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벳 학생기자단 프로젝트②] 어서 와, 회사는 처음이지?


0
글자크기 설정
최대 작게
작게
보통
크게
최대 크게

졸업하면 무슨 일을 하고 싶은 지 진로를 정하셨나요? 수의대 졸업 후 다양한 직업을 가질 수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각 분야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신가요? 졸업 직후 당신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나요?

진로선택에 어려움을 겪는 수의대생들을 위해 데일리벳 5기 학생기자단이 특별한 인터뷰 기사를 준비했습니다.

졸업 후 여러분이 겪을 현장을 생생하게 전하는 <어서 와, OOO은 처음이지?>시리즈! 학생신분을 벗어나 사회에 발을 내딛은 사회초년생 수의사들이 후배들에게 들려주는 내 직장의 장단점과 그들의 희로애락을 만나보세요!

시리즈 두 번째 순서는 PRA HEALTH SCIENCES에서 사회초년생의 끝을 달리고 있는 정수화 수의사를 만났습니다.

임상시험 관련 연구자가 모이는 '연구자 미팅'에서 발표에 나선 정수화 수의사
임상시험 관련 연구자가 모이는 ‘연구자 미팅’에서 발표에 나선 정수화 수의사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2013년도에 수의대를 졸업하고 국내외 CRO(Contract Research Organization)를 거쳐 현재 PRA HEALTH SCIENCES라는CRO에서 CRA(Clinical Research Associate)로 근무 중인 사회생활 6년차 정수화 수의사입니다.

– CRA(Clinical Research Associate)은 어떤 직업인가요?

일단 제가 근무하고 있는 ‘PRA HEALTH SCIENCES’는 글로벌 임상시험 대행 기관입니다. CRA는 일단 신약개발과 매우 연관이 깊습니다. 수의사뿐만 아니라 의사, 약사 등 다양한 의료인들이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CRA는 임상 시험 모니터링을 주 업무로 합니다. 제약회사가 신약개발 중 임상실험을 할 때, 그 데이터를 살피고 분석하여 결과를 수집합니다. CRA에 의해 임상시험 과정이 절차에 맞게 진행되고 있는지, 데이터가 정확하게 수집되었는지 확인하게 됩니다.

이렇게 수집되고 축적된 데이터는 나중에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신약을 허가할 지 여부에 큰 기여를 하기 때문에 정말 중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현재 당뇨병과 림프종에 대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로 사무실과 대학병원급 사람 병원을 오가며 일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진로로 비임상인 CRA를 선택한 계기나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CRA로 처음부터 마음을 먹은 것은 전혀 아닙니다. 학부생 때 서울대 동물병원에서 실습도 해보고, 파스퇴르 연구소 실습 등 이것 저것 많은 걸 해보았는데 임상에는 개인적으로 괴리감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제가 CRA를 처음 접하게 된 건 우연히 학교 선배를 통해 CRA라는 직업을 알게 되었고, 화이자(pfizer)와 Dream CIS(국내 CRO)에서 CRA 매니저들이 하는 설명회 및 강의를 듣게 되면서 입니다.

운 좋게 당첨되어 그 분들과 저녁까지 같이 먹게 됐는데, CRA로는 당시 실습 기회가 없어 화이자 인턴십을 추천해 주셨고, 화이자 동물약품에서 두 달간 인턴쉽을 하면서 처음으로 회사 생활을 체험했습니다.

그 이후 퀸타일즈(현 IQVIA)에서 CRA 인턴십 과정이 생겨 4주간 실습을 하게 되었고, 직업이 제 적성과 맞다고 생각하게 되어 진로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도전하기 위해 학부생 시절이나 졸업 직후 특별히 준비했던 것이나 입사과정이 있었나요?

학부생 시절에는 처음부터 무엇을 하고 싶었는지 확고하지 않았기 때문에 교내 실험실에 속해서 실험도 해보고, 연구소나 회사 인턴십을 찾아서 지원했어요. 그렇다 보니 특별히 준비했던 것은 면접 및 자소서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자소서를 자주 쓰는게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 처음에는 손과 발이 없어질 것처럼 굉장히 오글거리지만, 수정하면서 점점 괜찮은 자소서가 됩니다.

지금 입사 한 후에 느낀 점이지만 자소서는 A4용지 한 장이 딱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긴 자소서를 다 읽는 면접관은 거의 없습니다. 저는 가능하면 자주 자소서를 써서 연습 했습니다.

면접 같은 경우 입사하고자 하는 회사에서 실제 진행한 면접 질문 사례를 모아서 당황하지 않고 답할 수 있도록 준비했습니다. 또 CRA에는 외국계 기업이 많다 보니 영어가 필요한데 수의과대학 학생들의 실력 정도면 큰 어려움이 없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저는 수의사 국가시험을 준비하면서 이력서, 자소서를 쓰고 면접을 봤는데요, 12월에 국내 CRO로부터 합격 통보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국가고시 후에 몇 달간 여행을 가려고 했는데, 아쉽게도 주말만 쉬고 바로 회사로 출근했던 슬픈 기억도 있네요.

네이버의 ‘신약 개발임상 연구원’이라는 카페에서 많은 정보를 얻었고, 원하는 회사 홈페이지 채용 공고란이나 파마메디잡(http://pharmamedijob.co.kr/main/index.html) 홈페이지에서도 공고를 볼 수 있습니다.

비임상 수의사를 꿈꾸는 학생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이 근무환경인데요. PRA HEALTH SCIENCE의 근무환경 혹은 일반적인 CRA 수의사의 근무환경을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근무 환경은 회사마다 천차만별이라 본인의 우선 순위를 정해두고 회사를 선택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 회사를 고를 때 연봉, 자유로운 회사의 분위기 그리고 WORK-LIFE 밸런스를 보고 있습니다.

우리 회사를 예로 들자면 주 5일 근무에 자유로운 출퇴근 시간제(1주일, 40시간)를 실시하고 있고 재택근무도 가능합니다. 저는 재택이 더 불편해서 주 1일만 재택으로 하고 있지만, 경력이 많은 직원의 경우 주 5일 재택근무도 가능합니다.

외국계 회사다 보니 분위기가 많이 자유롭기 때문에, 정장을 입고 수직적인 분위기가 가득한 ‘미생’을 생각하신다면 많이 다르겠네요.

본인 업무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연차를 눈치 보지 않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저는 연차를 붙여서 14일 정도 쉬면서 유럽 여행을 다녀왔었고, 올해 여름에도 10일간 뉴욕 여행을 예정하고 있습니다. 연차와 병가를 쓴다고 승진에서 밀린다 거나 하는 불이익은 전혀 없습니다.

신약개발을 함께 진행하는 회사 동료들
신약개발을 함께 진행하는 회사 동료들

입사 전 예상과 입사 후 달랐던 점이 있나요?

달랐던 점이 크게는 없지만 한 가지만 꼽아보자면, 임상시험에서 CRA, 관리약사, 연구간호사, 연구자의 역할이 구분되어 있고 책임 영역이 다르지만 함께 일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원칙적으로 CRA는 임상실험을 모니터링하는 업무를 하고, 약사는 대상자에게 약을 불출하며, 연구간호사와 연구자(병원 의사나 교수)는 임상시험을 진행하면서 검사를 진행하고 환자 상태를 체크합니다.

하지만 임상시험과 관련한 서류업무의 경우 제가 많이 도와주어야 하고, 간혹 데이터 수정이 필요하거나 누락되는 일이 있을 때는 정정요청을 하고 그에 따른 트레이닝도 진행해야 해요.

이처럼 여러 사람이 함께 업무를 진행하는 만큼 사교성도 필요한데, 이 부분이 부족한 분들은 업무를 매우 힘들어 하더라구요. 좋은 대인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분들은 업무를 잘 하실 것 같습니다.

또한, 임상실험에서 데이터는 생명인 만큼 문서화(documentation)와 환자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과 환경을 기록(log)해야 하는 만큼 매우 꼼꼼한 성격이 필요한 걸 느꼈습니다.

혹시 중간에 이직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누구나 거의 비슷한 이유로 이직한다고 생각해요. 바로 근무환경이죠.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맞지 않거나, 연봉을 올리고 싶거나, 본인 경력을 위해 더 다양한 질환의 임상시험을 경험해보고 싶을 때, 혹은 CRA에서 임상시험 project manager 등 다른 업무로 변경하고자 할 때 이직을 많이 합니다.

실제로 CRA의 커리어에는 다양한 질환의 임상시험을 경험하는 것이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어요. 때문에 저는 이를 만족시켜줄 CRO인지 혹은 다양한 파이프라인(pipeline)을 가진 제약회사인지도 보고 있습니다.

쉽게 설명해 제약회사에서 질환별로 팀을 구성해 신약을 개발하는 것을 하나의 ‘파이프라인’이라고 합니다. 파이프라인이 많을수록 제약사가 신약개발에 다방면으로 투자하고 있다는 것이고, CRA에게는 다양한 질환의 임상시험을 경험할 기회가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본인이 선택한 회사가 본인의 경력개발(career development)에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을지도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CRA에는 약사, 간호사 등 많은 의료인들이 있는 만큼 수의사들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전문직이고 실제로 회사 측에서 그렇게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비임상은 연봉이 낮다”는 매우 큰 착오입니다.

이 분야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이 분야의 장점은 다양한 질환으로 인한 신약의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입니다.

슬프지만 사람이나 동물은 아플 수 밖에 없고 항상 새로운 질병에 노출 됩니다. 따라서, 신약 개발은 멈출 수가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요즘 동물 실험 및 기타 실험 횟수가 현저히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동물 실험의 경우를 모델로 대체하여 할 지는 모르겠지만 사람 임상시험 같은 경우는 아직까지 그러기에는 매우 어렵습니다. 사람과 동물은 비슷한 면은 매우 많지만 엄연히 다른 생물체이며 신약의 유효성과 안정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임상시험을 통한 데이터 수집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이 분야의 단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남녀 성비와 업무 강도입니다.

수의대는 남자들이 비교적 많은 집단인데, 제가 일하는 환경은 여자 분들이 80~90%정도를 차지합니다. 아무래도 약사나 간호사 중에서 CRA로 전환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그게 불편하시면 문제가 조금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연봉은 비교적으로 높은 편이지만 업무의 강도가 높은 만큼 퇴사하거나 조금 더 편한 곳을 찾아 이직하는 비율이 높은 편입니다. 대부분 퇴사나 이직 사유는 너무 힘들어서 ‘번아웃(burn-out)’되는 경우였어요. 저 같은 경우도 6년차 CRA이지만, 경력에 더 도움이 되는 곳으로 옮기기 위해 2번 이직을 했습니다.

2017 PRA 송년회에서 동료들과 함께 (왼쪽 앉아 있는 여성분이 정수화 수의사)
2017 PRA 송년회에서 동료들과 함께 (왼쪽 앉아 있는 여성분이 정수화 수의사)

이 직업으로 이루고 싶은 최종적인 목표는?

임상시험에서 임상시험 수행기관인 병원을 관리하는 것이 CRA이고, 임상시험 과제를 관리하는 것이 project manager입니다. 짧게는 project manager로 국내 혹은 글로벌 임상시험을 맡아 진행해 보고 싶고, 현재 저의 목표는 auditor가 되는 것입니다.

Project manager를 진행하다가 Quality Management쪽으로 업무를 진행해보고, auditor로 임상시험 점검 업무를 해보고 싶습니다.

Auditor는 임상시험 중이나 혹은 허가당국의 신약 허가를 위한 실사 전에 제약회사에서 점검하는 역할로, 매우 많은 경력이 필요하며 제약사에서 많은 수를 두고 있지 않고 간혹 프리랜서로도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수의대 생들을 위해 해주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저는 후배들에게 수의사 면허가 반드시 필요한 직업 외에도 다양한 분야로 시야를 넓혀서 수의사가 할 수 있는 직업에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보고, 그 중에 자신이 어떤 직업이 가장 맞을지 진지하게 고민했으면 합니다.

제가 현재 인체용의약품 CRA로 있지만 이 분야는 수의사가 지원 가능한 분야이지, 수의사만 뽑은 자리는 아닙니다.

따라서 저 뿐만 아니라 많은 선후배님들도 다양한 분야에서 현재 활동하시고 있는 만큼 이 점을 꼭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요즘 동물병원은 경쟁이 매우 치열하고 포화상태라고도 흔히 말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수의사 선배로서 동물병원을 정말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직업을 찾아볼 생각은 없지만 기본적으로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으니 선택하는지 정말 생각했으면 합니다. 동물병원을 하여 잘 되면 아주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도 본인이 업무에 성취감이 있고 행복하면 그것이 맞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학부생 때의 다양한 경험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저는 IVSA 활동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제 스페인 친구는 수의사이지만 연극배우가 하고 싶어 연기학원을 다녔고, 지금은 연극 배우로 활동하고 있어요. 다양한 사고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고 교류하면서 수의사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기도 했고, 직업적으로는 자소서 작성 때 매우 유용한 소스가 되었습니다.

이처럼 학부생 때 많은 활동과 경험을 하여 수의사가 되어 무엇을 하든 그 경험과 활동을 토대로 진로를 결정할 시 유용하게 작용했으면 합니다.

박창민 기자 changminpark9575@dailyvet.co.kr

[데일리벳 학생기자단 프로젝트②] 어서 와, 회사는 처음이지?

Loading...
파일 업로드 중 ...