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미국 수의사들의 정치참여를 엿보다 上/이규영 수의사

등록 : 2015.06.03 07:08:51   수정 : 2015.06.03 11:01:56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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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수의사 정치참여 프로그램을 통해 美국회의사당을 방문한 이규영 수의사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다. 아주 오랜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사람들은 정치에 많은 관심을 보여 왔다.

하지만 최근 인기를 끈 ‘하우스 오브 카드’ 같은 정치드라마나 주요 신문 정치면에서 관심을 끄는 소식들은 정치활동의 실제 내용 보다는 그 이면의 암투나 비리와 같은 부정적 면모에 집중하고 있다.

반면 우리의 생활을 개선하기 위해 관심을 가져야 할 ‘진짜 정치활동’은 학창시절 지루했던 사회수업만큼이나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다.

한국의 많은 수의사들 역시 올바른 동물정책 수립에 이바지 해야 한다는 책임을 인식하면서도, 법과 정치가 과학과 가지는 거리감이나 정치 자체의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피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누군가는 하고 있겠지’라는 속 편한 생각도 이 같은 현상에 한 몫 할 것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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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8월부터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데이비스 수의과대학에서 예방수의학 석사과정(Master of Preventive veterinary medicine, University of California, Davis.)에 진학하게 됐다. 미국에서 공부하면서 정부의 동물정책에 참여하는 수의사 활동의 중요성을 접할 수 있었다.

미국의 수의사들은 동물들을 진료하고 질병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어려움들을 지속적인 정치 참여를 통해 극복하고자 노력해왔다.

하지만 미국의 정치참여과정은 상당히 복잡하다. 이에 부담을 느낀 수의사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미국 워싱턴주립대 수의과대학 빌 시스코(Bill Sischo) 교수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치참여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해 주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매년 미국 내 수의과대학 대학원생들이 동물건강이나 식량안보에 관한 정치활동을 현장에서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한다. (http://www.vetmed.wsu.edu/innovative-education/animal-food-policy)

이 프로그램은 총 3개의 과정으로 구성되어 있다.

미국 내 주(State) 단위의 정책활동을 경험하는 지역정책프로그램(Local policy program), 미국 연방정부 단위의 활동을 경험하는 국가정책프로그램(National policy program), 국제기구의 정책활동을 경험할 수 있는 국제정책프로그램(Global policy program)으로 나뉘어 있다.

필자는 2015년 3월 국가정책프로그램(National policy program)에 UC Davis 수의과대학의 대학원생 대표 참가자로 선발됐다. 이를 통해 워싱턴 DC에서 미국의 동물건강과 식량안보에 관한 수의사들의 정치활동을 직접 경험할 수 있었다.

5일 동안 진행된 프로그램에서 나눴던 이야기, 경험 그리고 나의 생각을 데일리벳을 통해 전달해보고자 한다. 미국 수의사들의 정치참여과정을 경험한 이 기록을 통해 한국의 수의사들도 대한민국의 정치참여에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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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국가정책프로그램 참가자들과 함께.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프로그램을 주도한 빌 시스코 교수.

수의사들의 정치참여에 대해 배우다

2015년 3월 국가동물정책프로그램은 워싱턴DC에서 5일 동안 진행됐다. 프로그램은 오바마 대통령의 관심사이기도 한 기후변화와 식량안보를 주제로 다뤘다.

그 첫 단계로 단체로는 미국수의사회(American Veterinary Medical Association, AVMA)와 미국수의학대학협회(Association of American Veterinary Medical Colleges, AAVMC)를 방문했다.

국가 동물정책과 관련한 활동을 펼치는 이들 단체를 방문해 그들의 활동과 정치적 의견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미국수의사회와 미국수의과대학협회는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동물 관련 정책과 연관된 여러 법안을 상정하는데 성공했다. 최근에는 미국 수의과대학 학비 상승에 따른 학생들의 부담을 완화하는 정책, 미국 수의과대학 교육과정의 국제적 다양성 증진 정책 등을 마련하기 위해 힘쓰고 있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두 수의사 단체는 국가에 정책을 건의하기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축적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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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참가자들을 환대해 준 미국수의사회

그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노하우는 ‘정책 건의의 내용을 보통사람의 지식수준에 맞춰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들 단체는 “전문가로서 수의사의 정책건의를 전달하는 것은 과학적 증거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에 대한 공감의 과정’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단체로서 높은 신뢰도를 선보이기 위해 정책을 건의한다면 자칫 난해한 과학적 내용으로 인해 비수의사인 정책 입안자들과 여론의 이해를 얻기 어렵다는 것이다.

오히려 모두가 공감할만한 개인적 경험에, 전문가로서의 과학적 해석을 담아 정책건의의 근거로 활용했을 때 보다 좋은 결과를 보였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그들의 노하우는 나에게 매우 인상적이었다. 한 사회에서의 전문가로서 가져야 할 또 다른 역할을 이해하는 중요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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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프랑켄 상원의원의 사무실을 방문했다.

이어 정책입안과정에 직접 참여하고 있는 수의사들을 만났다. 캐리 라 주네스 수의사(Dr. Carrie La Jeuness)와 체이스 크로포드 수의사(Dr. Chase Crawford)였다.

주네스 수의사는 네브라스카주 하원의원 제프 포튼베리(Jeff Fortenberry)가 운영하는 미국과학기술 진보협회(American Association for the Advancement of Science, AAAS) 자문을 담당하고 있다. 크로포드 수의사는 미네소타주 상원의원 알 프랑켄(Al Franken)의 농업과학법안 자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과학 분야의 중소규모단체에 대한 지원을 늘리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주네스 수의사는 성공의 노하우로 ‘피드백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주네스 수의사는 “경험이 부족한 보통 단체들은 의원 사무실에서 의견을 발표한 후 피드백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다”며 “반면 의견 반영에 성공하는 단체들은 의견 발표를 마친 후, 그들이 발표한 내용과 발표 후 회의했던 내용을 정리하여 당일 저녁까지 이메일로 전달한다”고 설명했다.

국회의원 사무실은 하루에도 수십 차례 다양한 발표를 듣기 때문에, 그들의 의견을 다시 상기시키고 해당 의견을 사무실 내부에서 전달하는데 필요한 업무부담을 줄여줘야 효과적인 의견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크로포드 수의사는 상원의원 사무실에서 일하면서 알게 된 노하우로 “전달하는 내용은 간단하면서 구체적이고 신뢰도가 높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어떠한 정책에 대한 의견을 발표할 때는 (1)무엇이 문제인지, (2)왜 문제인지, (3)어떻게 도와줘야 하는지 만을 담아 한 장에 간략히 작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마지막 ‘지원’에 관한 부분은 최대한 구체적으로 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안의 중요성에 대해 충분히 인식시키고도 지원에 대한 서술이 구체적이지 않으면 도움을 주는데 어려움이 많다는 것이다.

이처럼 신뢰도 있는 내용에 구체적 지원사항을 담아 최대한 간단히 전달해야, 그 의견을 이해하고 따라서 행동하기에 용이하다고 덧붙였다.

 

미국 상∙하원에 직접 정책을 건의하는 下편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