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농장동물 의료체계의 발전 방향 ‘10년 마스터플랜 세워야’

한국동물보건의료정책포럼, 동물보건의료 발전방향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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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동물보건의료정책연구원(원장 김재홍)이 27일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올해 제1차 한국동물보건의료정책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은 동물보건의료체계 개선방안을 주제로 열렸다. 연구원이 농림축산식품부 연구용역을 받은 대한수의사회 의뢰로 실시한 ‘동물보건의료산업 발전방안’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동물보건의료 체계 논의에 반려동물 임상수의사 참여 아쉬워”

반려동물의료 발전방향은 황금동물병원 오원석 박사가 발제했다. 오원석 박사는 2018년에도 반려동물 의료서비스 발전방안 연구를 수행한 바 있다.

오원석 박사는 “반려동물 산업의 중심에 보건의료가 있다”고 강조했다. 반려동물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살아가는 과정을 모두 아우르는데 보건의료가 핵심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단기적으로는 진료비 관련 소비자 인식수의사처방제 개선을, 중장기적으로는 반려동물 의료 서비스 품질 보장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오원석 박사는 “소비자단체의 수의료분쟁 관련 자문을 하면서 엄청나게 많은 갈등 사례를 접하고 있다”면서 부가세 면세, 서비스 소통 역량 개선, 보험 확대 등을 과제로 들었다.

의료서비스 품질 보장을 위해서는 진료인력 양성 체계의 개선을 주문했다. 국가시험 실기평가 도입 등으로 신임수의사 진료역량 개선을 유도하는 한편, 전문수의사(수의전문의) 제도 도입·대학동물병원 정부 지원 등으로 심화 진료 기반을 확충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반려동물보건의료 기술개발, 수급관리 등을 담당할 별도 기관(가칭 동물보건의료연구원)과 근거 법령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반려동물 임상수의사들의 관심도 촉구했다. 오원석 박사는 “반려동물 연관산업의 동향이나 발전방향에 대해 일선 동물병원은 잘 알지 못한다”며 “일선 임상수의사들의 관심이 높아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진료체계를 논의하는 이날 포럼에 주요 대형동물병원은 물론 반려동물 임상과목을 담당하는 수의대 교수진도 참여하지 않았다는데 아쉬워했다. 오히려 농장동물 분야에서는 소임상수의사회와 가금수의사회, 돼지수의사회 관계자들이 참여했다.

김재홍 정책연구원장

관납백신, 농장동물 진료체계 무너뜨린다..단계적 폐지해야

농장동물 의료체계 발전방향은 김재홍 원장이 직접 발표했다. 소·돼지·가금 분야 연구에는 김두, 김단일, 김원일 교수와 김재홍 원장이 축종별로 참여했다.

관납백신 문제는 이날도 도마에 올랐다. 농장동물 진료체계를 무너뜨리는 핵심요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김재홍 원장은 “(관납백신은) 일괄적 무상공급이다 보니 농장동물 수의사가 농장을 진료할 기회가 원천 차단된다”며 “필요한 경우 방역이 취약한 소규모 농가에만 지원하는 것으로 전환하고, 점진적으로 폐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관납백신에는 구제역 백신을 제외해도 연간 500억원 이상이 투입된다. 관납백신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대신, 그 예산을 지역별 거점 농장동물병원이나 농장전담수의사 제도 도입해 활용해 실질적인 진료를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폐지 전에라도 바우처나 쿠폰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도 덧붙였다. 일방적으로 제품을 선정해 나누어주는 방식은 오남용될 우려가 높은 만큼 농장이 진료수의사와 의논하여 효율적으로 활용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취지다.

백영철 한국소임상수의사회 총무이사

붕괴된 농장 임상시장, 초임 수의사 채용할 수요 부족

근시안적 유인책으로는 어렵다

농장동물 수의사 양성 대책도 주문했다. 김재홍 원장은 “50대 이상의 노령 수의사가 전체 농장동물 수의사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고령화가 심각하다”면서 “농장동물 수의사 양성을 위한 제도적 지원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농장동물 수의사 근무를 조건으로 학비를 지원하거나, 농장동물 임상교육 시스템을 체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백영철 한국소임상수의사회 총무이사는 “근시안적인 유인책으로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백 이사는 충남 당진에서 수의사 여럿이 함께 근무하는 대형 대동물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백영철 이사는 “(농장동물 수의사를 외면하는 이유는) 축산업의 위기와 함께 임상기술을 배울 것이 없어서다. 저도 힘들게 배웠다”면서 “소 임상시장이 붕괴됐고 불법진료가 만연해 있다. 그래서 배울 곳이 없다”고 지적했다.

반려동물 임상현장에는 초임수의사에 대한 수요가 따로 있다. 당장 심화진료나 수술을 맡을 수 없어도, 그런 수의사들이 담당할 일들이 상존한다.

반면 농장 임상현장에는 자가진료·불법진료로 인해 ‘원장이 바쁘니 수의사를 더 뽑아야겠다’는 수요가 생기지 않는다. 농장동물 수의사가 되고 싶어도 초임수의사가 갈 곳을 찾기 어렵다.

이날 농장동물 의료체계 발전방향으로 제시된 가축질병치료보험, 농장전담수의사, 거점 농장동물병원 등에 대해서도 “축산농가의 호응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10개년 마스터플랜 세워야

이날 포럼에서는 반려동물·농장동물 임상 외에도 동물약품산업, 원헬스 측면에서의 의료체계 발전방향을 함께 조명했다. 정병곤 한국동물약품협회장이 동물약품 산업 발전 전략을, 류판동 연구원 법제·교육연구위원장이 원헬스 역량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김재홍 원장은 동물보건의료체계의 확립을 위해서는 국가 수의업무를 위한 마스터플랜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재홍 원장은 “이제껏 정부는 재난형 가축전염병에만 함몰돼 수의사에 대한 정책은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그저 임시방편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동물보건의료 육성 발전을 위한 10개년 마스터플랜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려동물·농장동물 의료체계의 발전 방향 ‘10년 마스터플랜 세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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