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생산업, 규제 대상인가 지원 대상인가’ 반려동물 연관산업 육성법 쟁점
“반려동물 늘어야 연관산업도 성장” vs “동물복지 인식이 더 중요”
정부가 반려동물 연관산업 육성 지원을 위한 법령 정비를 준비하는 가운데 동물생산업·판매업을 두고 업계와 동물보호단체 사이에 시각차가 두드러지고 있다.
업계는 반려동물 연관산업 성장에 개체수 증가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영세한 동물생산업·판매업소를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하며, 반려동물 연관산업 육성법에도 이들에 대한 지원 근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반면 동물보호단체는 반려동물을 직접적으로 이용하는 생산·판매업의 경우 현재처럼 동물보호법으로 규율하여 관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려동물 연관산업 성장도 생산·판매 확대보다는 동물복지 인식 성장이 더 큰 역할을 했다고 주장한다.
‘반려동물 복지 증진 및 산업 안정 법제화 토론회’가 7월 28일(월)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하고 한국반려동물산업연합회가 주관한 이날 토론회에서도 이 같은 시각차가 대비됐다.

업계 ‘동물생산업이 연관산업 성장 기반..지원 필요’
동물보호단체 ‘반려동물을 직접 이용하는 영업은 동물보호법으로 규율해야’
동물생산업 단체인 반려동물브리더산업협회 유선환 회장은 “동물복지를 위협할 수 있는 대규모 생산에 반대한다”면서도 “농촌에서 부부가 (동물생산업을) 운영한다면 기본적인 소득이라도 얻을 수 있는 환경은 보장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부(2인)가 반려동물을 생산할 때 기대할 수 있는 연수익이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1,200만원에 그친다고 주장했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동물생산업의 인력기준을 1인당 50마리로 규정하고 있다. 부부가 최대한 모견을 관리해도 100마리다. 유 회장은 모견 100두 규모 생산업소의 연매출을 7,200만원으로 추산했다. 월 평균 출하두수 30두, 평균 경매단가 20만원을 적용한 수치다. 반면 사료, 전기, 수도 등 생산비는 연 6천만원이 소요된다고 산출했다.
유 회장은 “기본적인 생계를 걱정할 수밖에 없다”면서 사육밀도나 최대 산차수 등 규제를 논의할 때도 지속가능한 환경을 보장하는 형태가 되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영남 지역에서 25년간 동물생산업에 종사했다고 밝힌 정 모 씨는 “지난주 금요일의 강아지 경매가가 1만원에 불과했다”며 “생산업소도 손해고, 수수료를 받는 경매장도 그만큼 어려울 것”이라고 토로했다.
펫푸드 기업인 에코바이의 이길용 연구소장은 “반려동물 연관산업의 기반은 동물생산업에 있다”면서 “반려동물이 없으면 연관산업의 존재 가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반려동물이 많아져야 연관산업 경기도 활성화된다. 동물생산업이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육성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업계는 반려동물 연관산업 육성법에 동물생산업을 포함한 관련 업종을 포함시켜 지원의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한 동물보호단체의 시각은 다르다.
동물자유연대 채일택 전략사업국장은 “반려동물을 중심으로 따져봐야 한다”면서 반려동물 관련 산업을 크게 3개 유형으로 분류했다.
①반려동물을 직접 이용하는 생산·판매·수입·전시업 ②반려동물에게 직접 서비스하는 미용·위탁관리·운송업 ③간접적으로 재화·용역을 제공하는 식품·용품·장묘업으로 나누어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반려동물 연관산업으로의 지원은 유형3에 집중하고, 현재도 대부분 허가제를 적용하고 있는 유형1은 그대로 동물보호법의 관리 하에 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채 국장은 “(반려동물 연관산업 육성을 위한) 법의 수혜대상은 반려동물이다. 반려동물 복지 향상에 이바지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법률의 범위는 연관산업에 국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물생산업이 반려동물 관련 산업의 성장을 이끈다는데도 다른 시각을 보였다. 채 국장은 “동물생산업·판매업의 확대보다는 동물복지에 대한 인식이 (관련 산업 성장에) 더 중요하다”면서 “반려동물에 대한 의료업이 크게 성장한 것도 그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반려동물 연관산업 육성법 만들어질텐데..
동물복지와 산업적 가치 조화, 동물생산업 문제가 시금석 되나
이 같은 시각차는 이개호 의원이 대표발의했던 ‘반려동물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에서도 드러났다.
당초 이개호 의원안은 동물생산업 등 현재 동물보호법에서 규율하고 있는 반려동물 대상 업종의 관리를 육성법으로 가져왔다. 경매장에 해당하는 전문중개업 분류도 신설했다.
하지만 동물자유연대 등 동물보호단체들은 이개호 의원안을 ‘강아지 공장 육성법’이라며 비판했고, 결국 해당 법안은 철회됐다.
한국애견연맹 반려동물산업위원회 심용주 위원은 “이개호 의원안은 동물생산업을 포함했기 때문에 좌초됐다”며 “동물생산업이 (반려동물 연관산업 육성의) 지원대상이냐 아니냐가 핵심”이라고 지목했다.
심 위원은 “반려동물을 생산하지 못하게 하면서 반려동물 연관산업이 어떻게 발전할 수 있느냐”면서 “반려동물 생산기반을 개선하기 위해 계도하면서 지원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정부는 반려동물 연관산업 육성법 제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농식품부 반려산업동물의료팀 홍기옥 과장은 “육성법 제정을 통해 반려동물 연관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정책적·재정적 지원 근거를 체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 남아있는 제정안은 문대림 의원안이 유일하다. 문 의원안은 동물생산업 등 동물보호법 상 관련 업종을 포함하지 않고 있다.
이날 토론회의 좌장을 맡은 정승헌 한국생명환경자원연구원장은 “반려동물에 대한 국민의식이 변화함에 따라 동물보호법 하나가 아닌 다양한 법으로 진화해야 한다”면서 “이재명 정부가 내세운 실용적 시장주의에 따라, 동물복지와 산업적 가치가 조화를 이루는 문제는 사람과 동물이 함께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데 굉장히 중요한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