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우리나라에서 시작됐다면 막을 수 있었을까˝

'감염병X' 위협 대비에 사람·동물 병원체 감시체계, 연구기능, 백신플랫폼 등 전천후 투자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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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를 미리 알 수 없는 감염병 ‘X’가 인류를 위협한다. 2020년의 X로 드러난 코로나19는 전세계를 휩쓸고 있다. 하지만 다음 X도 수 년 내에 찾아온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경고다.

메르스의 교훈을 바탕으로 코로나19에 대응했던 선례를 발판으로 삼아, 코로나19 경험으로 X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 방역대책본부는 17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미래 감염병X를 대하는 원헬스 전략 토론회’를 개최했다.

감염병X 위협 늘어난다..감시체계·역학연구 투자 늘려야

세계보건기구(WHO)는 2018년 인류를 위협하는 질병 목록에 ‘감염병X’를 추가했다. 대유행을 일으킬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치명적 질병이지만, 정체를 미리 알 수 없고 치료제나 백신도 미리 준비할 수 없는 질병이다.

송대섭 고려대 교수는 “박쥐의 코로나바이러스가 돼지에게 전파돼 치명적인 증상을 일으킨 사례가 이미 2018년에 보고됐다”며 “그럼에도 코로나19 사태를 막지 못한 것은 감염병X의 대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지목했다.

최근 유행한 감염병의 80%가 인수공통감염병인데다 사람과 동물의 접점이 늘어나며 감염병X가 출현할 위험도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기후 변화도 위험요인 중 하나다. 평균 기온이 점차 높아지며 국내에도 진드기가 매개하는 쯔쯔가무시증이나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SFTS)의 발생이 늘어나고 있다.

새로운 질병 출현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한 감시·진단체계, 역학, 백신·치료제 개발 플랫폼에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송대섭 고려대 교수(왼쪽), 이재갑 한림대 교수(오른쪽)


이재갑 한림대 교수는 “만약 코로나19가 우리나라에서 시작됐다면 확인과 대응에 얼마나 걸렸을까”라고 질문하며 “중국만큼은 아니었겠지만, 과연 수백명 단위의 발생 수준에서 차단해 전세계 확산을 막아낼 수 있었을까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외병원체의 국내유입 차단과 국내 원인불명 감염병 발생 감시를 위한 정보공유 네트워크와 연구기능, 방역비축물자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병·의원의 감염병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중증급성호흡기감염병 감시체계, 임상의사감시네트워크, FAT(Fever After Travel) 감시체계 등을 보완해야 한다는 점도 지목했다.

이재갑 교수는 “현재의 감시체계는 질본의 인력부족으로 대부분 위탁연구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질병관리청 안에 연구기능이 남게 되면, 이들을 직접 운영하며 실시간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사람 환자는 물론 동물에서도 병원체 감시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생명공학연구원 정대균 박사는 “코로나19가 중국에서 시작됐지만 우리나라도 (감염병X의 출현 가능성에서) 결코 안전하지 않다. 생공연도 국내 박쥐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며 “바이러스 등 항원을 미리 확보하는 것이 감염병X에 대응하는 자원이 된다”고 강조했다.

감염병을 분석·예측하는 연구역량 강화도 과제로 지목됐다.

국내 역학 연구자가 부족하다 보니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성과에 대한 분석도 해외 연구자가 먼저 발표하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이재갑 교수는 “개인보호구, 중환자실 병상, 인공호흡기, 체외순환장치 등 방역물자의 체계적인 비축을 위해서도 감염병 분석과 예측, 수학적 모델링 등 연구기능의 확대가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은
“코로나19 백신은 첫 개발이 아니어도 전략적, 경제적 가치가 충분하다”며 지원 의지를 재확인했다.


신종감염병 대응 속도는 경험과 투자에서 나온다..백신 플랫폼 만들어야

감염병X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진단, 백신 등 발생 후 신속대응을 위한 기반도 요구된다.

코로나19 백신은 전세계적인 화두다. 전세계적으로 11개 백신이 이미 임상시험에 돌입했고, 국내에서도 제넥신의 DNA백신이 곧 임상1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송만기 국제백신연구소 사무차장은 “이제껏 인류가 경험해보지 못했던 스피드로 백신개발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해외의 백신개발이 빠른 요인 중 하나로 투자와 경험을 꼽았다.

기존에 다른 감염병의 백신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이미 안전성이 입증된 플랫폼을 확보했다 보니, 코로나19 백신 개발 속도를 높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분석은 감염병X 대비에 시사점을 남긴다. 다양한 백신 플랫폼이 미리 확보되어 있어야 신종 감염병이 출현했을 때 신속히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처럼 의약품을 포함한 방역자원이 전세계적으로 부족해지는 대유행 상황에서는 ‘자급이 가능해야 한다’는 전략적 필요성도 지목된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이낙연 의원은 “국내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세계에서 첫 번째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지원할 것”이라며 “첫 개발이 아니더라도 (백신의) 전략적, 경제적 가치는 충분하다. 제약업계가 믿음을 갖고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정부가 제출한 3차 추경 예산안에는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 개발 지원을 위한 예산 1,404억원이 포함됐다.

박용호 서울대 교수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BSL3, ABSL3 시설 등 하드웨어적이 투자와 함께 질병관리청 내부에도 의학·수의학·역학·유전체학 등 다학제의 협력 기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인택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은 “(신종감염병은) 한 기관이나 한 부처만으로 대응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코로나19도 총리 주재의 중대본을 통해 다부처가 협력해야 했다”며 “정부 안의 거버넌스도 개편하는 한편, 감염병 대책을 위한 R&D 관리를 위해 전부처를 총괄할 수 있는 총리급 조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우리나라에서 시작됐다면 막을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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