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수의사 출신 윤기상 변호사 `수의료 분쟁 대비하려면‥`

등록 : 2020.07.21 13:10:12   수정 : 2020.07.23 14:38:12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로스쿨 1기생으로 수의사 출신 변호사가 된 윤기상 변호사는 수의과대학 졸업 후 다니던 무역회사를 퇴사하고 쉬던 중 신문에 난 로스쿨 광고를 보고 법조인의 길에 들어섰습니다.

수의사 출신 변호사로서 의료분쟁, 수의료분쟁 소송도 자주 다루고 있는 윤기상 변호사는 직선제[제규정]특위(2018), 수의사법 개정 필요사항 대수 연구용역(2019)에 참여하는 등 수의사회 발전에도 기여하고 있습니다.

서초동에 자리한 법무법인 케이로에서 윤기상 변호사를 만나, 수의료분쟁에서 수의사가 주의해야할 사항과 제21대 국회 출범을 맞이해 우선 개정되어야 할 수의사법 조항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윤기상 변호사는 수의료분쟁과 관련해 충분한 검사와 설명, 입원환자 기록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소송으로 비화되기 전에 진료 결과를 보호자가 납득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조언도 전했습니다.

입법과제로는 비윤리적 수의사에 대한 수의사회 차원의 징계권 확립을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꼽았습니다.

법무법인 케이로 윤기상 변호사

Q. 수의사인데 변호사가 된 계기가 있나

임상은 언제든 할 수 있으니 수의사가 아닌 다른 영역을 먼저 경험해보고 싶었다. 사람 만나는 것도 워낙 좋아한다. 학창시절 총학생회 활동을 하면서 그런 생각이 커졌다.

2006년 경북대 수의대를 졸업한 직후 소고기를 수입하는 무역회사에서 일했다. 나름 그 업계에서는 큰 기업이었는데, 2년 정도 근무하다가 적성이 아닌 것 같아 퇴사했다.

퇴사해서 쉬고 있던 2008년 당시에는 신문에 로스쿨 광고가 많이 났다. 2009년 로스쿨 1기를 앞두고 학생 유치가 시급했기 때문이다.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변호사’와 ‘수의사’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발을 담갔던 무역 쪽으로도 변호사 일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로스쿨에 합격했을 때 한 언론과 인터뷰를 했을 때도 식품 무역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고 얘기했다. 로스쿨을 다니면서 생각이 바뀌긴 했지만 말이다.

Q. 대학 졸업 후 일을 하다가 다시 로스쿨 진학을 준비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반년 정도 학원을 다니긴 했는데 사실 큰 도움은 안됐다(웃음). 로스쿨을 준비하던 반년이 인생에서 가장 즐거웠던 시기였다.

한 번 해볼까 싶어 도전한 거라 1기 수험에 떨어졌으면 재수를 하진 않았을 것 같다. 교수 면접의 비중이 높았는데 다행히 면접을 잘 본 편이었다. 경북대와 아주대 로스쿨을 지원했는데 모두 합격했다. 결국 모교인 경북대 로스쿨에 진학했다.

Q. 변호사로서 전문 분야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우선 변호사는 ‘전문’이라는 용어를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다.

법조경력, 수임사건수, 교육시간 기준을 충족한 후 변호사협회로부터 전문분야 등록증서를 받아야 ‘OO전문 변호사’라는 명칭을 쓸 수 있다. 당연히 등록비도 내야 하고, 동시에 받을 수 있는 전문 분야는 2개까지로 제한된다.

사실 특정 분야의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저도 ‘의료’ 전문자격을 받을 수 있는 요건은 갖추고 있지만 일부러 하지 않고 있다.

다른 법의 변호도 잘할 수 있는데, 특정 분야의 전문이라고 하면 나머지 분야는 잘 모르는 것처럼 비춰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주로 수임하고 분야는 손해배상, 부동산, 의료 쪽이다. 의료 관련 소송도 큰 틀에서는 손해배상에 가깝다.

처음 변호사시험을 합격하고 지역 법무법인에서 연수를 받으면서 손해배상, 의료분쟁, 보험 관련 사건 위주로 경험을 쌓았다. 수의사다 보니 의학 쪽 지식이 많은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요즘은 형사 사건도 많다. 의도치 않았던 건데, 나름 결과가 좋아서 그런 것 같다(웃음).

Q. 동물병원 수의사와 관련된 송무 경험도 있나

물론이다. 의뢰인이 수의사인 경우는 진료의 결과가 좋지 않아 보호자가 이를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리고, 수의사는 해당 보호자를 명예훼손이나 업무방해로 고소하는 사례가 있다.

(변호사를 찾아올 정도면) 이미 서로 감정의 골이 깊은 상태가 많다. 병원에 찾아와서 난동을 부리거나 협박하면서 다른 손님을 내쫓는 경우도 있다.

보호자의 비방에 대해 수의사가 명예훼손 고소를 원할 경우에는 허위사실인지 여부를 가장 먼저 살핀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은 요즘 거의 처벌하지 않는 추세다. 허위사실인지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보호자가 ‘인식하는 사실’이 많이 왜곡된 것일 수 있고, 심정을 토로하는 과정에서 없는 일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Q. 수의료분쟁과 관련해 보호자가 변호를 의뢰하는 일도 많을 것 같다

보호자의 법률대리를 맡은 적도 있다. 진료수의사의 과실에 의해 환축이 사망했거나 영구적인 장애가 발생하여 그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다. 사람의 ‘의료과오소송’과 비슷하다. ‘수의료과오소송’이라고 부르고 있다.

사실 수의료분쟁으로 보호자 10명이 상담한다고 하면 실제 수임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1~2명 수준이다. 그 마저도 ‘금전은 손해봐도 괜찮으니 저 수의사에게 과실이 있다는 것만 인정받아 달라’는 분들이다.

Q. 수의료분쟁을 두고 법률 상담을 하다 보면, 승소 가능성을 가르는 기준이 있는지 궁금하다. 보호자 입장에서 ‘이길 수 있는’ 요소가 있다면, 반대로 수의사들이 주의해야 할 것 같은데

결과가 안 좋은 케이스를 두고 수의사가 패소하는 케이스의 상당수가 오진이다. 충분한 검사를 하지 않아서 그런 경우가 많다. 원장님이 부재중일 때 환자를 잘 모르는 봉직수의사가 대신 진료를 보다가 오진이 나는 경우도 있다.

두 번째로는 입원환자 관리기록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가령 환자가 동물병원 입원 중에 사망한 경우 입원 과정 중의 바이탈이나 임상 증상에 대한 기록이 충분해야 한다.

수의사에게 입증책임이 주어지기 때문에 기록이 부족하거나 불분명하면 소송에서 상당한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

사실 사람병원에 비해 동물병원의 기록관리는 아주 부실한 편이다. 하지만 법원은 의사에 빗대어 판단한다. 판사가 ‘왜 기록이 없냐’고 묻는데 ‘우리 동물병원에는 원래 없다’고 하면 그냥 지는 거다. ‘환자를 잘 살폈지만 별 특이사항이 없어서 쓰지 않았다’는 설명도 통하지 않는다. ‘특이사항 없다는 기록’을 남겨두어야 한다.

세 번째로 ‘설명의무’다. 수의사는 의사처럼 설명의무가 존재한다는 판례는 아직 없지만, 손해배상소송 과정에서는 보호자의 승낙이나 동의 없이 약물을 사용해서 결과가 안 좋은 경우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정하는 추세다.

Q. 수의료분쟁 대응을 위해 일선 원장님들께 조언해주신다면

수의료분쟁과 관련해 법률 상담하는 보호자들은 날카롭게 날이 서있다. 가족처럼 여기던 반려동물을 잃은 상실감, 수의사를 믿고 맡겼는데 결과가 안 좋으니 남 대하듯 하더라는 배신감이 크다.

이런 호소를 들으면 변호사로서는 안타깝다. 주치의와 보호자가 잘 풀어서 해결할 수 있었던 일이 소송까지 가는 것이다.

수의사는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니 환자가 생명을 잃는 일도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결과가 안 좋을 때 사과를 할 일은 아니더라도 책임 있는 주치의가 보호자를 달랠 필요는 있다.

전문성에 대한 자존감도 있고 자칫하면 없는 과실을 인정하는 꼴이 될까봐 경계하는 심리가 있는 것도 당연하지만 ‘법원에 가든 알아서 하세요’라는 식이면 곤란하다.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는 점을 환자가 납득할 수 있도록 전문적으로 설명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환자의 죽음을 납득하지 못하는 보호자에게는) 부검을 먼저 제안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다.

보호자 커뮤니티에서 병원의 평판도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커뮤니티를 보면 반복적으로 거론되는 병원들이 있다.

안 좋은 게시글이 올라올 때 그냥 방치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악평이 누적되면 숨어 있던 불만들이 수면 위로 부상하는 계기가 된다. 그런 글들 자체가 소송으로 비화되거나, 일어난 소송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Q. 지난해 대한수의사회 의뢰로 진행한 수의사법 개정사항 연구가 흥미로웠다. 임기만료로 폐기되긴 했지만 실제 개정안 발의(오영훈 의원 대표발의)로 이어지기도 했다

대한수의사회 의뢰로 한두환 변호사(수의사 출신)와 함께 파트를 나눠 연구했다. 저는 수의학교육 인증과 국가시험 응시자격 연계, 수의사 신고의무 강화, 비윤리적 수의사에 대한 제제 강화 등을 담당했다.

가령 수의사 신고의 경우, 수의사법에 신고의무는 있지만 구체적인 주기가 없다. 면허를 받은 날로부터 3년마다 취업실태를 보고토록 한 의료법과는 다른 점이다.

변호사는 수임실태를 매년 보고해야 한다. 사실 소송을 대리하게 되면 건마다 변협으로부터 경유증표를 받아야하니 수의사보다 훨씬 센 관리를 받는 셈이다.

수의사 수급관리, 동물진료권한의 효율적인 활용을 위해서는 신고의무가 보다 구체화될 필요가 있다.

Q. 한두환 변호사님이 담당한 부분까지 합하면 논의된 개정사항이 여럿이다. 그 중에 이번 제21대 국회에서 우선적으로 개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가

비윤리적 수의사에 대한 제제 강화다.

우선 현행 수의사법이 ‘품위 손상’을 면허정지 사유로 두고 있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품위 손상이라는 것은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해당된다. 의료법에서는 여기에 학문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진료행위, 거짓·과대광고, 과잉진료, 환자유인행위, 약국과의 담합행위 등을 포함시켜 처벌하고 있다.

수의사도 ‘품위를 심하게 손상시키는 행위를 할 때’ 자격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수의사법을 개정해야 한다.

이와 함께 수의사회에 일차적인 징계권한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현재는 농식품부장관에게 징계권한이 있지만 실질적인 징계절차나 심의시스템이 미비한 것이 문제다.

의사나 변호사와 마찬가지로 수의사도 수의사회 차원의 징계위원회에서 먼저 문제를 심의하고 징계여부를 선제적으로 판단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수의사회가 판단해 징계가 필요하다면 장관에게 징계를 요구할 수 있도록 ‘징계요구권’을 수의사법에 명기하자는 것이다.

수의사 사회에서 자체적으로 나온 징계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했을 때 비로소 정부의 판단을 구하는게 더 적합한 절차라고 볼 수 있다.

이번 대수 집행부의 법제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데, 법제위에서도 징계요구권 신설을 최대 현안으로 보고 있다. 이번 국회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중점적으로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