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학 A to Z⑥] Funeral:21그램 김윤태 반려동물 장례지도사

`반려동물을 보내는 따뜻한 배웅` 김윤태 장례지도사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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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학의 다양한 분야 및 이슈에 대한 수의대생들의 궁금증을 풀기 위해 데일리벳 학생기자단 8기가 “수의학 A to Z” 프로젝트를 준비했습니다. 수의학이라는 큰 틀 안에서 미리 학생들로부터 공모받은 알파벳에 따른 키워드를 정해 취재를 진행했습니다.

A부터 Z 키워드 기사가 계속 업로드 될 예정입니다.

여섯 번째 키워드 알파벳 F는 반려동물 장례(Funeral)입니다.

가족이자 친구, 동반자인 반려동물. 반려동물의 생은 우리보다 짧기에 우리는 언젠가 반려동물과의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해야 합니다.

그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며 반려동물을 편히 보내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안내자분들이 있는데요, 바로 반려동물 장례지도사입니다. 반려동물의 마지막 가는 길이 외롭지 않도록 따뜻한 배웅으로 보내주는 직업이죠.

김윤태 반려동물 장례지도사는 유기동물보호소에서 일하며 접했던 많은 죽음을 바탕으로 그 배웅을 함께하고 보호자들의 슬픔을 나누고 있습니다. 만났던 모든 가족이 소중히 기억에 남는다는 김윤태 반려동물 장례지도사(사진)를 만났습니다.

Q. 안녕하세요. 먼저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21그램 반려동물장례식장의 김윤태 반려동물 장례지도사입니다.

Q. 반려동물 장례에 대해 생소한 분들이 많이 있어요. 반려동물 장례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아시는 것처럼 반려동물이 애완의 대상에서 반려의 대상으로 대중적으로 인정받은 역사가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지금이 인식의 성장에 따라 문화도 함께 성숙해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려동물의 마지막 또한 같은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려동물의 사체를 처리하기 위한 화장장의 개념에서 시작됐지만,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과 문화가 성숙해지면서 충분한 예식을 진행해 주고 싶어 하는 보호자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그러한 보호자 분들이 아이들과 안심하고 마지막 인사를 나눌 수 있도록 공간과 시간을 제공하는 것이 반려동물 장례식장이고, 그곳에서 일어나는 모든 과정이 반려동물의 장례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봉안당

Q. 반려동물장례지도사는 무슨 일을 하나요?

아이들의 모습을 다듬어주는 염습 과정부터 추모예식, 화장절차 등 장례 예식에 필요한 전체적인 부분을 담당합니다. 반려동물 장례지도사의 궁극적인 역할은 보호자가 아이의 장례를 위해 고민하는 부분을 함께 고민하고, 가장 최선의 선택을 하실 수 있게끔 도와드리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Q. 어떻게 이 길을 걸으시게 되셨나요? 처음 반려동물 장례에 대해 알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이 일을 시작하기 전 유기동물보호소에서 1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아이들을 돌봤습니다. 가족을 찾아가는 반환 절차, 새로운 가족을 맞이하는 입양 절차 등 기분 좋은 일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파양 혹은 끝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자연사나 안락사를 겪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업무를 위해 슬프고 안타까운 감정을 억지로 통제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보호소 퇴사 직전에는 미뤄두었던 대형견 아이들의 안락사를 진행했는데, 도저히 감정을 통제할 수가 없더라고요.

퇴사 후 이직을 고민하던 중 반려동물 업계에서 행복하게 일했던 경험을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보호소 봉사자분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열정에 비해 저의 열정이 항상 작게 보였어요. 혹여나 제가 동물관리사가 되었을 때 과연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까 하는 고민도 많이 했습니다. 분명히 저보다 잘 케어해 줄 수 있는 누군가가 있을 것 같았거든요.

그런 고민 중에 우연히 반려동물 장례에 관한 정보를 알게 되었습니다. 안락사와 자연사를 지켜보며 아파했던 제가, 아이들의 마지막 가는 길을 가장 잘 보내줄 수 있다는 확신이 들어 이 직업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Q. 반려동물장례지도사는 어떤 사람들에게 적합한 직업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일단 반려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기본적인 소양은 갖춰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공감 능력이 높고 사람을 편안하게 해 줄 수 있는 성격이라면 이 일을 하면서 많은 뿌듯함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동물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까지 갖추고 있다면 직업적 능률이 많이 오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장례용품

Q. 기억에 남는 동물이나 보호자가 있나요?

베리(가명) 보호자님이 기억에 많이 남네요. 작고 귀여운 요크셔테리어 아이였는데 너무나 소중히 대하시는 모습과 눈빛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봉안당에 안치한 아이를 매주 보러 오셨고, 혹여나 못 오실 때는 제가 사진을 찍어 보내 드리면 장문의 메시지로 화답해 주셨어요.

저는 장례 후 보호자님께 아이들 이름의 의미와 어떤 아이였는지 물어보는 경우가 많은데, 같은 이름이라도 아이들과 보호자님마다 다른 역사가 존재하기에, 제가 만나보았던 모든 가족이 소중히 기억에 남습니다. 우연히 길에서 잠시 마주쳐서 인사드린 적도 많아요.

Q. 펫로스증후군을 겪는 보호자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게 되실 것 같은데, 장례지도사로서 조언이나 관련 경험을 이야기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펫로스증후군은 아이를 잃은 후, 보호자의 우울감이 일정 기간까지 반복될 때 붙여지는 심리학적 진단이라고 알고 있는데요. 이곳에 오는 분들의 슬픔은 너무나 당연하기 때문에, 저희는 그저 조금의 안심과 위안을 드리고자 최선을 다해 아이에게 정성을 쏟을 뿐입니다. 분명히 좋은 장례과정으로 많은 위안을 드릴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장시간 우울감이 사라지지 않는 경우, 실제 해야 할 업무를 손에서 놓거나 수많은 흔적을 하나도 치우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아이가 있던 방문을 닫아 놓았다가 3개월 뒤 문을 열었는데, 소변을 밟고 이동한 발자국이 남아 있어 아직 지우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충분히 슬퍼해 주시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다만 슬퍼만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해결해야 할 사건입니다. 흔적을 급하게 정리하지 않아도 됩니다. 시간을 길게 두고 애도해 주시면서, 일상생활 안에서 가끔 생각해 주세요. 마지막 순간에 머무르기보다는 아이와 함께했던 좋은 기억을 많이 떠올려주세요. 아이 덕분에 행복했던 순간들이 위로가 될 거예요.

Q.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덜 미안하게떠나보낼 수 있을까요?

간혹 보호자님께서 높은 비용의 장례 혹은 부가적인 장례용품을 해야 좋은 장례 절차이고, 아이들에게 잘 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그것은 전부 개인적인 영역입니다.

장례식장에서는 오직 예식에만 집중할 수 있게 도와드리는 것이 주요한 일입니다. 꼭 관을 해야 하고, 수의를 해야 하는 장례는 없습니다. 무엇을 못 해 준다고 해서 미안해하실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대부분의 보호자는 고맙다는 말보다 미안하다는 말을 합니다. 분명 서로 고마운 순간이 많았을 텐데, 마지막이기 때문에 미안함이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죠.

반려동물의 장례를 한다는 것은 그 아이를 끝까지 책임을 지셨다는 의미이자, 아이가 행복한 삶을 살았다는 증명입니다. 끝까지 책임을 지신 보호자님들이 자책감을 느끼시지 않길 바랍니다. 대단하고 존경스러운 보호자 분들이니까요.

화장시설

Q. 사람 장례와 반려동물 장례는 무슨 차이가 있을까요?

사람 장례의 경우 대렴과 소렴으로 나뉘는 염습 과정이 있습니다. 분비물이 새어 나오지 않게 약물을 쓰기도 하고, 손발톱을 정리해 주기도 하죠. 하지만 반려동물은 최대한 손을 대지 않는 선에서 염습을 진행합니다. 보호자분들이 아이들의 털 한 올, 채취 하나까지 놓치고 싶지 않아 하시기 때문에 전 과정이 굉장히 섬세하게 진행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사람의 장례는 짧으면 3일, 길면 수일에 걸쳐 조문객을 받고 장지 설정을 하여 매장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반려동물의 장례는 짧으면 단 몇 시간 안에 모든 절차가 완료됩니다.

때문에 그 시간을 급하지 않게 차분히 보내실 수 있게 도와드려야 합니다. 유골분을 함에 봉안하여 댁으로 데려가시는 경우가 가장 일반적입니다.

Q. 요즘에는 반려동물 장례 방식이 많이 다양해졌다고 들었어요. 일부 소개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최근 들어 반려동물 장례 예식이 많이 일반화되었습니다. 특히나 최근 신설된 장례식장의 경우 단순히 화장장을 리모델링한 것이 아닌, 예식에 필요한 염습, 추모, 화장시설을 모두 갖춘 상태로 건축됩니다.

따라서 조금 더 편안한 동선과 쾌적한 환경에서 장례 진행을 도와드릴 수 있게 되었어요. 현재 제가 몸을 담고 있는 장례식장은 보호자분들의 니즈에 맞춰 화장 중에도 아이와 떨어져 있지 않아도 되게끔 참관실이 준비되어 염습부터 화장의 시작부터 끝까지 함께 하실 수 있습니다.

루세떼(추모보석)

Q. 유골처리 방법 중 루세떼(추모보석)이 흥미로웠는데, 이를 만드는 과정과 실제로 루세떼를 만든 보호자들의 후기가 궁금합니다.

루세떼는 타이키플러스라는 업체에서 개발한 세계 최초의 특허 기술로, 사람의 장례에서 진행되었던 과정입니다. 쉽게 말씀드리면 유골을 녹여 고체로 굳히는 기술이지만, 루세떼의 가장 큰 장점은 유골 손실이 없이 전량 루세떼화가 되는 것에 있습니다. 1회성 개별 몰드(틀)를 사용하여 유골이 섞이지 않고 쾌적하게 탄생하는 것 또한 장점이죠.

추모보석 혹은 추모석을 진행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이의 일부와 안전하게 오래도록 함께 있고 싶은 마음이라 생각합니다. 루세떼는 이 모든 것들을 충족시켜주는 방법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실제 많은 보호자분들이 안전하게 봉안 중이고요, 간혹 부적처럼 늘 함께하고 싶은 분들은 쥬얼리화 하여 항상 지니고 계시기도 합니다.

원하시는 분들에 한해서는 리스토어(다시 유골로 변환하는 서비스)도 가능합니다.

Q. 아이를 갑작스레 떠나보내고 어떻게 아이를 보내주어야 할지 몰라 당황하는 보호자들이 많을 텐데, 어떤 조언을 드릴 수 있을까요?

일반적으로 하루 정도 함께 머물렀던 공간에 같이 있다가 오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루 이틀로 부패가 일어나지는 않기 때문인데요. 시간이 지나면서 근육의 경직과 이완이 반복되며 아이 체내 혈 및 노폐물이 역류할 확률이 높습니다.

역류를 막기 위해 머리 부분이 높이 위치하도록 베개 혹은 수건을 베어주고, 하복부부터 엉덩이까지 깨끗한 수건으로 둘러만 주셔도 장례식장 도착 전까지 안심하고 함께 하실 수 있습니다.

간혹 혀가 나온 상태로 경직이 진행되어 이와 혀가 맞물려 상처가 나는 아이들이 있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혀를 이에 닿지 않게 해 주시고 깨끗한 거즈 혹은 물수건을 돌돌 말아 혀 위 입천장에 괴어 주세요.

아이들이 눈을 뜨고 가는 현상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다만 시각적으로 보기가 힘드시다면 안구가 다치지 않게 엄지와 검지로 눈 위, 아래의 눈꺼풀을 마사지해주시면 서서히 눈을 감을 수 있습니다. 생체접착제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장례지도사가 조심스럽게 감겨주고 있으니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 모든 과정이 힘들거나, 외상이 있거나, 집 안에 어린아이가 있거나, 보고 있는 것이 너무 마음이 힘들다면 장례식장으로 바로 오셔도 됩니다.

저도 아이를 보낸 경험이 있고, 많은 보호자들을 만나 대화를 하며 알게 된 것은, 아이의 떠남은 늘 갑작스럽기 때문에 아무리 준비해도 경황이 없을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급하게 장례 예식을 하기보다는 미리 합법적인 장례식장 중 자택과 가까운 곳 위주로 상담을 받으세요. 비용과 장례 식순, 시설 및 장례 상담자 모든 것을 고려하여 가장 나은 곳이라고 생각되시는 곳에서 장례를 진행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참관실

Q. 반려동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낮았던 예전에는 이 일을 하기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2017년 여름, 제가 이 일을 시작할 때 주변인에게 반려동물의 장례를 담당한다고 하면 생소해 하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하지만 일을 계속하면서 단순 화장이 아닌 ‘장례 예식’을 위해 노력해주신 많은 분들 덕분에 현재는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는 일이 되었고, 나아가 직업 상담 및 좋은 언론사에서도 관심을 가져주는 직종이 되었습니다.

‘요즘 시대에 정말 필요한 직업이다’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일에 대한 책임감을 더욱 느끼게 되더라고요.

Q. 시간이 지나 현재, 많이 변화했다고 느끼시나요? 어떠한 점이 변화하였나요?

저조차도 모르고 있던 반려동물 장례문화를 이제 많은 사람이 알게 되었습니다. 그만큼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도 높아졌어요.

그러나 여전히 반려가족 인구 대비 장례율은 낮은 편이고, 해마다 유기동물 보호소의 개체 수는 늘고 있습니다. 반려가족이 많아지고 있지만, 버려지거나 잃어버리는 아이도 많아진다는 의미입니다.

사회적으로 조금 더 책임감 있는 모습으로 한 생명을 대하고 존중한다면, 반려문화가 더욱 성숙하게 변화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동물복지 선진국에 비해서 우리나라의 장례문화는 어떤 수준인가요? 다른 나라에서 배우거나 도입해야 할 점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독일은 ‘티어하임’이라는 민간 보호소를 통해 반려동물의 입양부터 혹여나 발생하는 유사시 시스템까지 체계적인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반려가족이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복지의 수준이 상당하지만 아직까지도 반려동물의 권리를 위해 힘쓰고 있는 국가입니다.

각 국가의 지리적, 문화적 특성에 따라 화장 및 매장을 진행하고, 그에 따른 장례문화 및 추모문화도 달라집니다.

우리나라는 지리적 특성상 매장이 힘들어, 화장 후 아이의 유골을 일정 기간 봉안하길 원하시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고유의 문화가 정착 중인 단계이고, 굉장히 바른길로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장례문화가 많이 알려지고 이것이 환경·문화적으로 성숙한 길이라는 의식이 확장된다면 먼 훗날에는 우리의 문화가 타국에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반려동물장례지도사를 하며 아쉬운 점이나 앞으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점이 있으신가요?

직업적으로는 복지가 가장 아쉽습니다. 제가 현재 근무 중인 장례식장은 국내 최고의 직원복지로 장례서비스의 질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체감상 아직까지는 근로자의 기본적인 권리보다 개인의 노력과 헌신으로 인해 운영되고 있는 장례식장이 많은데, 이는 보호자님께 돌아갈 서비스의 질 저하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필요한 대우를 받아야 하고, 이것이 유지되어야 젊은 장례지도사의 이탈 없이 전문성이 쌓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반려동물장례지도사를 하며 뿌듯함을 느낀 일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뻔한 답변일 수 있겠지만 염습 후 아이가 편안해 보일 때, 추모실에 아이 짐이 예쁘게 정리되었을 때, 편안한 아이를 보며 보호자님이 안정되실 때, 정확한 안내로 후회 없이 장례를 하실 때, 돌아가시며 많이 마음이 편안해졌다, 위안이 됐다고 말씀해 주실 때 가장 뿌듯합니다.

신지혜 기자 jihye956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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