 수의사 및 학생들은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수의과대학에 가서 강의도 여러 번 했고, 학생들이 돈을 모아서 강의해달라고 초청하는 경우도 있었다. 확실히 특수동물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 같다.

그런데 강의/세미나를 통해  그 짧은 시간 안에 모든 걸 다 알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특수동물에 관심이 있다면 본인이 직접 경험해보기 위해 특수동물 진료하는 병원 원장님을 찾아가서 실습을 해보는 등 노력해야 할 것 같다. 수업만 잘 듣고 세미나만 듣는 게 다가 아니다. 경험이 제일 중요하다.

관심있는 분야의 실제 모습이 평소에 꿈꾸고 상상하는 모습과 많이 다를 수 있다. 그래서 직접 체험해보는 게 중요하다. 원하는 걸 찾아서 해보고, 그 분야가 자신에게 맞는지 생각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한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수 년의 경험이 필요하다.

줄기세포치료센터_아크리스동물의료센터

Q. (특수동물 분야 이야기는 아니지만) 병원 내에 줄기세포 센터를 만들었다.

줄기세포 치료와 관련하여 여러 가지를 하고 있는데, 아직은 많이 알리지 않고 있다. 세포를 배양·보관하는 장비가 아직 준비가 안됐는데, 그것까지 준비되면 본격적으로 줄기세포 센터를 홍보하고, 원장님들이 쉽게 줄기세포를 적용하고 활용 할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릴 것이다.

 

Q.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특수동물연구회나 줄기세포수의협회 등을 만들어 관심 있는 수의사들과 함께 하는 걸 꿈꾸고 있다. 그 분야에 관심 있는 사람들과 함께 노력하면 그 분야가 더 발전할 수 있다. 일본은 180개 동물병원이 줄기세포 치료를 하고 있다. 효과도 좋은 편이다. 우리나라 동물병원도 줄기세포 치료를 해야 한다.

그리고, 수의사들이 필요로 하는 테크니션 교육이나 수의계 전문 직업학교를 만들어서 수의계에 기여하는 일을 하고 싶다. 나는 수의사고, 내가 좋아하고 할 줄 아는 게 수의학 밖에 없기 때문이다. 적은 나이도 아닌데 이렇게 계속 도전하고 노력하는 이유는 나이 들어서도 수의학을 계속 하고 싶기 때문이다.

젊은 후배 수의사들이 잘 할 수 있는 환경·조건을 만들어 주는 것도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박천식 원장님 프로필

– 건국대학교 수의과대학 수의학과 졸업

– 건국대학교 수의과대학 수의외과학 석사

– 전북대학교 수의과대학 수의전염병학 박사

– 한국 수의치과 협회 부회장

– 건국대학교 수의과대학 겸임교수

– 현 아크리스 동물의료센터 대표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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